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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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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이긴 부산 간 尹, 친한계 긴급 소집 韓… 각자 ‘마이웨이’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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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담 이후 더 멀어진 尹·韓

조선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부산 금정구 범어사에서 대웅전 참배를 마치고 정오 스님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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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회동 이튿날인 22일 각각 부산·강화를 찾았다. 두 지역은 10·16 재·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한 곳이다. 전날 회동에서 이견을 노출한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이날 모두 ‘나의 길을 가겠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부산 금정구 범어사를 방문해 “여러 힘든 상황이 있지만 업보로 생각하고 나라와 국민을 위해 좌고우면하지 않고 일할 것”이라며 “돌을 던져도 맞고 가겠다”고 했다. 이 같은 윤 대통령 발언은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논란을 피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윤 대통령은 범어사 대웅전에서 향로에 헌향한 뒤 “20여 년 전 부산에서 근무했고, 떠나서도 금정산을 등산하며 이곳을 여러 차례 방문했다”며 “비 오는 날 부처님을 뵈니 좋다”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이 범어사를 찾은 것은 이승만 전 대통령 이후 두 번째다.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은 국민의힘이 지난 10·16 재·보궐선거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압승한 지 엿새 만이다.

범어사 방문에 앞서 윤 대통령은 부산에서 열린 자원봉사 대회 개막식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부산은 선한 연대의 힘을 확인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했다. 이날 약속돼 있던 부산 지역구 의원들과의 만찬은 취소됐다. 대통령실은 “새로운 일정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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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국민의힘 의원들과 만찬 회동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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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날 한 대표는 10·16 재·보선에서 승리한 인천 강화에서 “오직 국민만 보고 민심을 따라서 피하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강화풍물시장에서 당선한 박용철 강화군수와 군민들을 만난 한 대표는 “저는 국민의힘이라는 우리 당 이름을 참 좋아한다”며 “우리는 국민의힘이 되겠다. 국민에게 힘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후 한 대표는 서울 여의도에서 친한계 인사들과 긴급 만찬 회동을 했다. ‘즉석 회동’임에도 20명 이상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전날 대통령과의 회담과 관련해서 “현재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함께 당내 화합도 강조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 대표는 “당이 여러 가지 어려운 환경을 맞고 있으니 내부 결속을 잘해야 한다. 어려운 환경을 직시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친한계 인사는 “당내 세 규합을 통해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라며 “대통령실과는 별개로 ‘마이 웨이’를 걷겠다는 의미가 아니겠느냐”고 했다. 한 대표와 친한계 인사들은 이 같은 모임을 정기적으로 갖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지난 21일 만남에서 김건희 여사 문제 등 주요 현안과 관련해 입장 차를 확인하고 헤어졌다. 이 회동을 두고 한 대표에 대한 대통령실의 의전(儀典)을 두고 윤·한 두 사람의 의견 대립 못지않은 논란이 불거졌다. 직사각형 탁자를 사이에 두고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1대2로 마주 보는 모양새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친한계에선 “한 대표를 국정 파트너가 아닌 부하로 보이게끔 대통령실이 연출한 것 아닌지 의구심을 낳는 자리 배치”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현장에 24분가량 늦게 도착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한 대표를 야외에 서서 기다리게 한 것을 두고도 친한계에선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친한계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이) 늦게 왔는데 한 대표를 그냥 밖에 세워놨다”고 했다. 그러나 대통령실 관계자는 “북한의 러시아 파병 등 위중한 국가 안보 사태로 나토 사무총장과 통화, 영국 외교 장관 접견으로 늦어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회동을 끝내고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를 불러 만찬을 한 것을 두고도 한 대표 측에선 “전형적 갈라치기”라는 말이 나왔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는 차담을 한 것과 비교할 때 추 원내대표만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나타낸 것 아니냐는 얘기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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