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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5 (금)

이커머스 밀린 롯데·신세계 쇼핑몰 경쟁…‘이례적 비난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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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롯데 백화점(왼쪽), 신세계백화점. 각사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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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공룡’ 롯데와 신세계가 복합쇼핑몰 사업을 두고 공개 설전을 벌였다.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중심 시장 재편으로 좀처럼 기를 펴지 못하고 있는 유통 대기업들이 ‘복합쇼핑몰’을 돌파구로 삼으면서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발단은 23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내놓은 ‘도발성’ 발언들이었다. 이날 정 대표는 롯데백화점이 2030년까지 복합쇼핑몰에 총 7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히면서 경쟁사인 신세계그룹을 겨냥한 발언을 여럿 내놓았다.



정 대표는 신세계그룹이 추진 중인 화성국제테마파크 복합개발사업(스타베이 시티)에 대해 “경쟁사가 화성에 대규모 프로젝트를 한다고 발표했지만, 우리는 사업에서 재무적 역량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경쟁사가 100만평 규모를 개발할 수 있을까 의문”이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또 복합쇼핑몰로 경쟁 관계인 롯데의 타임빌라스과 신세계의 스타필드를 비교하며 “스타필드 수원의 객단가(고객 한 명당 평균 구매 금액)는 5만원, 타임빌라스 수원의 객단가는 12만원 선이다. 고객 수는 스타필드가 더 많지만, 쇼핑의 가치는 우리가 더 크다”, “경쟁사(스타필드)는 왜 백화점의 파사드(외관)가 그렇게 단조로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등의 도발성 발언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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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정식 개장한 롯데 타임빌라스 수원. 롯데백화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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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의 발언이 24일 언론을 통해 보도되자, 김민규 신세계그룹 경영지원총괄 부사장(홍보실장)이 직접 반박에 나섰다. 김 부사장은 이날 정 대표의 ‘재무적 역량’ 발언에 대해 “롯데백화점이 대규모 글로벌 합작 개발 사업 경험이 없어서 그런 말이 나온 것 같다”며 “사업 규모에 따라 자본 조달 방식은 다르며 스타필드의 경험을 통해 그 정도 노하우는 충분히 내재화되어 우려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되받았다. 또 “스타필드 수원의 객단가는 5만원이 아니라 12만5000원”이라며 “(스타필드의 디자인은) 획일적이 아니라 효율적이고 가장 고객 편의성을 극대화하는 디자인”이라고도 밝혔다.



결국 정 대표가 신세계 쪽에 사과 뜻을 밝히며 상황은 반나절 만에 일단락됐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해당 사안에 대해 양사 경영진이 소통했고 의도와 다르게 오해를 산 표현에 대해 이마트 경영진에 사과의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번 신경전은 쿠팡·네이버 등에 이커머스를 주축으로 삼고 있는 플랫폼 기업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롯데와 신세계에게 복합쇼핑몰 사업이 가진 중요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신세계는 최근 그룹 이커머스 주력채널로 부진한 실적에 시달리고 있는 지(G)마켓과 쓱(SSG)닷컴의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롯데쇼핑이 2020년 출범한 이커머스 플랫폼인 ‘롯데온’ 역시 올해 누적 영업손실이 5000억원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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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국제테마파크 복합개발사업 ‘스타베이 시티’ 조감도. 신세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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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유통공룡들이 돌파구로 찾은 것은 대형 복합쇼핑몰이다. ‘스타필드’로 복합쇼핑몰 시장을 선점해온 신세계는 기존 스타필드에 테마파크와 골프장, 호텔, 리조트 등을 집약한 ‘스타베이 시티’를 2029년 개장 목표로 추진 중이다. 현대백화점도 ‘더현대 서울’의 성공 사례를 기반으로 최근 현대백화점 부산점을 리뉴얼해 도심형 복합쇼핑몰인 ‘커넥트현대’를 선보였다. 이에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롯데가 2030년까지 13개의 복합쇼핑몰을 운영하기로 하며 사업 전략 재편에 나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구매하는 공간이 아닌 각종 콘텐츠와 즐길거리, 먹을거리가 결합된 ‘체험하는 공간’인 쇼핑몰이 오프라인 시장의 새로운 대세로 자리 잡는 시점”이라며 “기존 백화점, 아울렛, 쇼핑몰 등 주요 생활권에 이미 부지를 선점하고 있는 유통 대기업이 확실한 경쟁력을 보일 수 있는 시장”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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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가 23일 롯데호텔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쇼핑몰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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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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