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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윤 대통령은 왜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엮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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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오른쪽)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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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배우자와 친인척을 담당하는 특별감찰관 임명은 어쩌다 성격이 완전히 다른 북한인권재단 이사 임명과 엮이게 됐을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23일 김건희 여사 의혹 해소 수단으로 대통령 친인척 등 비위를 감찰할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진행하자고 공개 제안했다. 한 대표는 김 여사 의혹 해소가 필요하다면서도 유일한 규명 수단인 ‘김건희 특검법’에 반대하는 모순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런 당 안팎 비판에 꺼낸 것이 특별감찰관 추천이다.



강제조사 권한이 없는 특별감찰관은 권한이나 전문성, 인력 구성 등에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김 여사 관련 의혹을 규명할 수단이 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많다. 다만 김 여사 의혹 관련 3대 요구 중 ‘용산이 아닌 여의도’에서 할 수 있는 것이 그나마 특별감찰관 추천이라는 점에서, ‘성과’를 만들려는 한 대표가 의지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차담 때도 특별감찰관 임명을 제안했지만,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합의부터 해오라’는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국정브리핑 때도 “여야가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특별감찰관 문제를 연관 짓고 있는 것으로 들었다. 국회에서 정해주면 임명하겠다”며 국회에 떠넘긴 바 있다.



특별감찰관법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만들어졌다. 국회가 15년 이상 경력 변호사 3명을 후보로 추천하면, 대통령은 3일 이내에 1명을 특별감찰관으로 지명해야 한다. 국회 인사청문 대상이다.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 친족 △대통령비서실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이 감찰 대상이다. 특별감찰관은 특별감찰관보(1명)와 감찰담당관(10명 이내)을 둘 수 있다. 필요할 경우 감사원·검찰·경찰·국세청 등에 인력 지원(20명 이내)을 요청할 수 있다. 감찰 대상자에게 자료 제출·답변 요구를 할 수 있지만 강제성은 없다.



2015년 3월 초대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임명됐다. 그러나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수사의뢰한 직후인 2016년 9월 사직하면서 이후 특별감찰관은 공석이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취임 직후 특별감찰관 기능 회복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이후 민주당은 공수처가 만들어지면 특별감찰관 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며 특별감찰관 대신 공수처 설립에 집중했다.



북한인권재단 역시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9월 설립 근거가 마련됐다. 남북한 관계를 고려해 신중해야 한다는 민주당 반대에도 북한 인권 실태조사와 연구 등을 명분으로 내세운 새누리당 주도로 북한인권재단 설립 등을 담은 북한인권법이 제정됐다. 북한 주민 인권과 대북지원 민간단체 지원 등을 맡는 북한인권재단 이사진은 여야 교섭단체가 각 5명씩, 통일부 장관이 2명을 추천하게 돼 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공석인 특별감찰관, 이사 추천이 멈춘 북한인권재단 문제가 여야 주요 공방 대상이 됐다. 자유한국당에 이어 미래통합당(이상 국민의힘 전신)은 문재인 정부가 공을 들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이 2020년 7월 제정되자 공수처장 후보 추천에 반대하며 “법대로 한다면 지난 4년간 임명하지 않고 있는 특별감찰관이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은 왜 안 하느냐”고 따졌다.



이후 국민의힘은 공수처장 후보 추천을 위한 추천위원회 구성 자체를 거부하다 여론의 압박을 받자,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연계시키기 시작했다. 2020년 10월 민주당이 ‘공수처장 후보와 특별감찰관 후보 동시 추천’을 역제안하자, 국민의힘은 ‘선 특별감찰관·후 공수처장’을 주장했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 때 발생한 라임·옵티머스 사건 특검 임명까지 추가했다. ‘공수처장+특별감찰관+북한인권재단 이사+특검’까지 조건을 하나씩 늘려가며 한데 엮은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뒤, 이번에는 더불어민주당이 특별감찰관 임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김건희 여사와 장모 최은순씨 관련 의혹이 지렛대였다. 이에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 시절 특별감찰관·북한인권재단 이사 임명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해 민주당이 먼저 사과해야 한다고 맞섰다. 특별감찰관 폐지까지 검토했던 윤 대통령 뜻에 따라 특별감찰관 추천을 하지 않으려는 의도였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추천해야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에 참여하겠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2022년 8월 국민의힘과 통일부는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절차를 마쳤다.



이에 민주당은 “특별감찰관은 특별감찰관대로, 북한인권재단은 북한인권재단대로 이사 추천 절차를 밟으면 된다. 연계할 사항이 아닌 것을 연계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 저의가 있다”고 맞받았다. 성격이 다른 두 사안을 연계하는 게 말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국민의힘이 ‘특별감찰관+북한인권재단 이사’ 연계 조건을 내건지 2년여 만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입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조건으로 걸지 말고 우선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부터 밟자는 것이다. 오는 11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1심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에 국민이 납득할 만한 김건희 여사 문제 해소 노력을 보여야 한다는 이유다.



한 대표의 공개 제안에 친윤석열계인 추경호 원내대표는 “원내 사안”이라며 ‘원외 대표’ 제안을 단박에 끊어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표의 선고와 특별감찰관 의사 결정 부분이 맞물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이재명 1심 선고+특별감찰관 추천’은 연계할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다. 추 원내대표는 이어 “민주당이 빨리 이사 후보를 추천해 국회에서 추천 절차가 마무리돼서 인권재단이 출범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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