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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사설]‘필수의료 연봉 1, 2위’ ‘20년간 단계적 증원’… 분란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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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의 빅토리아병원에서 웨스턴대 의대 학생(왼쪽)이 담당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응급의학 실습을 하고 있다. 캐나다는 모든 의대생과 전공의에게 담당 교수가 배정돼 일대일 교육 및 수련을 하고 있다. 빅토리아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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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의대 2000명 증원’ 정책이 필요한 이유로 제시한 것이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살리기다. 생명과 직결된 분야의 적정 의료진 확보와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는 모든 선진국의 주요 의료 정책 목표다. 하지만 동아일보 취재팀이 찾은 미국 일본 캐나다 네덜란드 그 어느 나라도 관련 정책을 추진하면서 한국처럼 자해적인 의정 갈등을 겪지는 않았다. 합리적 보상 체계로 의사 쏠림을 방지하고, 지역별 진료 과목별로 부족한 의사 수를 과학적으로 추계해 점진적으로 늘리기 때문이다.

미국은 필수의료 의사를 파격적으로 대우하는 나라다. 전문의 연봉 1, 2위는 신경외과와 흉부외과로 평균 연봉이 각각 10억5400만 원, 9억9500만 원이다. 이른바 ‘피안성정(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정형외과)’으로 불리는 비필수 분야가 연봉 상위를 휩쓰는 한국과 대조적이다. 미국 필수과 전공의 충원율은 흉부외과 100%(한국 38%), 산부인과 99.6%(63%), 소아청소년과 91.8%(26%)다. 미국은 인류의 건강 증진에 기여하는 의사과학자도 안정적으로 배출해 글로벌 제약 시장을 주도하는데, 의사 연봉에 맞먹는 보상 체계를 운영하는 덕분이다.

일본은 지역 의사 공백을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받는 대신 취약 지역에 9년간 의무 근무하는 지역의사제로 메운다. 2008년 전국적으로 시행하기 전 나가사키현에서 38년간 시범 운영하며 보완한 것이 제도의 안착 비결이다. 고령화를 앞서 경험한 일본은 의대 정원도 17년간 23%(1778명) 늘려 올해 9403명이 됐다. 독립적 의사추계기구를 두고,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교육의 질이 보장되는 한에서 늘리는 것은 모든 나라가 따르는 공식이다. 캐나다는 의대 정원을 3150명으로 1150명 늘리는 데 20년 걸렸다.

한국의 의대 증원은 거꾸로였다. 미용의료 쏠림을 조장하는 보상 체계를 바로잡기보다 의대 증원부터 했고, 증원 규모를 정해 놓고 뒤늦게 추계기구를 설립 중이다. 정부의 일방적 증원에 필수의료 전공의들이 집단 이탈했고, 교육 여건이 열악한 지방 의대 정원이 대폭 늘면서 서울 지역 의대와의 초격차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가성비 좋은 한국 의료가 정책 실패로 붕괴를 눈앞에 두고 있다. 곧 발족한다던 여야의정 협의체는 의대생 휴학 승인에 관한 견해차로 입씨름 중이다. 최악의 사태를 모면할 골든타임을 이렇게 무책임하게 흘려보내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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