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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1 (월)

50년 국가경제 주축 '석유화학'이 위태롭다[휘청이는 여수국가산단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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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발 공급과잉·글로벌경기침체·원자재 가격 폭등 등 최대위기

여수산단 '공장가동 중단·매각·구조조정' 현실로…"이대로 끝나나"

올해 7월 여수시 지방세 징수 1813억, 작년보다 1141억원 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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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뉴시스] 김석훈 기자 = 대한민국 경제의 한축을 맡아온 여수국가산업단지. kim@new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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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뉴시스] 김석훈 기자 = 50여 년간 석유화학산업을 이끌며 대한민국 국가 경제의 한 축을 맡았던 ‘여수국가산업단지’가 휘청거리고 있다.

GS칼텍스와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여천NCC 등 정유공장 한곳 외 대부분 석유화학 공장으로 구성된 여수국가산단은 지난 수십 년간 지역은 물론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주춧돌이었다.

하지만 여수국가산단 입주업체들은 중국발 석유화학제품 공급과잉, 글로벌 경기 침체, 고유가, 고환율, 원자잿값 폭등 등으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21일 여수경계제 등에 따르면 석유화학제품의 공급과잉이 수익성 저하 및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며 판매망이 줄고 급기야 공장가동 중단과 인력 재배치,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석화 제품 최대 수요처였던 중국이 원료를 자체 생산하면서 대중국 수출이 크게 줄었고, 국제질서의 변화를 극복하지 못한 외교력도 여수산단 생산 제품의 수출길에 보탬을 주지 못했다.

각국의 환경 규제 강화, 거세지고 있는 글로벌 탄소 중립 요구도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력 저하의 원인이 되고 있다.

황금알을 낳던 ‘여수산단’, 이대로 스러지나?


여수국가산단은 지난 1967년 현 GS칼텍스 공장(당시 호남정유)이 착공된 데 이어 1998년 여천국가산단이 준공됐다. 2001년 여수국가산업단지로 명칭이 변경된 뒤 국내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단지로 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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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뉴시스] 국내석유화학제품 수출규모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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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국가산단은 2023년 말 기준으로 약 84조원의 생산과 318억 달러의 수출, 2만 5000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여수국가산단을 끼고 있는 여수시가 국가에 내는 국세는 2023년 약 3조4000억원으로, 전남도가 낸 국세 총액 5조5000억원의 60.7%를 차지했다.

그러나 해마다 여수국가산단의 생산실적이 감소함에 따라 국세 납부액도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지방세 납부는 지역경제에 영향을 줬다. 여수시 지방세 징수는 2020년 2800억원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이면서 2023년 4000억원까지 늘었다.

이 가운데 약 48.5%인 1940억원은 여수국가산단에서 징수됐다.

여수국가산단 공장의 가동률이 좋을 때는 음식점, 주점 등 파급효과가 눈에 띄었다.

2만5000명의 산단 직원 외에도 대기업 공장을 상대로 한 협력업체와 업체 고용 직원들, 플랜트 건설 노동자에게 경제적 혜택이 돌아갔고 그대로 지역경제를 이끄는 동력이 됐다.

여수산단은 최근 닥친 석유화학산업 원료 공급과잉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발 저가 공세로 호황은 옛말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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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뉴시스] 여수국가산단이 밤낮할 것없이 24시간 가동되며 석유화학산업의 쌀인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다. (뉴시스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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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위기를 맞았던 3년의 어려움은 비교할 대상도 안 된다는 것이다.

올해 7월 여수시 지방세 징수액은 1813억 원으로 지난해 7월 2958억원 대비, 세수 격차가 무려 1141억원으로 47.8% 감소했다. 지방자치단체의 세수에도 비상이 걸렸다.

위기의 ‘화학공장들’, 팔리지도 않는다


여수국가산단의 위기는 오랜 고객이던 중국의 차체 설비 증설 영향이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산단의 최대 수출국이었던 중국의 공격적인 설비증설로 자급률이 100%를 향하고 있다.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기도 했던 중국이 생산시설을 갖췄기 때문에, 더는 여수산단 제품을 수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된다.

여수산단은 세계 경제 위기 속 중요 판로를 잃게 될 뿐만 아니라 국제 경기 침체 극복과 수요 및 석유화학 경기가 되살아나길 기대키도 힘든 실정이다.

더구나 오는 2027년 중동지역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오만 등에서 최신공법으로 석유화학의 쌀로 알려진 '에틸렌'을 생산하는 공장이 준공될 예정이다.

이 생산 공장은 국내 생산원가의 3분의1 가격인 t당 100달러로 에틸렌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여 한국 석유화학산업의 위기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되고 있다.

여파는 고스란히 우리나라 최대 규모인 여수산단에 미친다.

여수산단 내 주요 4개 기업의 2022년 기준 국내 NCC 공장의 가동률이 90%대에서 올해 상반기 70%대로 감소했다.

제품을 만들어도 판매할 시장이 없거나, 생산원가를 회수할 정도에도 팔 수가 없다. 결국 적자를 감수하면서 생산과 판매를 이어나가야 한다는 말이 된다.

공급과잉, 수요감소, 원자잿값 폭등 등 삼중고로 인해 석유화학 산업의 침체가 지속하고 있고, 중국뿐만 아니라 중동에서의 범용제품 공장 확대는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가중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산단 입주 주요 기업의 지난 1분기 영업실적도 A사 312억원, B사 189억원, C사 1171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를 결산하면 적자 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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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간 몇 년 못간다“…위기감 팽배


”이러다 몇 년 못 간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일부 대기업 공장들은 체질개선을 해서라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 발버둥 치고 있다.

공장가동 중단, 매각 시도, 인력 재배치, 구조조정 등 자구책에도 사활을 걸고 있다.

하지만 매물로 내놓은 화학 공장은 팔리지도 않고, 또 다른 공장은 운전 자금마저 구하기 어려워 언제 가동이 멈출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직원 여가나 회식용으로 제공됐던 법인카드 및 비용이 회수되고, 끊길 리 없었던 성과급 지급도 위태롭다.

이는 도미노 현상을 일으키며 산단 공장만을 바라보던 수많은 협력업체와 하청업체, 자재 공급업체, 요식업 등에도 영향을 줬다.

공장 직원들의 위축은 고스란히 암울한 지역경제로 이어졌다. 회식이 사라지고 술자리가 자제되면서 소상공인 매출 감소, 세수 감소 등 악영향은 현실이 됐고, 수십 년간 여수산단을 상대로 호황을 누리던 업소는 갑자기 줄어든 손님에 생업을 포기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하청업체들은 갑자기 뚝 끊긴 정비 공사 등에 직원들을 내보내야 하는 처지가 되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A사 공장 관계자는 ”현재 일부 공장은 가동을 중단하고 매각하려 내놓았지만 선뜻 공장을 사겠다는 기업이 나타나지 않는다“면서 ”그나마 공장이 팔리면 근로자의 고용 유지가 기대되기 때문에 해피(Happy)한 일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아 시간이 흐를수록 불안감이 더해진다“고 말했다.

여수상공회의소 한문선 회장은 ”여수산단의 위기는 그동안 겪어보지 못한 현실“이라며 ”글로벌 공급과잉이 빚은 석유화학의 전반적인 침체 현상이기 때문에 국가가 다자간 외교를 통한 제품 판로 개척과 기업지원, 세수 조정 등 심혈을 기울여 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im@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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