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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사설] ‘살상무기 우크라 지원’으로 입장 선회, 한·러 관계는 파국 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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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북한군 러시아 파병 정보를 앞장서 공개한 뒤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를 단계적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22일 살상무기는 “감정이 개입된 단어”이므로 “방어용과 공격용 무기로 단순하게 구분하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방어용 무기 지원을 우선 고려할 수 있고 또 (북·러 협력의) 도가 지나치다 싶으면 마지막으로 공격용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지금까지 밝혀온 살상무기 지원 불가 방침을 바꾼 것이다.

정부의 입장 선회는 큰 변화이다.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정황을 그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사실이라면, 북한군의 대규모 러시아 파병은 우크라이나 전쟁 판도뿐만 아니라 한반도에 미칠 영향이 클 것이다. 하지만 아직 우크라이나와 한국 외에는 어떠한 나라도 북한군의 대규모 파병에 확신을 갖고 말하지 않고 있다. 당사자인 러시아가 한국 국가정보원 발표에 ‘상충되는 정보가 많다’고 했고, 북한은 부인했다. 미국 정부는 23일(현지시간) “북한군이 러시아에 갔다는 증거가 있다”(오스틴 국방장관)며 북한의 파병을 처음으로 인정했으나 파병 목적은 확인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무기 체계를 방어용과 공격용으로 구분하는 것도 무의미하다. 지대공 미사일 같은 무기는 방어용으로 분류될 수 있지만 상대방을 죽이는 무기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 한국은 이미 포탄 우회 지원을 통해 간접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해왔다. 하지만 살상무기 직접 지원은 차원이 다르다. 한국이 살상무기를 지원하면 우크라이나 전력에 보탬이 될 수 있겠지만 전쟁은 더 장기화·국제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는 강하게 반발할 것이다.

아직은 한국이 앞장서서 무기 지원 방침을 바꿀 때가 아니다. 국정원의 이례적으로 상세한 정보 공개가 어떤 경위로 이뤄진 것인지 석연치 않지만, 다른 나라보다 성급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정보 공개가 성급하기는 했지만, 그와 별개로 정책 변화에는 신중해야 한다. 이미 32개월간 계속된 전쟁이 더 지속되고 세계대전으로 가는 길에 힘을 보태는 것부터 바람직하지 않다. 아울러 한·러관계가 더 악화되는 것도 좋지 않다. 러시아가 비록 북한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한국과 협력할 여지가 남아 있다. 지난 정부들이 지켜온 30년 북방외교 성과를 완전히 무로 돌리진 말아야 한다.

경향신문

조태열 외교장관과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교장관이 지난 21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한·영 외교장관 전략대화를 가졌다. 두 장관은 ‘러·북 협력에 관한 공동성명’에서 “보도된 북한의 병력 파병”이라는 표현을 택했다. 북한의 파병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라는 의미이다. 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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