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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월)

검사장 출신 내걸고 “떼인 돈 받아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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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25시] 변호사 ‘부적절한 광고’ 논란

조선일보

서울 교대역에 설치되어 있는 법률 플랫폼 '로톡'의 광고.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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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인 돈 돌려받기 검사장 출신 전관 변호사.’

검사장 출신이 대표 변호사로 있는 한 법무 법인의 블로그 내용이다. 변호사들이 주력 분야로 내세우기 꺼리는 채권 추심에 ‘검사장 출신’ 문구까지 광고에 넣었다. 실제 이 법무 법인은 서울·수도권 지역의 검사장을 지낸 A 변호사가 대표 변호사로 있고,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등을 지낸 변호사들도 있다. 이 블로그에는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 소지로 구속·실형 위기에 처한 경우, 병역 기피로 처벌받을 경우 등도 ‘검사장 출신 3인 지휘’로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며 24시간 연락 가능한 상담 전화번호를 적어놓았다. 판·검사 출신 전관(前官) 변호사들의 수임 내역을 관리하는 법조윤리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이런 광고가 품위 유지 의무 위반이 아닌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최근 변호사 업계에는 ‘부적절한 광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다. 이전에 없던 변칙적 광고도 등장하고 있다. B 변호사는 성매매까지 하는 유흥업소 전광판에 지속적으로 광고를 하고 있고, 유흥업소 종업원에게 법률 사무소 과장 명함까지 만들어 주고 사무실을 홍보하게 했다. 그는 작년 9월 대한변협 징계위에서 정직 1개월 징계를 받았다.

‘고객 만족 지수 1위’ 등을 내세운 광고도 있다. C 법무 법인은 홈페이지에 ‘고객 만족 지수 1위, 브랜드 1위, 한국브랜드가치&혁신기업 대상’ ‘압도적 성공 사례’ 등의 표현을 썼다. D 법무 법인은 ‘고객 선호 브랜드 지수 이혼 부문 3년 연속 1위’라고 광고했다. 변협 징계위는 ‘과장 광고로 소비자가 오인할 수 있다’ ‘조사의 객관성이 보장되지 않았다’며 이 법무 법인들에 각각 과태료 1000만원, 1500만원을 부과했다. 이들은 법무부 징계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다.

유튜브에서 원색적 표현을 써서 ‘신고’가 들어온 사례도 있다. E 변호사는 ‘변호사가 말하는 꽃뱀 안 당하는 방법’ 등의 동영상에서 외모 비하, 성적 표현 등을 거침없이 썼다가 문제가 됐다.

법조계에서는 변호사 업계 양극화와 경쟁 격화가 이런 현상을 부추긴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실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23년 부가가치세 신고 납부 내용에 따르면 상위 10%의 신고 납부액이 총 6조7437억원으로 전체의 77.3%를 차지했다. 반면 과세표준액이 4800만원(월 400만원) 에 못 미치는 신고분도 전체 신고 건수의 22%를 차지했다. 변협 관계자는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이렇게까지 광고를 해야 하나 싶은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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