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7 (수)

이슈 종교계 이모저모

“군대선 여성도 별 다는데… 일부 교회는 여태 목사 불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100호 발간 앞둔 ‘한국여성신학’… 강현미 공동대표의 평등 목소리

“차별이 하나님 뜻일 리 없는데… 여성신도 밥 짓고 남성은 먹기만

교회 운영-의사결정도 남성 몫”

동아일보

강현미 한국여신학자협의회 공동대표는 “여성 신학운동은 성경의 바른 해석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제대로 헤아려 보자는 것”이라며 “여성 권익을 위한 한갓 페미니즘적 경향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1980년 설립된 한국여신학자협의회는 40여 년 동안 교회 안팎의 여성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해 왔다.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성 목사는 안 된다니요? 남녀 차별이 설마 하나님의 뜻일 리가 있겠습니까.”

1990년 한국여신학자협의회(여신협·공동대표 강현미 신혜진)가 창간한 ‘한국여성신학’이 12월 100호 발간을 맞는다. 한국여성신학은 열악한 처지에서도 30여 년간 사회와 교회 안의 여성 권리 향상을 위해 소리친 여성 신학자들의 목소리. 50여 쪽의 격월지로 시작한 한국여성신학은 현재 1년에 두 차례 200쪽의 책자로 발간되고 있다. 강현미 공동대표는 16일 서울 영등포구 여신협 사무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군대에서도 여성이 별을 다는 세상에 국내 대형 교단 중에는 아직도 여성에게는 목사 안수를 주지 않는 곳이 있다”며 “종교개혁으로 탄생한 개신교가 지금은 일반 사회보다 인식이 뒤떨어진 부분이 많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가장 평등해야 할 교회가 오히려 사회보다 더 여성을 차별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대표적인 게 일부 대형 교단의 여성 목사 불허겠지요. 여성 목사는 안 된다고 하는 사람들은 겉으로는 ‘여자는 교회에서 잠잠하라. 그들에게는 말하는 것을 허락함이 없나니…여자가 교회에서 말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라’(고린도전서 14장 34, 35절)라는 사도 바울의 편지 등 성경 구절을 이유로 듭니다. 핑계죠. 바울의 글 앞뒤 맥락이나 당시 배경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문장만 그대로 따와서 근거로 대는 건 성경에 대한 올바른 해석이 아닙니다.”

―핑계라고요?

“당시 고린도교회는 영지주의(靈知主義) 영향으로 무분별한 열광주의자들이 많았습니다. 영지주의는 계시와 현몽에 의한 초자연적인 지식을 소유할 때 구원받는다는 신비주의적 사상으로, 초대 교회에 침투해 교회의 참복음을 심각하게 위협했습니다. 바울의 편지는 그런 특별한 상황에 놓인 고린도교회 사람들에게 보내진 거죠. 세상의 모든 여자들이 교회에서 말해선 안 된다는 게 아니고요. 진짜 성경 구절대로만 행동해야 한다면, 이사야 66장 17절에 돼지고기를 먹는 이들은 망할 것이라고 했는데 삼겹살, 돈까스는 왜 먹습니까.”

―교회 안의 여성 차별은 목사 안수뿐만이 아닌 것 같던데요.

“일반 작은 교회 안에서도 쉽게 볼 수 있어요. 주일에 교회 부엌에서 밥을 짓는 것은 여성 신도들 몫이에요. 남성들은 와서 먹기만 하지요. 마치 명절 때 모습처럼요. 교회 운영이나 의사결정도 대부분 남성 몫이고요. 여성 장로는 여성 목사보다도 아마 더 적을 겁니다. 여성은 거의 집사, 권사까지지요.”

―신도의 60%가 여성이라는데 개선을 요구하면 되지 않습니까.

“너무 오랜 세월 가부장적인 교회 안에서 생활하다 보니…. 그렇게 순종적으로 사는 것을 신앙 안의 믿음으로 여기는 면이 있습니다. 교회에서 허드렛일하고, 식사 준비하고, 대표 기도도 못 하고, 남자는 목사고 여자는 전도사인 것을 당연한 관행으로 여겨 온 거죠. 이런 잘못된 문화를 개선하는 교육을 교회 안에서 해야 하는데, 많은 교회에서 이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불편하니까요.”

―종교를 가리지 않고 신자는 물론이고 목사, 출가자 급감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요즘 젊은 세대, 특히 젊은 여성들이 보기에 일반 사회보다 여성 차별이 심한 곳에 가고 싶겠습니까. 여자는 승진시키지 않는 회사에 입사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요? 교회가 사회를 선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오히려 못한 면이 많다면 사람이 주는 것은 당연하겠지요.”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