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이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사실을 23일(현지시간) 언급하면서 “(관련) 증거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미 고위 관계자가 북한군의 파병을 공식 확인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간 백악관 등이 계속해서 “확인 중”이라고만 밝혔던 것과 다른 모습이어서 미국이 향후 어떤 대응방안을 들고 나올지 주목된다.

러시아 극동 연해주 지역에 파병된 것으로 보이는 북한군 추정 동영상이 또 공개됐다. 러시아 독립 언론기관이라고 주장하는 '아스트라'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텔레그램 채널에 북한군으로 보이는 군인들이 건물 외부에 서 있는 모습을 촬영해 게시했다. 아스트라는 해당 영상에 대해 "블라디보스토크 '세르기예프스키에 위치한 러시아 지상군 제127자동차소총사단 예하 44980부대 기지에 북한군이 도착한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사진 텔레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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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 중인 오스틴 장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관련 질문을 받고 “우리는 북한군이 러시아로 갔다는 증거를 보고 있다”며 “정확히 뭘 하고 있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러시아에 북한군이 있다는 증거가 있는 건 맞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북·러가) 공동 교전국이라면 그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이는 유럽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을 비롯한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스틴 장관은 북한의 파병 노림수와 관련해선 “불분명하다”고만 답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러시아의 군사력에 상당한 약점이 발생한 것을 시사한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부분의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어려움에 처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스틴 장관의 발언과 관련, 이날 파라 다클랄라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동맹국들은 북한군이 러시아에 파병됐다는 증거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싸울 운명이라면 러시아의 불법 전쟁에 대한 북한의 지원이 크게 확대되고 러시아가 최전선에서 상당한 손실을 입었다는 또 다른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미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 당국은) 지금까지 약 2500명의 북한군이 파견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또 “(미 정부 관계자들은) 더 많은 북한군 병력이 뒤따를 것인지, 북한군이 외국어를 쓰는 병사들과 한 번도 싸워본 적이 없는 영토에서 얼마나 전투를 잘 수행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추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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