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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 (화)

이슈 국방과 무기

尹, 北파병 맞설 선택지는…나토와 협력→제재→무기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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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의 러시아 파병과 관련,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러·북 군사협력의 진전에 따른 단계별 조치를 적극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면서 정부 대응의 가닥이 드러나고 있다. 당장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등 강수부터 쓰기보다는 러시아의 행동에 따라 수위를 높여가며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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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전화 통화를 하는 모습. 사진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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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정부는 다양한 대응 선택지를 추리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22일 “이미 대통령실에서 밝혔듯 기본 전제는 국제사회와의 공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불법행위를 주도하는 상황이라 한국 독자적으로는 대응할 여지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호주, 유럽연합(EU) 등 동맹·우방을 중심으로 유사 입장국들이 공동대응하는 형식을 정부는 구상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러 대응 핵심 나토와 공동대응



우선 윤곽이 드러난 건 우크라전에서 러시아에 맞서는 구심점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의 실효적 협력 강화다. 이 자체로 한반도와 유럽의 안보가 긴밀히 직결돼 있으며,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걸 보여줘 러시아는 물론, 북한에게도 명확한 경고 신호가 될 수 있다.

당장 윤 대통령은 21일 마르크 뤼터 나토 신임 사무총장과의 통화에서 접점을 확인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나토에 한국의 대표단을 보내달라고 요청했고, 윤 대통령은 즉각 신속히 파견하겠다고 화답했다. 또 윤 대통령은 “한국의 ‘나토 전장정보수집활용체계’(BICES·바이시스) 가입 절차가 신속히 진행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고, 뤼터 사무총장은 “속도감 있게 진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챙기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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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대규모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 특수작전군. 사진 노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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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CES는 나토 본부에 소재한 바이시스 운영 그룹(BGX)이 운용하는 전산망으로, 이를 통해 나토 회원국은 원격으로 안전하게 군사 기밀을 공유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나토정상회의에서 바이시스 가입 추진을 공식화했다. 바이시스와 나토 이사회의 승인을 거치면 정식 가입이 이뤄진다.

바이시스에 가입할 경우 북·러 간 불법 군사협력을 비롯, 우크라이나전과 관련해 보다 많은 양의 핵심 정보를 효율적으로 공유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다만 이는 한·미 정보공유 시스템과도 연관된 문제인 만큼 세부 조율과 인프라 구축 작업이 추가로 필요할 전망이다.



감시 강화, ‘연합 제재’ 전선 구축



북·러 간 무기, 인력은 물론 기술 이전 동향 등을 보다 면밀히 감시하고 추적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폐지된 안보리 대북제재위 전문가 패널의 기능을 이어받아 최근 출범한 ‘다자제재모니터링팀’(MSMT)도 첫 표적으로 북한과 러시아 간 동향을 주시할 가능성이 크다. MSMT에는 한·미·일을 비롯한 11개국이 참여하고 있는데, 뜻을 함께 하는 ‘소수정예’로 운영하며 기민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국정원이 지난 18일 북한군 파병의 규모와 구체적 경로, 배치 부대, 특정인물의 사진 등을 공개한 데서 알 수 있듯 한국을 중심으로 이미 북·러 간 동향에 대한 집중 감시가 이뤄지고 있으며, 주요국들이 합세할 경우 감시망은 더 촘촘해질 수 있다. 압도적 정보력을 과시하는 기밀정보 동맹체 ‘파이브 아이즈’(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가 모두 MSMT의 일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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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이 지난 18일 밝힌 북한군 이동 동향. 지난 12일 북한 병력 수송 목적 러시아 함정 활동.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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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의 강화는 곧 ‘연합 제재’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안보리에서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 만큼 뜻있는 국가들이 각기 북한이나 러시아에 독자제재를 가하는 방법이 가능하다. 단독으로 제재하는 것보다 여러 나라가 공유된 정보를 바탕으로 함께 제재에 나설 경우 이들의 손발을 묶는 효과는 더 커질 수 있다.

일각에선 파병이라는 국면 전환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쟁범죄의 공범’으로 죄를 물을 수 있는 길을 연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이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다양한 범죄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앞서 지난 8월 패트릭 라이더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의 대러 군사 지원을 언급하며 “북한은 러시아 불법 침략의 공모자(complicit)”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물론 김정은이 우크라이나 민간인 살상 등에 직접적 책임이 있다는 점을 규명해야 하는 등 법률적 검토의 과정이 쉽지 않지만, 이런 논의가 시작되는 것만으로도 인권 문제에 민감한 김정은에게는 큰 압박수가 될 수 있다.



여전히 유효한 ‘무기 지원’ 옵션…러 행동 달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역시 유효한 선택지다. 우크라이나는 특히 우수한 성능의 방공 무기를 한국에 꾸준히 요청해왔다. 경우에 따라서는 방공용뿐 아니라 살상무기 지원까지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기류가 정부 내에는 있다.

다만 이는 ‘최후의 선택지’가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는 수십 년 간 유지해온 대러 정책의 대전환을 의미하는 파급력 큰 대응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단계적 조치를 언급한 것 역시 이런 배경으로 보인다.

정부 내부적으로는 러시아가 북한에 핵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기술을 이전하는 걸 넘어선 안 될 선으로 설정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 소식통은 “이미 밝혔듯 정부는 가용한 모든 수단을 검토할 것”이라며 “한국의 행동은 러시아의 행동에 달렸다는 걸 러시아 측이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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