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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4 (목)

[기자수첩]K-바이오 경쟁력 핵심 '인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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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유수인 기자][!{GIZAIMG}!]

국내 바이오기업이 글로벌 제약사의 관심과 선택을 받는 일은 낙타가 바늘 귀로 들어가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국내 기업이 개발한 신약 후보물질, 플랫폼 기술 등의 라이선스 아웃 소식만으로 주가가 요동칠 수 밖에 없다. 글로벌 기술이전 성과는 바이오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가 되기도 한다.

바이오 1세대인 펩트론이 미국 일라이릴리와 기술 평가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은 이례적이라 할 수 있다. 펩트론의 장기지속형 주사제 플랫폼 '스마트데포' 기술을 일라이릴리의 펩타이드 계열 약물들에 적용하는 것이 계약의 골자다. 증권가에서는 일라이릴리가 기술이전 우선권을 가져가기 위해 계약금을 납입하는 형태의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본 계약을 위해선 임상 1상 결과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무조건 기술이전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업계는 시가총액이 1200조에 달하는 일라이릴리가 펩트론을 눈여겨봤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최근 의료기술의 발전, 만성질환 증가 등의 영향으로 더 빠르고, 편하게 약을 투여할 수 있는 방법들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일라이릴리는 비만 치료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마운자로'를 보유하고 있는데, 기존 치료제들은 매일, 또는 주 1회 자가 투여해야 하는 한계가 있어 투약 편의성을 높이는 것이 향후 경쟁력이 될 수 있다. 펩트론의 기술로는 주사제 투약 주기를 월 1회 이상 늘릴 수 있고, 실제 상용화 경험도 있어 회사의 기술력을 높게 봤을 거란 평가가 나온다.

알테오젠의 선례도 있다. 알테오젠은 정맥주사(IV) 제형의 의약품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변경할 수 있는 히알루로니다제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이 기술은 미국 할로자임 테라퓨틱스와 알테오젠만 보유하고 있는데, 물질적 안정성과 특허 지속성 측면에서 알테오젠이 앞서 있어 회사는 지난 몇 년간 여러 글로벌 제약사들과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

올 초에는 미국 MSD와 기존에 맺었던 '비독점' 계약을 '독점'으로 변경하고 세계 매출 1위 항암제 '키트루다'의 SC제형 개발에 나섰다. 해당 계약 이후 우리나라를 포함, 글로벌 시장에서 회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크게 달라졌고, 그 영향으로 국내 플랫폼 기술의 위상도 덩달아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같은 성과의 가장 큰 요인은 기술력과 시장성이다. 그리고 밑바탕에는 K-바이오에 대한 신뢰도가 있을 것이다.'빨리빨리' 문화와 한국인 근성의 긍정적 측면도 K-바이오의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나 해외 투자자들이 신약 후보물질, 플랫폼 기술 등과 관련해 한국 기업에 리스트 요청을 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고 한다. 빅파마의 요구사항 등이 있을 때 가장 빠르게 피드백을 주고 흐지부지하는 것 없이 정확하게 해내는 곳이 한국 바이오기업이라서다. 언어적 측면에서도 일본 등 다른 아시아국가 대비 경쟁력이 있다. 실제로 한국 기업들은 언어장벽이 낮고 석박사급 바이오 인력이 풍부해 대화가 잘 통한다는 얘기가 많다.

기술이전도 하나의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중요하다. 한국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쉽다는 얘기가 흘러나오는 것은 그만큼 빅파마의 니즈에 잘 맞는다는 의미이고, 더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은 사람이다. 기술력과 소통 능력을 갖춘 인재 여부가 사업 성과로 이어진다. K-바이오의 위상을 이끌어갈 인재 양성에 힘을 더해야 한다.

유수인 기자 su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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