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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관저 100m 앞부터…경찰 김건희 동행명령장 원천봉쇄 ‘심기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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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성윤·이건태·장경태 의원 등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1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동행명령장을 전달하기 위해 이동하던 중 경찰에 가로막혀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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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은 제79주년 경찰의 날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대문 미근동 경찰청 청사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했다. 대통령실은 “2012년 이명박 대통령에 이어 12년 만의 경찰청 방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윤 대통령은 축사에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 전국의 모든 경찰관”에게 감사를 표했다.



윤 대통령의 12년 만의 방문에 대한 ‘보답’일까. 2시간 뒤인 낮 12시께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로 가는 길목에 있는 볼보 빌딩 앞 인도 전체를 경찰 수십명이 바리케이드를 이중으로 치고 가로막았다. 관저 입구에서 100m 이상 떨어진 지점이었다. 김건희 여사에게 발부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동행명령장 송달을 막기 위해서였다. 집회·시위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인도와 인접한 한남대교 방향 한남대로 6개 차선 중 3개 차선까지 경찰을 배치해 차단했다.





서류 봉투 하나가 김건희 생명에 위해?





이날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는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가 증인으로 나왔다. 법사위는 김 여사 역시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불출석하자,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앞서 오전 11시5분께 국회 법사위 직원들이 동행명령장 전달을 위해 대통령 관저를 찾았지만 실패했다. 이에 1시간 뒤쯤 법사위 소속 민주당 이성윤·이건태·장경태 의원이 ‘현장 지원’을 나온 것인데, 경찰이 바리케이드까지 치며 막아선 것이다.



경찰의 ‘육탄 방어’ 현장에는 관할 서울 용산경찰서 호준욱 서장이 직접 나왔다. 대통령실·관저 이전으로 과거 종로경찰서가 가졌던 위상은 용산경찰서로 옮겨갔다. 2년 전 이임재 당시 용산경찰서장은 용산 대통령실 주변 집회 관리에 집중하다 이태원 참사를 막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달 1심에서 이런 책임이 인정돼 금고 3년 실형이 선고됐다.



호준욱 서장은 ‘경호처도 아닌 경찰이 왜 막느냐’는 의원들 항의에 “대통령 등 경호에 따른 법률에 따라 막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호 서장 본인이 지시했다는 것이다. 대통령경호법은 경호처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 경호구역을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다만 경호 목적 달성을 위한 최소 범위로 한정하고, 경호업무를 지원하는 공무원은 불가피한 경우에만 출입통제·교통관리 등을 할 수 있다고 제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경찰 출신 박종준을 충암고 선배 김용현에 이어 경호처장에 임명했다.



용산 대통령실은 김 여사 동행명령장 발부에 대해 “저열하고 폭력적인 정치 행태” “의회 일당 독재의 민낯” “대통령 부인 망신 주기”라고 비난했다. 동행명령장 발부가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적법하게 이뤄진 만큼, 평소 법치주의를 버릇처럼 강조하던 대통령실도 “저열” “독재” “망신” 같은 정치적 비난만 쏟아낸 셈이다.



적법 절차를 밟은 동행명령장 송달 자체를 원천 봉쇄한 경찰과 경호처 행태는 처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입법부가 적법하게 발부한 동행명령장 송달 과정이 대통령경호법이 정한 ‘경호 대상자의 생명과 재산 보호’ ‘신체에 가해지는 위해 방지·제거’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국회 직원들은 국회 법사위원장이 내준 서류 봉투 하나를 들고 갔을 뿐이다. 경호처와 경찰이 불법을 불사하며 ‘김건희·윤석열 부부 심기 경호’에 나섰다고 봐야 한다.



국회 출석에 필요한 적법 절차를 강조한 것은 정작 윤 대통령 측근 참모인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다. 김 여사 동행명령장 송달 원천 봉쇄가 이뤄진 21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윤 비서관은 지난 8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청원 청문회’에 불출석한 이유는 “절차 위반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자신이 용산 대통령실에 근무하고 있는 걸 알면서도 오전 11∼12시쯤 집으로 출석요구서를 보냈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관 출신인 윤 비서관은 민사집행법·민사소송법을 거론하며 “일부러 본인에게 송달하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주장했고, 이날은 출석요구서가 제대로 전달됐기 때문에 출석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21일 오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면담에서 김 여사가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꼭 필요한 행사가 아니면 이미 많이 자제하고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 말이 사실이라면, 대외활동을 중단한 김 여사는 이날 한남동 관저에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적법 절차를 밟은 동행명령장을 경호처나 수행 직원을 통해 수령하지 않았고, 경호처는 경찰을 앞세워 국회의원과 국회 직원의 추가 송달 시도 자체를 경찰력을 동원해 원천 봉쇄했다.



한겨레

2017년 2월3일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선 박영수 특검의 양재식 특검보(왼쪽)와 박충근 특검보(오른쪽)가 청와대 연풍문 앞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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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이 김건희 압수수색 영장 발부한다면?





만약 ‘김건희 특검법’ 통과로 특검 수사가 시작된 뒤, 김 여사 관련 압수수색 영장이 발부된다면 어떻게 될까. 2017년 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뇌물수수 혐의 피의자’ 등으로 박근혜씨를 적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시 수사팀장이었다. 청와대 거부로 5시간 대치 끝에 철수했지만, 경찰이 청와대 접근 자체를 봉쇄하지는 않았다.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이던 2019년 12월에는 감찰 무마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 대통령비서실로부터 관련 자료를 제출 받는 등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바 있다.



국회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 의원들은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고의로 동행명령장을 수령하지 않은 김건희 여사를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고발하기로 했다. 또 적법한 송달 절차를 방해한 경찰과 경호처 관계자 등에 대해서도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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