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메르세데스-벤츠 배터리 재활용 공장 개소식에 참석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오른쪽 두번째)가 현장에서 직원 설명을 듣고 있다. 맨 왼쪽은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CEO.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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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남서쪽으로 150㎞ 떨어진 소도시 쿠펜하임. 광활한 초원 한가운데 벤츠의 ‘삼각별’ 로고가 그려진 공장이 보였다.

공장에 들어서자 컨베이어 벨트가 기자의 머리 위를 지나 약 10m 높이까지 이어졌다. 컨베이어 벨트에는 수명을 다 한 전기차 폐배터리들이 실려 이동하고 있었다. 신발 상자 크기의 배터리(모듈)는 컨베이어 벨트 끝에서 분쇄된 뒤 플라스틱·철(Fe)·구리(Cu)·알루미늄(Al)으로 추출돼 포대에 담겼다.

“벤츠 전기차에 탑재됐던 배터리가 앞으로 이곳으로 모일 겁니다. 폐배터리지만 원래 담겨 있던 원료의 96%를 이곳에서 뽑아낼 수 있어요. ”(마누엘 미헬 벤츠 배터리 재활용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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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배터리 '메이드 바이 벤츠' 선언

이 공장에서 처리할 수 있는 배터리 모듈은 연 5만개. 전기차 약 5000대에 들어가는 양이다. 추출된 원료는 다시 새 배터리를 만드는 데 쓰일 예정이다. 미헬 총괄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끝나 더 많은 폐배터리가 이곳으로 수집될 때를 대비해 공장 증설을 이미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배터리 재활용 공장 내부. 다 쓴 배터리가 분쇄된 뒤 선별 작업을 거쳐 각 원료별로 분류된다. 쿠펜하임(독일)=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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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벤츠의 배터리 도전이 재활용 분야로 확대됐다. 벤츠는 이날 쿠펜하임에서 6800㎡ 규모의 재활용 공장 개소식을 열고 배터리 ‘밸류체인’(원료-생산 순환) 자체 구축 의지를 알렸다. 개소식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테클라 발커 바덴뷔르템베르크주 환경부 장관도 참석했다. 유럽연합(EU)은 2031년부터 배터리에 코발트 16% 등 재활용 원료를 일정 비율 이상 쓰도록 의무화했다.

이에 따라 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도 2025년 80억 달러(10조원)에서 2040년 2089억 달러(274조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SNE 리서치). 이날 숄츠 총리는 “자동차의 미래 필수 요소인 배터리를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생산하기 위해선 재활용이 중요하다”라며 “앞을 내다본 결단력을 보여준 벤츠에 축하를 건넨다”고 말했다.

벤츠는 폐배터리 재활용을 통해 원료 수급부터 생산까지 배터리 밸류체인 전반에 자체적인 기술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지난 8월 인천 청라에서 있었던 벤츠 전기차 화재 사건을 의식한듯 벤츠가 내재화하고 있는 배터리 기술을 상세히 공개했다. 당시 화재 이후 벤츠가 세계 10위권 배터리업체인 중국 파라시스의 배터리를 최고급 세단 전기차에 탑재했다는 지탄을 받았다. 현재 국내에선 벤츠 차주들이 제기한 관련 소송도 진행 중이다.

독일 쿠펜하임에 세워진 벤츠 배터리 재활용 공장 입구. 사진 메르세데스-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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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벤츠는 이번 공장 개소식과 함께 배터리 연구·생산은 본사가 있는 슈트트가르트에서, 재활용은 쿠펜하임에서 한다는 ‘배터리 메이드 바이 벤츠’를 강조했다. 마티아스 바이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대표는 현장에서 “엄혹한 시간(tough time)을 보냈다”며 “우리는 위기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 정부도 최근 주한 대사 공무 차량으로 벤츠 전기차 EQS 450 4MATIC을 선정하며 한국 여론 달래기에 힘을 보탰다.

벤츠는 쿠펜하임 배터리 재활용 공장 옥상에 태양광 발전 시스템을 설치해 재생에너지도 생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높은 온도에서 건조해 원료를 뽑아내는 기존 배터리 재활용 방식이 아닌, 액체 원료를 이용(습식)하는 방식을 써서 방출되는 열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올라 칼레니우스 벤츠 그룹 이사회 회장은 “습식 기법을 이용해 원자재 지속 가능성을 강화한 건 중요한 이정표”라며 “벤츠는 산업과 과학 분야 파트너들과 전기 모빌리티 가치 창출을 위한 혁신적 역량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쿠펜하임(독일)=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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