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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주력 산업 동력 잃었는데…정치권은 금투세도 오락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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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의 K증시…7대 고질병 [스페셜리포트]


2. 주력 산업 역동성 실종

25년째 삼전 시총 1위…무너지니 나락

매경이코노미

우리 증시는 대만, 인도 등 아시아 주요국 사이에서도 존재감이 미약하다. 산업 역동성이 실종되면서 증시에선 삼성전자 이후 ‘스타 기업’이 실종된 지 오래다. 사진은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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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증시가 대만, 인도 등 아시아 주요국 사이에서도 존재감이 미약한 배경으로는 산업 역동성 실종이 첫손에 꼽힌다. 경기·환율 민감도가 높은 반도체·자동차에 편중된 자본 집약적 산업 구조가 고착화한 가운데 우리 증시에서는 삼성전자 이후 ‘스타 기업’이 실종된 지 오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시가총액 10위권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 삼성바이오로직스, 기아, 셀트리온, KB금융, 포스코홀딩스, 네이버 등이 자리한다. 삼성전자는 1999년 이후 25년간 시총 1위다. 네이버, LG에너지솔루션, 삼성바이오로직스 정도를 빼면 최근 수년간 10위권 내 눈에 띄는 변화는 거의 없었다.

전문가들은 자본 집약적 산업에서 모방으로 선진국을 따라잡는 ‘패스트 팔로어’ 전략으로 고도 성장 신화를 써온 한국 경제가 기로에 섰다는 진단을 내놓는다. 반도체·스마트폰·자동차 등 한국 주력 산업은 선진국을 따라 하는 모방·추격 전략으로 세계 선두권 성과를 일궜지만 최근 수년간 ‘피크아웃’ 그늘이 짙게 드리웠다. 산업 구조 다변화·고도화에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인공지능(AI)·자율주행 등 미래 첨단 분야에서 선진국과 격차는 커지는 반면, 기존 자본 집약적 산업에서는 중국에 빠르게 추격당하는 ‘샌드위치’ 신세가 고착화했다.

가령, 반도체 산업은 기존 중앙집중적 생산 구조에 기반한 범용 비즈니스에서 주문형·수주형 산업으로 변화한다. 범용 메모리 시장에서 요구되는 혁신 역량과 커스텀 비즈니스에서 요구되는 혁신 역량은 서로 다르다는 게 반도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는 중이지만, 삼성전자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우리 기업이 세계 시장을 석권했던 중후장대 산업은 중국에 밀려 설 자리를 잃은 지 오래다. 석유화학, 철강 등 주요 산업은 비상이다. 중국 석유화학, 철강 기업이 대대적인 수출에 나서면서 범용 제품부터 가격이 폭락했다. 국내 기업은 중국 업체와 출혈 경쟁을 벌이며 생존 경쟁에 내몰렸다.

반면, 대만과 인도 등은 민관 부문 유기적 협업으로 대표 기업 교체 등 경제 체질 변화가 상시 진행 중이다. 덕분에 자국 증시에도 활력을 불어넣는다. 대만에선 한때 ‘대만의 삼성’이라 불렸던 애플 위탁생산 업체 폭스콘에서 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TSMC로 증시 대표 선수가 교체됐다. 대만은 법인세율(20%)이 한국(24%)보다 낮고 각종 감면으로 실효 세율은 이보다 더 낮다. 첨단 미래 산업에 대한 정부 규제도 상대적으로 적다. 인도는 탄탄한 내수를 기반으로 유통과 금융 등 주력 산업 육성이 한창이다. 인도에선 석유·통신 대기업 ‘릴라이언스인더스트리’, 재벌 그룹 타타그룹 소속 IT 기업 ‘타타컨설턴시서비스’ 등이 증시 대표 기업이다. 이들 대장주뿐 아니라, 시총 10위 기업 목록에는 은행·금융 기업이 새로 진입하는 등 증시 역동성이 높아졌다.

3. 증시 혼돈 부른 금투세

野 1년 내내 오락가락…큰손 이탈 불러

매경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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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둘러싼 불확실성은 올해 내내 투자자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금투세는 대주주 여부에 상관없이 국내 주식으로 5000만원이 넘는 금융소득을 올린 투자자에게 22%(3억원 초과분은 27.5%)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내년 1월 시행 여부를 놓고 정치권에서는 아직까지 공방만 벌인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은 금투세 도입에 관한 당론 결정을 지도부에 위임하기로 했다. 의원들이 지도부에 위임한 만큼 금투세 당론은 유예로 기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민주당 당론이 유예로 가닥이 잡히더라도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정치적 이벤트를 등에 업고 언제든 우리 증시 전면에 등장할 수 있단 점을 시장은 우려한다. ‘금투세 리스크’를 헤지하려는 매도 물량은 이미 출회되고 있다는 게 시장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대형 증권사 지점장은 “자산 규모가 큰 개인 투자자들은 올 상반기부터 담당 PB들에게 금투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주식과 채권 등 비중을 줄여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한 번에 매도할 수 없으므로, 올 연말까지 월별로 시황에 맞춰 단계적으로 일정 비율을 매도해달라는 요구가 많았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금투세가 몰고 올 여러 부작용을 우려한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 따르면, 금투세 대상은 전체 투자자의 1%인 15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비율은 높지 않지만 그럼에도 이들 ‘슈퍼 개미’의 영향력을 일반 투자자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할 수는 없다. 특히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코스닥에서는 이들이 국내 투자를 줄이는 과정에서 시장 변동성이 대폭 확대될 수 있다. 이미 우리 증시에서는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대상 확대 과정에서 10월 이후 변동성이 대폭 확대되는 악순환에 노출돼 있다.

무엇보다 개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 투자할 유인이 사라진다는 점이 금투세의 근본 문제점으로 지목된다. 현재 국내 증시에서는 주식 매매에 따른 거래세만 내면 투자수익에 대해 별도 세금을 부과하지 않아 그나마 해외 증시 대비 경쟁력이 있단 평가를 받았다. 금투세 시행 때는 주주환원율 89%(KB증권 분석)인 미국 주식을 사지 한국 주식을 살 이유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들끓는다.

금투세 시행 땐 자산가 ‘회색지대’ 조장을 부추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령, 과세 대상이 되는 펀드 분배 수익을 받지 않고 모아뒀다 펀드를 환매하고 청산하는 방법으로 금투세 적용을 받으면 27.5%의 세금만 내면 된다. 소수 인원이 참여하는 사모펀드에서는 이 같은 조세 회피 전략을 손쉽게 펼 수 있다. 1인 법인 설립을 통한 금투세 회피도 가능하다. 금투세는 개인에게만 적용될 뿐 법인은 해당되지 않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미 주요 은행 거점 PB센터에서는 금투세 회피용 1인 법인 설립을 권하는 사례가 많다”며 “애먼 중산층만 금투세 폭탄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명순영·배준희·문지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0호 (2024.10.16~2024.10.2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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