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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데스크칼럼]아니면 말고식 대출규제에 속타는 실수요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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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하니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 “디딤돌대출이란 걸 받아본 정부 관계자가 없는거냐 집값을 잡으랬더니 왜 서민 대출을 잡나”

정부가 저금리 정책대출 상품인 ‘디딤돌 대출’을 두고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자 시장의 혼란의 더욱 가중되고 있다. 갑작스러운 정책대출의 축소에 대한 반발이 이제는 일관성 없는 정책에 비판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데일리

서울의 한 은행 앞에 내걸린 디딤돌 대출 등 정보(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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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정부는 “정책 대출이 집값을 끌어올린 직접적 원인이 아니다”며 “정책대출 대상을 줄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한 달 만에 이를 뒤집고 디딤돌 대출을 규제하기로 했고, 또 거센 반발에 부딪히자 다시 ‘보류’라며 잠정 연기를 결정했다.

한 달만에 오락가락한 그 시기. 그리고 집값을 잡는 대상으로 디딤돌 대출을 택한 것 모두가 잘못됐다.

디딤돌대출은 부부합산 연 소득 6000만원(생애최초·2자녀 이상 가구 7000만원, 신혼부부 8500만원)이하인 무주택자가 5억원(신혼부부 6억원) 이하, 전용면적 85㎡이하(읍·면 지역 100㎡ 이하) 주택을 사면 최대 2억5000만원(생애최초 3억원, 신혼부부·2자녀 이상 가구 4억원)까지 대출해 주는 상품이다.

연 소득이나 집값 기준을 봤을때 누가봐도 실수요자 대출임에 분명하다. 지금의 집값은 서울 핵심지와 그 곳의 로또 청약이라고 불리는 신축 단지들이 이끌고 있다. 로또 청약이라 불리는아파트. 분양가를 또 새롭게 썼다는 아파트는 디딤돌 대출로는 쳐다볼수도 없다.

그런데 국토교통부는 반발을 예상치 못했던 듯 하다. 어쩌다 디딤돌 대출 축소라는 결정을 했고 또 번복했냐는 질문에 여전히 정책대출의 대상을 제한하거나 대출 한도를 건드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축소를 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출 대상은 그대로 뒀고 그간 예외적으로 허용했던 부분(방공제, 준공 전 아파트에 대한 후취 담보대출 등)을 손본 것이라고 해명했다. 오락가락이 아니라 관행을 규정대로 바로잡고자 했다는 얘기다. 이게 해명이 아니라 정말로 이렇게 생각한다면 더 심각하다. 그게 관행이든 예외든 그간 현장에서 대출이 나갔던 부분이라면 이는 명확하게 은행 창구에서 대출 축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데 그마저도 예상치 못했다면 말이다.

정부의 이번 헛발질은 결국 대출 수요를 자극시킬 것으로 보인다. 잔금을 앞두고 대출이 축소될 뻔한 경험담이 공유되면서 규제가 다시 강화되기 전에 서둘로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몰릴 수 있다.

앞서 경험도 한번 있지 않은가. 지난 7월 시행 예정이던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9월로 전격 연기했고. 7~8월 주택담보대출은 급증했으며 두 달 사이 집값은 또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결과적으로 지금 그때 늘어난 대출과 집값을 잡겠다고 디딤돌 대출 규제에 나서게 된 꼴이다.

국토부는 오는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히 종합감사 때까지 추가 대책을 마련한다는 입장이다. 이번에는 또 어떤 얘기가 나올까 예측불가능하다. 가계대출의 심각성 때문에 불가피하게 정책대출을 손봐야 할 때면 어떤 것이 우선순위에 있을지 신중하게 생각하길 바란다. 출시 초기 부터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신생아 특례대출의 소득기준은 부부합산 1억3000만원이다. 디딤돌 대출의 연 소득 6000만원과 비교된다. 이 마저도 소득 기준을 완하하겠다고 했다가 가계대출 증가세 눈치를 보느라 완화 시점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이 대출의 수요자도 많지만 정책대출까지 손을 데야 할 정도라면 우선순위의 기준을 먼저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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