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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5 (금)

[기고] '漢江'을 '韓江'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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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한강의 옛 이름은 잘 알려져 있듯이 '한가람'이다. '한'은 '크다'는 뜻이고 '가람'은 '흐르는 물줄기'이니, '큰 강'이라는 뜻이 된다. 한강의 가치를 평소에는 크게 느끼지 못하지만 세계 어느 곳을 가 보아도 수도를 관통하며 흐르는 강이 한강만큼 폭이 넓고 주변 풍광이 아름다운 경우는 드물다.

한강은 고구려에서는 '아리수(阿利水)'라고 불렸고 백제에서는 '욱리하(郁里河)'라고 불렸는데, '으리으리하게 크다' 할 때 '으리'가 '아리'와 '욱리'라는 한자어로 표기한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다. 고려 때는 '맑고 밝게 흘러내리는 큰 물줄기'라는 뜻으로 '열수(洌水)'라고 불렸고, 조선시대에는 '수도의 강'이라는 의미에서 '경강(京江)'이라고 불렸다. 한강은 백제가 동진(東晋)과 교류하던 시절 '한수(漢水)' 또는 '한강(漢江)'으로 불렸다고 하는데, 해방이 되고 대한민국이 건국되고 나서 한자 표기가 '漢江'으로 굳어진 과정은 분명하지 않다.

국호 '대한민국(大韓民國)'에는 '韓'을 쓰면서 수도를 관통하는 강 이름엔 '漢'을 쓰는 것은 부자연스러워 보이는데, 그렇게 쓰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온 국민이 반기고, 한강 작가 덕분에 국민 모두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 우리 문학과 문화가 세계의 변방이 아니라 중심으로 다가갔다는 실체적 증거가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다.

한강 작가 이름의 한자어 표기가 '韓江'이다. 한강 작가의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한강의 한자어 표기를 '韓江'으로 바꾸면 어떨까? 여기에는 두 가지의 큰 의미가 있다. 서양에 가면 큰 업적을 남긴 사람의 이름을 딴 도로와 공항 등 공공시설이 많다. 워싱턴(Washington), 링컨(Lincoln), 케네디(Kennedy) 등 미국 역사에 나오는 굵직한 인물들의 이름이 큰 도로 이름과 공항 이름으로 쓰인다.

한강 작가가 대한민국 역사에 길이 남을 큰 업적을 남겼으니 의미 있는 기림으로 화답할 필요가 있다. 한강 작가의 이름으로 한강을 다시 태어나게 한다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대중국 관계의 정립을 위해서도 한강의 한자 표기를 바꿔야 한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이 중국의 일부라고 주장한다. 2017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미국을 방문해 국빈만찬에 참석했을 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10분에 걸쳐 한국이 중국의 일부라는 주장을 폈다. 1943년 11월 카이로 선언을 통해 연합국이 한국의 독립을 보장했을 때 장제스 주석도 한국은 중국의 일부라며 독립을 반대했다. 미국이 장제스 주석을 시대착오적 인물이라고 맹비난했었는데 21세기에도 워싱턴 한복판에서 같은 주장을 되풀이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하나?

'김치' '한복'도 중국 것이고, '한글'도 중국 소수민족인 조선족이 쓰고 있으니 중국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제법에 의한 독립 국가이자 유엔 회원국인 대한민국의 국가 정체성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한강의 한자 표기를 '漢' 자를 쓰고 있다는 것은 정신 줄을 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훗날 한강의 한자어가 '漢江'인 것이 한국이 중국의 일부라는 주장에 날개를 달아 줄지도 모른다. 한강의 한자어 표기를 '韓江'으로 바꿔야 하는 확실한 이유다. 대한민국 수립 이후 누가 어떤 과정을 거쳐 '漢江'으로 표기하게 되었는지도 들여다봐야 한다. 위의 두 가지 이유를 들어서 '漢江'을 '韓江'으로 바꿀 것을 공식 제안한다.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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