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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푸틴 위해 최전선 배치 외국 병사들…대부분 속아서 입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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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작년 3월 7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병사들이 동부 도네츠크주 격전지 바흐무트 인근에서 러시아군 진지를 향해 자주곡사포를 발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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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장에 네팔, 슬로바키아, 브라질 등 여러 국적의 병사를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전장에 전투병으로 투입된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속아서 군에 입대한 뒤 최일선에 배치돼 사실상 ‘총알받이’로 내몰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0일(현지 시각) ‘블라디미르 푸틴을 위해 싸우고 죽는 외국인들’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우크라이나전에서 러시아군으로 투입된 외국인 수가 수천 명에서 수만 명으로 추산된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에 포로로 잡힌 외국 국적의 러시아 군인들은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에서 대부분 자신이 속아서 전장에 투입됐다고 주장했다.

네팔 출신의 포로 A는 러시아로 유학을 갔다가 입대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학 에이전시에 속아 돈을 뜯겼는데 대학 등록금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자 러시아군에 입대했다고 한다. 모집책은 “다친 사람을 도와주는 일만 하면 된다”고 했지만, 몇 주 뒤 최전선에 배치됐다는 것이다.

슬로바키아 출신의 B는 “시베리아의 자연 속에 살고 싶다”는 꿈을 꾸며 지난 1월 러시아로 갔다. B는 돈과 시민권이 필요해 러시아 군대에 자원 입대했는데, ‘참호를 파고 벙커를 짓는 일’만 하게 될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지만 전장에 투입됐다고 했다.

브라질 국적으로 호주에서 살고 있던 C는 러시아 IT회사에서 취직 제의를 받았다. 러시아에 입국한 뒤에서야 이 회사가 러시아 군 정보당국을 위해 일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그는 드론을 조종하는 훈련을 받았다. 그는 “이런 일을 하려고 러시아에 온 것이 아니다”라고 했지만 결국 전선으로 보내졌다. 그곳에서 ‘탈출을 시도하면 체포되거나 총살당할 것’이라는 경고도 들었다고 한다.

자진 입대한 용병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C는 훈련 중 중국 ‘특수부대원’이나 러시아어를 구사하는 ‘이란인 사령관’도 만났다고 주장했다. C는 “많은 외국인들이 (러시아에) 속아서 싸우러 왔지만 실제로 자원해 싸우러 온 사람들도 있었고, 그들의 월급은 한 달에 2000달러(약 270만원)였다”고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군을 위해 싸우는 외국인들의 국적이 네팔, 슬로바키아, 브라질, 인도, 이집트, 쿠바, 스리랑카, 세르비아, 쿠바, 카자흐스탄, 모로코 등이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의 전쟁포로 치료조정본부 대변인 비탈리 마트비엔코 중위는 “러시아 국적이 아닌 포로 중 가장 많은 수는 스리랑카와 네팔 출신”이라고 했다.

러시아군이 이런 외인 병사들을 ‘총알받이’로 쓰고 있다는 것이 우크라이나 정보당국 판단이다. 이렇게 투입된 외인 신병 상당수는 전장에서 사망했는데, 우크라이나의 한 정보 소식통은 이코노미스트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위치를 확인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외인 병사들을) 먼저 투입시켰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포로로 잡은 외국인 병사의 공식적 수치는 밝히지 않고 있지만 이들이 고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특히 상당수 국가에서 외국군을 위해 전투에 나서는 것은 불법인 만큼 이들은 귀국 시 감옥에 가게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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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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