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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3 (수)

블링컨, 네타냐후에 "신와르 죽음 이용해 휴전"...짧은 휴전은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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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회담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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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을 2주 앞두고 이스라엘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하마스 수장 야히야 신와르의 죽음을 계기로 가자 지구와 레바논에서 휴전할 것을 촉구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이스라엘이 일부 인질을 돌려받고 짧은 휴전을 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CNN, 현지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 블링컨 장관은 2시간30분 동안 회동했다. 이 자리에서 블링컨 장관은 신와르의 죽음을 계기로 가자전쟁을 종식할 것을 촉구했으나 네타냐후 총리는 “신와르의 제거는 인질 귀환과 전쟁 목표 달성, 전후 계획에 긍정적일 것”이라고만 답했다. CNN은 네타냐후 등 이스라엘 관리들이 곧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점을 주목했다.



“신베트 국장, 카이로서 짧은 휴전 논의”



다만 NYT는 이스라엘 관리 2명을 인용해 “최근 이스라엘 내각이 약 일주일 반의 휴전을 논의했다”며 “지난해 11월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약 인질 100명과 팔레스타인 포로 240명을 석방하며 일주일 간 휴전한 것과 유사하다”고 전했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도 “(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의 로넨 바르 국장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논의하기 위해 21일 카이로에 있었다”며 “이스라엘 관리들은 몇몇 인질이 석방되는 짧은 휴전과, 모든 인질을 석방하며 레바논과 가자전쟁을 끝내는 포괄적인 협정 둘 다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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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를 이끄는 로넨 바르 국장. 지난 5월 예루살렘의 한 군 묘지에서 열린 전사자 추모식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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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한 이스라엘 고위 관리는 CNN에 “하마스를 누가 이끌게 될지 불확실해 인질 협상이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하마스 소식통은 전날 AFP통신에 “신와르의 후임자를 정하는 대신 3월로 예정된 다음 선거 때까지 고위 인사 5명으로 구성된 위원회가 하마스를 통치하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위원회는 가자지구 2인자인 칼릴 알하이야, 서안지구 대표 자헤르 자바린, 해외 조직 책임자 칼레드 마샤알, 보안상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2명으로 구성돼 있고, 이들은 현재 모두 카타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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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해외 조직 책임자 칼레드 마샤알.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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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가자지구 2인자인 칼릴 알하이야.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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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링컨, ‘장군의 계획’ 안 한다 밝힐 것 요구”



이날 회동에서 블링컨 장관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스라엘이 가자 북부에서 민간인을 몰아낼 의도가 없음을 공개적으로 밝힐 것도 촉구했다. 앞서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 북부를 떠나기를 거부한 이들에게 고의로 기아를 겪게 하는 정책, 일명 ‘장군의 계획’을 진행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장군의 계획’을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면서도 이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거부했다고 한다. 대신 인도적 지원을 위해 외국 민간 보안 회사 이용 등 하마스의 시민 통치를 대체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미국 관리는 기자 브리핑에서 “이 회동에서 네타냐후는 가자지구 지원을 늘리라는 미국의 경고가 심각함을 인식했다”고 전했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이 11월 중순까지 가자지구 지원 수준을 늘리지 않으면 미국의 군사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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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북쪽 마을인 베이트 라히아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마을을 떠나고 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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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공격 후에도 미국, 함께 해달라”



이날 이스라엘 총리실은 네타냐후 총리가 이란과 하마스·헤즈볼라와 맞서 싸우는 데 미국의 지원에 감사를 표했다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네타냐후의 자택을 헤즈볼라의 드론이 공격한 것과 관련 “이란이 헤즈볼라를 통해 이스라엘 총리를 암살하려 시도한 데 대해 ‘충격’을 받았다”며 “매우 심각하고 전례 없는 공격”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대이란 보복과 관련해선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블링컨 장관과 별도로 회동하며 “우리가 이란을 공격한 후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블링컨 장관의 중동 순방은 지난해 10월 7일 가자전쟁 발발 이후 11번째다. 다만 애초 계획했던 요르단은 건너뛰고 23일 바로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아랍 국가들이 자국 영토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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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이 쿠웨이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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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즈볼라 2인자는 암살 피해 이란행”



이스라엘은 이날도 레바논 공습을 이어갔다. 이 때문에 헤즈볼라 측의 기자회견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헤즈볼라 대변인이 기자들에게 지난 19일 네타냐후 자택을 노린 드론 공격 주체가 자신들이라고 밝히는 브리핑을 시작한 후 이스라엘군이 근처 건물에 대피 경고를 내려 브리핑이 중단됐고, 불과 몇 분 뒤 이스라엘군 공습이 이뤄졌다. 이스라엘군은 헤즈볼라의 정보 본부를 폭격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암살된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후계자로 추정됐던 하셈 사피에딘의 사망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사피에딘은 나스랄라의 사촌이자 지하드 평의회 의장으로, 그의 생사는 지난 3일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공습 이후 불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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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연설하고 있는 하셈 사피에딘. 이스라엘군은 22일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의 후계자로 추정됐던 사피에딘의 사망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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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헤즈볼라 2인자인 나임 카셈 사무총장은 이란 테헤란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동 매체는 “카셈이 (이스라엘의 암살을 우려해) 지난 5일 이란 외무장관이 레바논에 왔을 때 탄 비행기를 타고 베이루트를 떠났다”고 전했다.

백일현 기자 baek.il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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