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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데스크 칼럼] 바보야, 문제는 ‘체감’ 경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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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진 중소중견부장

경제 지표 양호한데 체감경기 달라
중기·내수 기업일수록 상황 안좋아
정쟁 접고 민생 다투는 정치 봤으면


이투데이

설경진 중소중견부 차장. 신태현 기자 holjjak@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It’s the economy, stupid.)”

1992년 미국 대통령선거 당시 민주당 빌 클린턴 후보는 이 구호로 현직 대통령 공화당 조시 H. W. 부시 후보를 꺾고 대통령에 당선됐다. 현재 미국 대통령 조 바이든은 경제를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중국 견제를 외치면서 추진한 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도 근간은 미국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것이다.

바이든 정부 경제 지표는 역대 어느 정부 이상으로 좋다. 트럼프 임기 4년간 7.6% 성장한 미국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바이든 임기 중에는 지금까지 11.8% 성장했다. 일자리 증가 속도 역시 임기 중 연평균 증가율이 카터 대통령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높은 인플레이션이 왔지만, 다시 2%대의 인플레이션으로 낮췄다. 주식시장은 어떤가. 역대 최고치를 연일 경신 중이다.

바이든 바통을 이어받아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나선 카멀라 해리스 현 미국 부통령은 미국 역사상 가장 빠른 경제회복을 이뤄냈다며, 선거 운동에 나서고 있지만, 트럼프에게 여론 조사에서 밀리고 있다. 트럼프 지지율 강세는 체감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는 트럼프가 낫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경제가 이렇게 좋은데 왜일까. 경제 지표만 좋기 때문이다. 일부 계층, 일부 대기업과 은행만 좋지, 중산 서민층과 중소기업, 영세 업자들은 경제가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즉, 낙수효과는 이제 없다는 것을 우리보다 수십 아니 백여 년 앞서 자유시장 경제를 시행한 미국 유권자들은 체감적으로 알고 있다. 따라서 미국 유권자들은 경제학자와 경제관료들이 책상에서 여러 통계와 수치만을 단기적으로 높이기 위한 정책을 통해 지표만 좋아지는 경제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미 10년 전 오바마 대통령 집권 2기에 들어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지표 경제로는 안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 선거에서 오바마와 민주당은 좋은 경제지표를 내세웠고, 공화당은 좋지 않은 체감경기를 내세웠다. 유권자들은 ‘오바마노믹스’가 경제 지표만 좋지 실물 체감 경기는 나쁘다며 공화당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 선거 결과 역대 가장 인기가 높던 오바마 정부는 본격적인 레임덕이 시작됐다. 이를 눈여겨본 트럼프는 실물 체감 경기에 초점을 둔 정책과 이념을 들고 공화당에 입당해 2018년 대통령에 당선되는 계기가 됐다. 해리스와 미 민주당은 10년 전 이 같은 선거 참패의 교훈을 잊고 다시 경제 지표에 중점을 둔 경제 정책을 펼치다 트럼프에 정권을 내줄 위기에 처한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경제 지표와 실물 체감 경기는 큰 괴리를 보인다. 이달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0월호’에서 “우리 경제는 물가 안정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수출·제조업 중심 경기회복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낙관적 전망과 달리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10일 발표한 ‘10월 경제동향’에서 ‘내수 부진’ 평가를 내렸다. 여전히 체감 경기가 어려우며, 경기 회복 체감까지는 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이 9월 발표한 기업경기심리, 건설경기실사지수(CBSI)를 보면 체감 경기는 더 심각하다. CBSI가 100보다 크면 기업 체감경기가 낙관적, 밑돌면 비관적이다. 그런데 이 지수는 3개월 연속 하락해 지난 3월 이후 최저치를 보였고, 특히 중소 제조기업과 내수기업은 90대 아래로 내려가면서 2020년 9월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나라 정치권에서는 중산 서민층,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을 위한 실물 체감 경기를 놓고 싸우는 건 볼 수 없다. 언제쯤이면 경제 지표와 체감 경기를 놓고 싸우는 정치권을 볼 수 있을까. skj78@

[이투데이 (opinion@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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