웹툰 원작·파생작 드라마 쏟아져
그래픽=양진경 |
◇드라마 작가 존재감은 어디로?
TV에선 웹소설·웹툰 원작 드라마가, OTT에선 스핀오프(파생작)·시즌제 드라마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높아진 제작비 등으로 드라마 편성 자체가 줄어든 지상파 방송은 검증된 원작이 있는 드라마로 위험 부담을 낮추고 있다. 올해 웹툰을 원작으로 한 ‘완벽한 가족’과 ‘함부로 대해줘’가 KBS에서 방영됐고, MBC는 웹소설 원작의 ‘지금 거신 전화는’(11월 방영)과 웹툰 원작 ‘바니와 오빠들’(내년 상반기) 방영을 앞두고 있다. SBS도 웹툰 원작 ‘모범택시’의 시즌 3 제작을 결정했다. 케이블 채널 tvN은 ‘내 남편과 결혼해줘’ ‘선재 업고 튀어’ 등 웹소설 원작 작품에 이어, 웹툰 원작 ‘정년이’를 방영 중이다. OTT에서도 소설 원작 작품 ‘사랑 후에 오는 것들’(쿠팡플레이)과, 기존 드라마의 파생작인 ‘좋거나 나쁜 동재’와 ‘사장님의 식단표’(티빙), 기존의 세계관을 잇는 시즌제 드라마가 주를 이루며 ‘초면’인 작품이 드물 정도다.
기존 창작물을 활용하는 건 대중에게 검증된 이야기라는 측면 때문이다. 웹툰 원작 드라마 ‘여신강림’ 등을 만든 본팩토리 박순태 PD는 “(웹툰 활용의 강점은) 소재와 신선도 면에서 검증된 작품인 데다, 배우들이 작품을 알고 있고 역할을 하고 싶어 하기 때문에 캐스팅 측면에도 이점이 있다”고 했다. ‘좋거나 나쁜 동재’ 제작사인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원작 팬덤의 관심을 확보하고 시작할 수 있어 마케팅적인 이점이 상당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만큼 드라마 작가들의 존재감은 줄어들고 있다. 웹툰 등을 드라마로 각색하는 것 역시 큰 역량이 필요하지만, 원작의 존재가 더 주목받기 때문이다. ‘스타 드라마 작가’가 탄생하는 일도 적어졌다. 작가로서 진입 장벽이 낮은 웹툰·웹소설 분야의 히트작이 드라마로 흘러가는 모양새다.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앞서 드라마 작가의 등용문인 TV ‘단막극’ 공모전 등이 시장 논리로 줄어들며 예견됐던 상황”이라며 “제작비가 올라가고 인기 드라마 작가를 쓰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어 어려운 점도 이해하지만, 자체적인 ‘오리지널’ 개발 노력이 없다면 한국 드라마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박순태 PD는 “원작이 있더라도 드라마에 맞게 작가들이 다시 각색을 하며 집필하기 때문에 오히려 작가의 기여가 크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새로운 성공 방정식 시도해야”
그럼에도 웹소설 원작의 드라마가 국내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는 등 새로운 성공 공식이 만들어지는 측면도 분명하다. 자체 카카오페이지·카카오웹툰 작품을 가지고 드라마 제작도 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원작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을 넘어 캐릭터나 스토리에 변화를 주거나 감각적인 연출을 가미해 드라마만의 새로운 재미를 더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다”고 했다. 스튜디오드래곤 관계자는 “스핀오프 드라마가 흥행하면 원작의 또 다른 파생작을 추가 제작할 수 있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IP(지식재산권)가 진화할수록 부가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며 “미국에서는 일반화되어 있는 이런 ‘성공 방정식’을 꾸준히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야기의 풀(pool)이 넓어진 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다.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도 작품성과 매력을 갖춘 드라마 극본은 경쟁을 뚫고 시청자를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원작 없이 드라마 작가가 집필한 ‘나의 해리에게’(ENA)나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들’(MBC) 등이 방영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민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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