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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5 (금)

HBM 올라탄 하이닉스, 영업익 7조 ‘창사 이래 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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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실적… 매출은 17조 넘어

SK하이닉스가 지난 3분기 7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며 역대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최근 반도체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첨단 메모리를 앞세워 역대급 실적을 낸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 매출 17조5731억원, 영업이익 7조300억원을 올렸다고 24일 밝혔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93.9% 올랐고, 영업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김규현 D램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실적 발표 후 “인공지능(AI) 반도체, HBM 수요 둔화 전망은 시기상조”라며 당분간 이 같은 실적 추이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회사 측은 “중국 등 후발 주자의 구형 반도체 추격이 거세지만, AI 메모리 생산 비중을 더 높여서 수익성을 추구하겠다”며 “시장 수요에 맞춰 제품 및 공급 전략을 유연하게 가져가면서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그래픽=김성규


◇AI 메모리가 최대 실적 견인

실적은 대체로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 금융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실적 컨센서스(평균 전망치)는 매출 18조370억원, 영업이익 6조7628억원이었다. 매출은 컨센서스를 소폭 하회했으나, 영업이익이 예상보다 늘었다.

실적을 이끈 것은 AI 수요였다. SK하이닉스는 핵심 AI 반도체인 HBM 수요에 가장 첨단 제품을 가장 빨리 공급하며 대응하고 있다. 전 세계 AI 가속기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엔비디아에 5세대 HBM(HBM3E)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다. 중국이 자동차·가전 등에 탑재되는 구형(레거시) 메모리를 쏟아내며 점유율을 올리자, 구형 공정을 HBM용으로 빠르게 전환해 고부가가치 첨단 메모리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했다.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고용량 eSSD(기업용 저장장치) 매출도 크게 뛰었다. 그 결과 SK하이닉스의 이번 분기 영업이익률은 40%에 달한다. 회사는 “데이터센터 고객 중심으로 AI 메모리 수요 강세가 지속됐고, 이에 맞춰 HBM, eSSD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 제품 판매를 확대해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달성했다”며 “특히 HBM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0% 이상, 전년 동기 대비 33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SK하이닉스는 HBM 생산 비중도 높인다. 3분기 전체 D램 매출의 30%였던 HBM 비중을 4분기에는 40%까지 끌어올린다. 반도체 생산 능력을 단기간에 끌어올릴 수 없는 만큼, 경쟁사 추격이 거센 구형 메모리 생산 라인을 HBM 라인으로 전환해 첨단 AI 반도체로 높은 수익성을 가져가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김우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HBM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구형 공정을 전환하는 데 투자하고, 연구개발 등에도 집중할 계획”이라고 했다. 또 올해 설비 증설에 10조원 중후반대를 투자했는데, 내년에는 이보다 투자액이 소폭 증가할 것으로 SK하이닉스는 내다봤다. 투자 확대로 반도체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히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HBM 공급 초과론도 일축했다. 김규현 부사장은 “AI 기술이 컴퓨팅 시간을 더 쓰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어 앞으로 컴퓨팅 파워 요구량과 계산 지원 능력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AI 붐은 HBM에만 그치지 않는다. SK하이닉스는 AI 기능이 탑재된 PC와 스마트폰 시장이 올해보다 내년에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갤럭시S 시리즈 등 소수의 고급 스마트폰에만 탑재됐던 AI 기능이 내년에는 좀 더 보편화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회사 측은 “스마트폰에서 AI 모델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기존 D램 용량보다 최소 3~4기가바이트가 더 필요하다”며 “용량뿐 아니라 LPDDR5X 같은 고성능 메모리 수요도 함께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기술 리더십 공고...당분간 적수가 없다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분야 시장 선두를 굳혀나간다는 전략이다. 실적뿐 아니라 기술 경쟁력에서도 타사를 앞선다. 이미 지난 9월 세계 최초로 5세대 HBM(HBM3E) 12단 제품 양산에 들어갔다. HBM3E 12단 제품은 4분기부터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에 공급될 예정이다. 또한 HBM의 기본이 되는 D램 분야에서도 지난 8월 10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급 6세대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 데 성공하며 기술 우위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HBM 공급 경쟁에서는 경쟁사들의 양산이 늦어지면서 SK하이닉스의 우위가 최소 1년 이상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HBM 신제품 개발 난도가 증가하고 있고, 수율 확보 문제와 고객 인증 여부 등을 감안하면 메모리 업계가 고객이 요구하는 품질을 적기에 충분히 공급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장형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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