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억제에 나선 가운데 서울 시내에 설치된 시중은행 현금인출기 앞을 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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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세게 눌러도 계속 튀어나온다. 가계부채 이야기다. 정부는 머리를 싸맸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디딤돌 대출을 조였다 여론의 포화를 맞고 꼬리를 내렸다. 금융위원회는 은행 대출을 압박했더니 제2금융권 부채가 고개를 들며 잇따라 군기잡기에 나섰다.
국가 경제 측면에서 빚은 꼭 나쁜 것 만은 아니다. 외부에서 쉽게 돈을 구할 수 있으면 소비가 촉진돼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빚이 생산적인 부문으로 흘러가지는 않는다. 상환 부담이 커지면 거꾸로 성장 동력이 꺼진다. 무엇보다 자산 가격 상승 부작용이 상당하다.
국제결제은행(BIS)은 나라 경제규모(GDP)에서 민간 빚 비중이 100%를 넘기 시작할 때 성장률이 정점을 찍는 경향을 보인다고 봤다. 지난해 한국의 GDP 대비 민간 빚 비중은 222.7%다. 내수 부진 위기 속에서도 정부가 기를 쓰고 가계부채를 억제하려는 이유다.
빚을 잡으려면 먼저 빚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정확한 데이터 산출 능력은 기본이다. 문제는 당국의 가계부채 레이더가 그다지 정교하지 않다는 점이다. 부채 상황을 보는 미시 통계로는 한국은행의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와 금융감독원과 통계청이 내놓는 가계금융 복지조사가 있다.
모두 표본집단이 적거나 갱신 주기가 길어 수시로 변하는 현실을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 가계부채 DB 표본은 18세 이상 신용활동인구의 2%인 110만명에 불과하고 가계금융 복지조사는 분석 대상이 2만 가구에 그친다.
숨어있는 빚은 더 많다. 전세보증금은 집주인이 세입자와 계약이 끝나면 돌려줘야 하는 빚이지만 개인끼리 맺는 금융이라는 이유로 정부 통계에서 빠졌다.
영세 자영업자 빚 역시 돈을 빌리는 목적이 ‘사업’으로 분류돼 통계 체계상 가계빚에서 제외된다. 빚을 되갚는 측면에서 보면 모두 개인의 빚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다. 부채 감축은 고통스러운 길이다. 정책 근거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려면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 초석부터 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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