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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윤 대통령에게 거부당한 한동훈, 당정 관계냐 민심이냐 택일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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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면담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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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1일 면담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하면서 한 대표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섰다. 한 대표는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두고 원만한 당정 관계를 위해 윤 대통령과 보조를 맞출지, 국민 눈높이를 앞세워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속도를 낼지 선택의 기로에 몰렸다.

한 대표는 이날 오후 81분간 진행된 면담에서 윤 대통령에게 나빠진 민심을 전하면서 과감한 쇄신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김 여사 이슈 해소를 위한 3가지 방안과 특별감찰관 임명 진행, 여·야·의·정 협의체의 조속한 출범 필요성 등을 말했다고 박정하 당대표 비서실장이 국회 브리핑에서 밝혔다. 김 여사 관련 3가지 방안은 지난 17일 한 대표가 공개적으로 밝힌 대통령실 인적 쇄신, 김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의혹 규명을 위한 절차 협조를 뜻한다. 박 실장은 “한 대표는 하고 싶은 말을 조목조목 다 한 걸로 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빈 손’ 면담 지적은 피하기 어려워졌다. 한 대표가 직접 국회에 와서 면담 성과를 설명하려다 박 실장의 브리핑으로 대체한 데도 이런 실망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실장은 “해가 다 진 상황이라 (면담을 마치고 나온 한 대표의) 표정을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한 대표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전 국민이 보는 건데 뭐라도 (성과가) 있어야 대표가 (브리핑을) 하지”라고 말했다.

한 대표 측에서는 “솔직히 기대는 안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는 반응이 많았다. 윤 대통령이 조금씩은 여지를 두고 향후 논의 가능성을 열어둘 것으로 예상했는데, ‘철벽’이라고 할 정도로 부정적인 반응만 보였다는 것이다. 친한동훈(친한)계에서는 윤 대통령 맞은 편에 한 대표와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을 나란히 앉힌 자리 배치를 두고도 한 대표의 급을 낮게 설정했다는 불만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 제안을 거절한 대신 ‘김 여사 리스크’를 정면 돌파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이 준비 중인 제2부속실을 조만간 설치하고, 김건희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 요구에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한 대표는 리더십에 타격을 입게 됐다. ‘검찰 20년 지기’로서 윤 대통령을 변화시킬 것이라는 보수층의 기대로 당대표가 됐는데,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한 대표는 우호적인 당정 관계와 민심에 부응하는 여당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상황에 몰렸다. 한 대표의 선택은 당장 세 번째 ‘김건희 특검법’ 처리 과정에서 친한계 등의 이탈표 행사 여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전자를 택한다면 윤 대통령, 당내 친윤석열(친윤)계와 당장의 큰 갈등은 피할 수 있다. 이 경우 김 여사 관련 의혹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과 당의 동반 지지율 추락은 가속화할 수 있다.

후자를 택한다면 윤 대통령·친윤계와의 충돌을 피할 수 없다. 당내 기반이 탄탄치 않은 상황에서 상시적인 리더십 위기에 몰릴 위험도 커진다. 다만 윤 대통령과 차별화를 통해 차기 미래 권력으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당에 대한 여론을 돌릴 계기가 마련될 여지도 있다. 친한계는 10·16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 승리의 의미를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가 일부 성공한 데서 찾고 있다.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이 김 여사 이슈를 두고 ‘강 대 강’으로 부딪히는 상황에서 국회에서도, 정부에서도 결정권을 쥐지 못한 한 대표의 한계가 드러날 수도 있다. 한 대표가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에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성과를 내지 못한 전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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