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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美 대선 세 번째 출마… 민주당 발목 잡는 ‘1%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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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당 74세 질 스타인 변수될까… 민주당 후보 해리스 ‘노심초사’

조선일보

지난 8월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민주당 전당대회(DNC) 행사장 근처 공원에서 질 스타인 녹색당 대선 후보가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의 의미를 담아 팔레스타인 전통 스카프 ‘케피예’를 두른 모습이다. 스타인의 지지율은 1%도 되지 않지만, 트럼프와 박빙으로 맞붙는 상황에서 그가 민주당 지지층의 표를 조금이라도 더 가져갈까 민주당은 노심초사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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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이 십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지지율이 1%도 되지 않는 녹색당 질 스타인(74) 후보와의 경쟁에 노심초사하고 있다.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박빙의 대결을 벌이고 있는 경합주에서 스타인이 민주당 지지층 표를 일부 가져갈 가능성이 있어서다. 민주당 일각에선 민주당 지지층의 표가 스타인의 표와 분산되면서 2016년 트럼프가 당선됐던 ‘악몽’이 되풀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뉴욕타임스(NYT)는 20일 “스타인이 미시간주(州) 같은 곳에서 중요한 표심을 돌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민주당이 사상 최초로 제3후보를 겨냥한 네거티브 광고를 준비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이 전례 없이 스타인에게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라는 설명이다.

스타인은 이번 대선에서 네바다를 제외한 경합주 6곳 등 38주의 투표 용지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 소득 불평등 해소, 친환경, 의료비·학자금 부채 폐지 같은 진보적 의제를 앞세웠다. 이스라엘이 중동에서 벌이는 무력 충돌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더 큰 선(善)을 위해 싸워야 한다”는 것이 스타인의 지론이라는 것이다.

조 바이든 정부의 친(親)이스라엘 중동 정책이 마음에 들진 않지만, 트럼프에게 투표하는 것은 망설이는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스타인에게 표를 줄 수 있다. 최근 미시간의 일부 아랍계 미국인 단체들이 “우리의 목표는 해리스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라며 스타인 지지 선언을 하는 일도 있었다. “평생을 차악(次惡)의 후보에 투표하는 일에 지쳤다”는 것이 이들 얘기다. 미국·이슬람위원회가 최근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아랍계 인구가 많은 미시간에서 이슬람 유권자의 40%는 스타인 후보를 지지한 반면, 해리스 지지율은 12%에 그쳤다.

민주당 지지자들 입장에서 스타인은 대통령 트럼프를 탄생시킨 원흉이자 ‘스포일러(spoiler·방해꾼)’다. 스타인은 2016년 대선 당시 ‘러스트 벨트(rust belt·쇠락한 공업지대)’ 경합주 중 하나인 위스콘신에서 3만1072표를 얻었다. 이는 당시 트럼프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간 득표 격차(2만2748표)보다 많은 것이었다. 펜실베이니아에서도 트럼프는 클린턴을 4만4292표 차로 이겼는데, 이곳에서 스타인은 4만9941표를 얻었다.

이런 이유로 스타인은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사기꾼’이란 소리까지 들었다.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최근 “스타인에게 투표하는 것은 트럼프에게 투표하는 것”이란 30초 분량의 광고를 내보냈다. 이에 대해 스타인은 “해리스 선거 캠프가 대선에서 졌을 때 탓할 수 있는 희생양을 찾고 있다”고 했다. 반면 트럼프는 유세 때 “100% 민주당 표만 가져가는 스타인을 매우 좋아한다”고 말한 바 있다.

스타인은 일리노이 시카고의 유대계 가정 출신이다. 본업은 의사다. 하버드대에서 심리학을 공부했고, 하버드 메디컬 스쿨(의학 전문 대학원)을 졸업했다. 2002년 매사추세츠 주지사 선거 당시 출마 제안을 받아 정계에 입문했다. 당시 “정치는 모든 질병의 어머니이기 때문에 임상 의학에서 정치로 자리를 옮겼다”는 그의 농담은 지금까지도 워싱턴 정치권에서 회자된다.

스타인은 본래 민주당 지지 성향이었지만 베트남 전쟁을 계기로 돌아섰다. 1996년 대선부터 네 번 연속 대선에 출마한 제3후보 랠프 네이더 등의 영향을 받아 이른바 주류 정치인들과는 결이 다른 노선을 걸어왔다. 스타인은 2012년과 2016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대선 출마다. 바이든이 당선된 2020년엔 출마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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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녹색당 대선 후보인 질 스타인이 6일 미국에서 아랍계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미시간주 디어본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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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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