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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한동훈을 배석자 정진석과 나란히 앉힌채...尹·韓 할말만 하고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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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韓 82분간 ‘2+1 회동’
인적쇄신·활동자제·明의혹
김여사 관련 3대 쟁점 전달
브리핑 취소한 韓 자택 귀가
진통끝에 만났지만 성과 없어
용산선 “격의 없는 대화 나눠”


매일경제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앞 파인그라스 건물에서 진행된 회동에서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 대표 옆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사진 제공=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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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위기 타개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1일 면담을 했지만, 사실상 ‘빈손 회동’으로 끝났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과 의정 갈등 해법 등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지만, 생각했던 답을 얻지 못했다고 전해졌다. 실제로 면담 전 직접 국회 브리핑을 예고했던 한 대표는 면담 후 국회로 향하는 대신 곧바로 귀가했다. 7·23 전당대회 후 지도부 만찬회동까지 따지면 네 번째 만남이었지만, 회동으로 당정 갈등을 풀기는커녕 갈등의 골이 깊어져만 가는 분위기다.

이날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용산 대통령실에서 약 82분간 대면해 정국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배석했다.

시작은 화기애애했다.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 잔디밭에서 어린이병원 근처까지 어깨를 나란히 하고 10여 분간 산책했다. 이날 차담 메뉴는 과일과 차였다. 윤 대통령 자리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대표 자리에는 제로 콜라가 놓여졌다. 면담은 비교적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뤄졌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시간20분간 분위기는 좋았던 것 같다”며 “윤 대통령과 한 대표가 면담을 시작하기 전 산책을 하고, 면담에서 대화 주제의 제한 없이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 대표 측은 다른 분위기를 퐁겼다. 국회에 돌아와 직접 브리핑을 하기로 했던 한 대표는 회담이 끝난 뒤 없던 일로 했다. 브리핑은 배석하지 않았던 박정하 국민의힘 당 대표 비서실장이 했다. 박 실장은 한 대표는 오늘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나빠지고 있는 민심과 여론 상황, 과감한 변화와 쇄신의 필요성 등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김건희 여사 이슈 해소와 관련해 앞서 밝힌 세 가지 방안(대통령실 인적 쇄신, 대외활동 중단, 명태균 관련 의혹의 해소)과 특별감찰관 진행의 필요성, 그리고 여야의정 협의체의 조속한 출범 필요성을 말씀드렸다“고 했다. 그간 한 대표가 예고한 대로 김 여사 이슈를 비롯해 할 이야기를 모두 전달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좋지 않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대통령실은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당초 직접 브리핑에 나서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던 한 대표도 면담이 끝난 후 곧바로 귀가했다. 한 대표가 대통령의 반응에 대해 전한 이야기가 없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박 비서실장은 ”받아서 정리하느라 소통할 시간이 없었다“며 말을 아꼈다.

사실상 면담이 빈손으로 끝났다는 의미인 셈이다. 다른 친한계(친한동훈) 의원은 ”한 대표가 웬만하면 직접 브리핑을 하려고 했는데 그렇게 되질 못했다“고 전했다. 종합해보면 한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원하지 않은 답’을 들었거나, 아예 일방적인 의견 전달만 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또 다른 친한계 의원은 ”여사 라인의 정리가 1번 요구사항이었는데, 잘 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당초 이번 면담이 성사된 것은 김 여사를 향한 야당의 공세 수위가 날로 거세지면서 대통령 탄핵까지 거론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 입장에서도 어찌됐든 야당과 최일선에서 맞서는 여당과 함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물론 이번 만남도 한 대표 측이 요구한 독대 형식은 아니었다. 대통령실에서 정 실장의 배석을 제안해서다. 다만 한 대표 역시 만남을 더 늦추면 ‘실기’한다는 생각에 이를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그는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정부와 여당을 대표해 국정을 논의하는 자리이니, 배석 유무는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향후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이제 정치적으로 갈라서 각자의 길로 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친한계 관계자는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내일부터는 의원들과 논의해서 공감을 얻은 후 메시지가 나가게 될 것“이라며 ”그래야 목소리도 커지고 레버리지가 생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중요 사안 때 실력 행사를 하게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로 해석된다.

앞서 이날 오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면담을 하러 가는 한 대표를 향해 ”오늘 면담을 잘하시고, 기회가 되면 야당 대표와도 한번 만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이 대표의 발언 이후 약 3시간 만에 ‘회담에 흔쾌히 응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는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용산이 아닌 국회가 가져갈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최희석·진영화·박자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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