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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사설] 의학회 등 ‘의정 협의체’ 참여키로, 갈등 해결 물꼬 트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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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22일 오전 서울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빈 병상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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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학회와 의대·의전원협회가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하기로 했다. 두 단체는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반대하고 젊은 의사들의 충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면서도 “의료 붕괴를 더는 묵과할 수도 없다”고 했다. “전쟁 중에도 대화는 필요하다”는 말도 했다. 법정 단체인 의사협회는 불참 입장을 밝히면서도 “두 단체의 결정을 존중한다” “전공의와 의대생들 요구를 반영하고 의료계 전체 의견을 고려한 협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고 응원의 뜻을 전했다.

의료계의 일부나마 참여하기로 함에 따라 여·야·의·정 협의체가 가동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정부와 의료계가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은 처음이다. 이 기회를 살려야 한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진료 현장을 떠난 지 벌써 8개월이 넘었다. 그 사이 의료 현장에선 시스템이 차례로 망가지면서 상당수 병원 응급실까지 제한 운영에 들어갈 지경에 이르렀다. 정부도 특별한 대책 없이 시간만 보냈다. 이런 정부와 의료계의 치킨 게임에 국민과 환자들의 피해와 불안은 커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정부의 대규모 의대 증원에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반발하며 생긴 것이다. 문제 해결도 이들을 중심으로 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아직 전공의와 의대생들의 협상 참여 움직임은 없다. 하지만 이번에 협의체에 참여하는 의학회와 의대협회는 각각 전공의와 의대생의 수련과 교육을 책임지는 곳이다. 두 단체의 역할과 규모를 고려하면 의료계는 물론 전공의, 의대생들의 의사를 반영한 결과가 나오고 이를 전공의, 의대생들이 받아들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갈등이 시작된 후 오랜 시간이 흘렀다. 이제는 의료계와 정부 모두 무엇이 문제의 핵심이고 상대방 입장이 무엇인지 충분히 알게 됐다.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비롯해 의대생 교육과 전공의 수련 정상화, 필수의료 수가 정상화, 지역 의료 강화, 의료 사고 안전망 구축 등 이번에 드러난 현안들이 한둘이 아니다.

정부가 의료계의 여러 요구에 유연한 자세를 보이는 것이 사태 해결의 열쇠다. 의대 증원이라는 큰 뜻이 중요하다. 구체적인 숫자는 시간을 두고 풀어갈 수 있는 문제다. 대입 수시 접수를 마감한 지 오래인데도 의료계가 2025학년도 증원 원점 재검토 요구만 되풀이하는 것도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번을 계기로 오랜 반목과 불화, 갈등이 해결의 길로 들어서길 소망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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