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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토)

“서울보다 재밌고 혁신적인 의정부 도시 생태계 만든다” [월간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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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루와 목민관 대화 김동근 의정부시장과 이석현 교수가 만든 '도심 재구성 플랜'



“동맹 70년 근대사 구조물 즐비한 주한미군 부지에 국가디자인클러스터 조성”

“동서로 갈라진 도시를 의정부 역세권 초고층 랜드마크로 다시 잇는다”

“‘걷고 싶은 도시’ 만들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창의적인 인재 몰려들어”

“기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근로소득을 의정부에서 지출하는 선순환 구조 확립

경기 북부에 자리한 의정부시는 도시 미래를 좌우할 결정적 ‘꿈’을 키우고 있다. 오는 2028년으로 예정된 GTX-C 노선 개통 이후에도 이 도시의 소비층을 서울 강남 등 타지(他地)에 빼앗기지 않을 만큼의 자기 완결성을 갖추는 일이 그것이다. 서울이 인근 지역의 수요를 흡수하는 이른바 ‘빨대 효과’를 차단하는 자족 도시를 만드는 데 시정(市政)의 성패를 걸겠다는 각오다.

이런 미래를 창조하자면 먼저 일자리를 만드는 기업을 많이 유치해야 한다. 그러자면 기업이 오고 싶은 매력적인 도시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과거 군사 도시의 상징이던 주한미군 부대가 떠난 자리에 대한민국 디자인의 메카가 될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것도 한 포석이다. 도심엔 60층이 넘는 초고층 랜드마크를 정점으로 하는 고밀도 복합 시설을 건설, 스카이라인을 아름답고 웅장하게 그려 넣을 참이다. 또 누구든 걸어서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촘촘한 편의 시설을 깔아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콤팩트 시티를 건설하고자 한다. 이 모든 구상이 톱니바퀴처럼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야만 의정부시가 꿈꾸는 자족 도시는 실체를 획득할 수 있다.

이 작업을 주도하고 있는 김동근 의정부시장은 의정부 스스로가 통제할 수 없는 외적인 힘이 도시의 미래를 결정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에 차 있다. 의정부는 서울과 경계를 맞댄, 경기도의 일부이다. 베드타운, 소비 도시 이미지가 강한 이 도시의 경쟁력은 취약한 편이다. 김 시장은 “대한민국에서 의정부가 점하는 위치에 대한 적절한 관점을 갖고자 의정부의 역량과 실재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작업을 진행했다”고 밝힌다. 의정부가 의정부로서 살아남아 성장하는 방법론에 대한 모색이 치열했다는 말이다. 의정부시는 그 결과물로 ‘고밀도 복합 개발’과 ‘걷고 싶은 도시 환경 조성’이라는 일견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는 야심 찬 목표를 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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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7일 의정부역사 4층에 마련된 복합문화공간 ‘이음’에서 만난 이석현(왼쪽) 중앙대 교수와 김동근 의정부시장은 의정부 도시 재구성 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최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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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의 도시 재구성 논의에는 이석현 중앙대 디자인학부 교수가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명함에 ‘의정부시 총괄건축가’로 이름을 새길 정도로 이 도시에 대한 애착이 강한 이 교수는 의정부가 자족 도시로서의 혈로(血路)를 뚫는 일에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이 교수는 “경기도에서 낙후된 지역이라 할 의정부에 유럽 선진 도시에 버금가는 디자인 허브 기능, 첨단산업 생태계 기능을 동시에 활성화할 것”이라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10월 7일 의정부역사 4층에 마련된 복합문화공간 ‘이음’에서 월간중앙과 만난 김 시장과 이 교수는 ‘기업 도시’와 ‘생태 도시’ 간 다리를 놓는 의정부의 차세대 구상을 다각도로 설명했다.



문화적 다양성의 첨병, 캠프 레드클라우드



1950년대부터 해체되던 2014년까지 육군 306보충대를 거쳐 간 숱한 군인들에게 의정부에 대한 감회가 없을 순 없습니다.

김동근 의정부시장_ “많은 분들이 의정부 하면 군사 도시를 떠올릴 것 같아요. 지금은 다 과거형이지만 미군 부대가 한때 8곳에 달했고, 육군 신병의 상당수가 거쳐 가는 306보충대가 이곳에 있었으니까요. 이제 미군도 평택으로 떠났고, 306보충대는 2014년 말 해체됐지요. 군사 시설은 양주와 경계하는 송추의 통신 부대 하나 정도만 남아 있습니다. 이제 비(非)군사도시라 하겠습니다. 그래서 의정부에 새로운 도시 비전이 중요한 겁니다.”

이석현 중앙대 교수_ “의정부는 한때 분단을 대표하는 도시임과 동시에 역사적으로는 중국과 북방으로부터 수도를 방어하는 요충지로서 중요한 기능을 했던 지역은 맞습니다. 분단 이후 지금까지 군사적·산업적 제약을 받던 의정부가 이제 그 역사적·시대적 유산을 도시 발전의 자양분, 기폭제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지요. 수많은 미군 병사들, 전국의 장정들이 거쳐 간 환경에서 잉태된 도시의 다양성, 개방성은 혁신이 꽃피기 좋은 토양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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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내려다본 캠프 레드클라우드 전경. 의정부시는 이곳에 국가디자인클러스터를 조성할 예정이다. [사진 의정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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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 내 보존된 교회 모습. [사진 의정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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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가 새로운 기획을 하는 데 필요한 콘텐트가 풍부하게 존재한다는 말이군요?

김 시장_ “그렇습니다. 과거엔 분명 주한미군 기지들로 인해 도시 발전이 지체된 적도 있습니다. 지금은 그 큰 땅덩어리들이 도시의 미래를 바꾸는 무한한 자원으로 활용 가능합니다. 새로운 그림을 이석현 교수와 함께 그려 나가는 중이지요.”

이 교수_ “의정부가 갖는 장점은 이래요. 다른 시·군의 경우 워낙 여기저기 손을 많이 탄 까닭에 어떻게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일그러진 사례가 많아요. 그런데 의정부는 때가 묻지 않은 아주 훌륭한 공간이 매우 풍부하지요. 김 시장께서 도시 혁신의 키워드로 디자인을 전면에 내세울 수 있는 것도 이런 자산들이 주는 이점(利點)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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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근 의정부시장. 최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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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시와 디자인 간에 어떤 상관성이라도 있나요?

김 시장_ “왜 디자인인가 하면 디자인과 딱 맞아떨어지는 환경이 의정부와 운명적으로 결합하기 때문입니다. 의정부에는 캠프 레드클라우드(CRC)라고, 이제는 반환된 주한미군 공여지가 있습니다. 과거 미 2사단 사령부가 위치했죠. 거주, 병원, 마트, 교육, 종교 등 모든 기능이 구비된 하나의 작은 도시로서 기능했습니다. 한국전쟁 정전협정일인 1953년 7월 27일 설치돼 2019년 병력이 평택으로 완전히 이전한 뒤 폐쇄됐다가 2022년 2월 반환이 완료됐습니다. 면적이 대략 25만 평(83만6000㎡)으로 아주 방대합니다. 이 부대를 거쳐 간 미군 규모만도 대략 350만 명이고 이곳엔 또 근현대사적 가치가 있는 구조물들이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요. CRC 시설물을 보존하고, 활용해 시민과 세계인들에게 다양한 체험을 선사하는 글로벌 랜드마크로 가꾸는 게 제 목표입니다. 그 핵심 키워드가 디자인이지요. 기존 건축물을 활용한 ‘국가디자인 클러스터’를 만들고자 합니다.”

이 교수_ “그렇습니다. CRC는 미국의 문화적 다양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특별한 장소입니다. 역사와 문화가 어우러진 공간, 자연과 휴식의 공간으로서 미래 세대를 위한 개발과 보존의 대상이기도 하지요. 의정부는 역사적·지리적 특성에서 자라나는 혁신성이 인상적이에요. 혁신성은 내적 혁신성과 외적 혁신성으로 나뉘죠. 휴전선과 가까운 경기 북부라는 안보적 열악함은 내적 혁신의 원천이 됩니다. 또 CRC 시설이 갖는 역사성은 외적 혁신성을 자극하지요. 의정부가 갖는 강렬한 혁신성은 디자인의 영감을 극대화하는 요소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의정부는 전면적 디자인 혁신에 적합한 기반을 가진 도시에 해당하니까요.”



4차 산업혁명의 허브, 디자인 클러스터



김 시장_ “세계 디자인의 축(軸)이 지금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동하고 있지요. 저는 한·미 안보동맹 70년을 상징하는 CRC를 디자인을 매개로 한 새로운 동맹의 공간으로 꾸미고 싶어요. 민선 7기 시절엔 이곳에 물류센터와 아파트 단지를 세우려고 했지요. 민선 8기 시장인 저는 이 부지가 갖는 각별한 역사적 의미와 건축물의 미적 감각을 살려 디자인 클러스터를 조성하자고 결심했어요. ”

전국 각 지자체에 산재한 각종 디자인 클러스터와는 어떤 차별성을 갖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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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현 중앙대 교수. 최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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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_ “많은 분들이 이렇게 당부해요. 캠프 레드클라우드는 아파트 단지와 같이 의정부 시민만을 위한 공간이 돼서는 곤란하다고 말이죠. 대한민국 전체를 위한 공간, 또 현재 세대만이 아닌 다음 세대를 위한 쓰임새를 살리는 길로 가야 한다고 말입니다. 디자인 클러스터는 국내외의 디자인 관련 기업·교육기관·연구소와 공공시설이 포진하게 됩니다. 산업은 물론이고 경제·교육·문화의 전진기지이지요. 중요한 혁신 거점이자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산업 허브 기능을 하게 됩니다. 각종 소재 산업이 활성화된 경기 북부의 디자인 핵심 기지이자 새로운 성장 동력원으로 자리하게 될 겁니다.”

김 시장_ “기존의 디자인 클러스터는 엄밀히 말하면 ‘클러스터’라고 하기 어려울 겁니다. 디자인 산업이 중심이 되는 종속적 성격이 강하니까요. CRC에 조성될 디자인 클러스터는 사람, 콘텐트, 기업이 중심이 됩니다. 디자인의 모든 것이 들어온다고 보면 됩니다. 또 의정부 인접 도시인 양주, 포천, 동두천은 섬유, 가구 산업이 주종을 이루는 지자체입니다. 이들 산업의 성패도 디자인이 좌우하지요. CRC 국가디자인클러스터는 경기 북부 산업 생태계를 이끄는 역할을 할 것이고, 이는 의정부만이 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이 교수_ “의정부 지도를 보면 사람의 심장과 아주 유사하게 생겼습니다. 하트 모양을 그리는 도시인 거죠. 분단 전만 해도 한양과 인접한 의정부는 수도의 관문 도시로 경제, 문화적 이점을 누리던 공간이었지요. 태조 이성계가 왕자의 난을 일으킨 태종 이방원을 멀리해서 함흥에 이어 이곳 의정부에서 기거하는 등 긴박했던 역사의 현장이기도 합니다. 이런 생김새와 역사, 입지로 본 의정부는 곳곳에 혁신의 요소를 품고 있어요. 게다가 지난 7월 발표된 의정부 역세권 종합개발계획은 이런 변화를 이끄는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겁니다.”



호텔, 업무 및 주거 시설, 공원을 더한 콤팩트 시티



의정부로서는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군요.

김 시장_ “그렇지요. 의정부 역세권을 호텔, 업무 시설, 주거 시설, 입체 공원 등이 집적되는 고밀(高密), 복합의 콤팩트 시티로 개발하게 됩니다. 시의 중심부에 걸어서 15분 만에 닿을 수 있는 비즈니스 문화·관광 허브, 복합환승센터, 입체 보행교, 시민 친화적 복합 문화 공간이 들어서는 것이죠. 특히 의정부역 동쪽과 역전근린공원 시유지에 들어서는, 60층이 넘는 초고층 랜드마크 복합 시설물은 철로로 단절됐던 도심의 동서 축을 연결해 전체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이는 ‘걷고 싶은 도시’ 의정부를 만드는 핵심 아이템이기도 합니다.”



이 교수_ “김 시장은 수원시 부시장 시절 걷고 싶은 도시의 기반을 조성했고, 경기 부지사 시절에도 유사한 정책을 지속해서 추진했습니다. 김 시장은 의정부가 갖는 도시의 가장 큰 불편 중 하나로 보행(步行)을 꼽더군요. 걷고 싶은 도시에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창의적인 인재가 몰려들게 마련이지요. 이게 갖춰지면 기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근로자 소득 역시 외지로 유출되지 않고 의정부 인프라 재투자로 이어집니다. 걷고 싶은 도시는 이러한 선순환이 가능한 자족 도시로의 첫걸음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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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시가 도심 재구성을 통해 조성하고자 하는 콤팩트 시티 개념도. [사진 의정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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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준비가 치밀하다는 인상을 줍니다.

김 시장_ “이 교수는 20년 가까이 도시 재생과 디자인을 연구하고 실행해온 학자입니다. 저와는 한 10년 가까이 관심사를 공유한 사이지요. 이 교수께 많은 점을 배우는데, 그중 하나가 도시를 혁신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정체성이라는 관점입니다. 도시가 가진 역사와 공간과 관련해 살아가는 시민들이 어떤 의식을 갖고 있느냐의 문제인 거죠. 생태 환경도 필수적 요소입니다. 인간은 잠시 스쳐 지나가는 존재에 불과하지만, 도시는 대대로 영속돼야 하는 삶의 터전이지요. 영속하는 방법을 시민들에게 제시해야 할 의무가 제게 있지요. 걷고 싶은 생태문화도시, 교통이 편리한 도시,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라는 해법도 그렇게 나온 것입니다. 저희가 국토교통부에서 공모한 ‘공간혁신구역 선도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것도 이런 맥락입니다. 국토교통부도 인구 축소 시대의 대응 방안을 찾고 있었던 참이었지요.”

편의시설 15분 이내에 접할 수 있는 도시

이 교수_ “의정부역은 의정부의 중심이면서 경기 북부 교통·문화의 거점이자 상징적 공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노후화한 원도심과 낮은 토지이용 효율, 철도와 공원으로 인한 도심의 동서 간 단절 등은 지역 경쟁력 저하를 불러왔어요. 김 시장과 제가 의정부역세권을 고밀·복합 개발해 기능이 집중되는 콤팩트 시티 구상을 하게 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입니다. 미래지향적 도시 디자인과 친환경 첨단 기술을 접목한 랜드마크 빌딩이 이런 대전환의 견인차 역할을 합니다. 그 연장선에서 의정부시는 지난 8월 전국 최초로 ‘걷고 싶은 도시국’을 신설하고 보다 통합적이고 전략적으로 보행자 중심의 도시 정책을 펴고 있어요. 도시는 홀로 발전할 수 없지요. 인근 지자체와 함께 발전해야 하는데 그 중심 역할을 의정부역이 하게 됩니다.”

역세권 고밀도 복합 개발은 걷고 싶은 도시 건설과 양립할 수 있나요? 비생산적인 충돌을 야기하진 않을까요?

이 교수_ ‘의정부는 북쪽으로 가는 철도가 도시를 관통하고 있어요. 통과된 구조로서의 구도심, 중간지대, 신도시 이런 식으로 나누어져 있어요. 도시가 단일한 구조로 발전하기 어려운 기형적인 구조를 하고 있지요. 김 시장께서 걷고 싶은 도시를 만들고 싶다고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구상이 동서를 연결하는 것이었어요. 일본의 주요 도시와 싱가포르는 도시의 입체적 설계를 통해 분단된 지형을 극복했더군요. 의정부 역세권에 초고층 랜드마크를 만들고 의정부역 주변도 입체화해 동서 연결 통로를 함께 조성하는 방법을 고안하게 된 배경입니다. 의정부 시민들이 차량에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고 걸을 수 있는 도시가 탄생하는 것이죠. 의정부역 주변 상권의 활성화로도 연계되는 빅 피처입니다.”



의정부 혁신의 상징 ‘기업유치팀’



김 시장_ “좋은 도시의 자격 중 하나가 도시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도시의 주인은 사람입니다. 지금까지 도시 개발사를 보면 주인인 사람이 그 지위를 빼앗기는 일이 많았어요. 의정부도 그래요. 걸어가다 보면 행인의 입장에서 불편한 게 참 많아요. 의정부를 상징하는 의정부역사(驛舍)는 도시를 동서로 양분합니다. 도시 반대편으로 이동하려는 시민들은 역사 계단을 오르거나 지하로 내려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해요. 의정부 혁신은 보행자가 편안한 구조를 만드는 데서 출발합니다. 철도, 도로에 의해 분리된 도시를 역사 입체화로 연결하자는 게 제 착상입니다. 또 4년 후 GTX-C 노선이 개통되면 의정부역 유동 인구가 늘어납니다. 의정부역사 아래에 GTX와 연계된 광역 환승센터를 만드는 게 자연스럽죠. 지금까지 말씀드린 광역 환승, 공원 입체화, 보행 통로 연결 등엔 상당한 재원이 듭니다. 의정부역사 앞 시유지 8200평에 초고층 랜드마크를 지어 투자자들을 유치하면 필요한 재원을 충당할 수 있습니다. 남은 문제는 랜드마크에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일입니다.”

이 교수_ “정부의 공간혁신구역 선도사업으로 선정되면 토지와 건축의 용도 제한이 완화되고, 용적률, 건폐율도 탄력 적용이 가능합니다. 전문가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랜드마크 공간의 50%는 비즈니스 투자를 유치해 건설 비용에 충당하고, 나머지 50%는 공익 기능으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해요. 말하자면 랜드마크 한쪽에는 호텔·컨벤션·기업이, 또 한쪽에는 공원·광역환승센터·청년을 위한 스타트업 캠퍼스 등이 입지하게 되는 그림입니다.”

김 시장_ “공감합니다. 의정부시가 경쟁력 있는 자족 도시로 발전하는 데는 다양한 기업이 참여하는 산업 생태계 조성이 선결과제입니다. 그러자면 도시 공간을 기업을 경영하기 좋은 환경으로 재구성해야 하죠. 기업에서 일할 청년들이 추구하는 삶의 질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걷고 싶은 도시’라는 생태환경, 디자인클러스터와 초고층 랜드마크 빌딩 등도 일면 의정부시 당국의 기업 유치 의지를 대변한다고 하겠습니다. 이 작업은 민선 8기 시장 취임과 동시에 실행에 옮겨졌습니다. 저는 당시 ‘기업유치팀’을 신설해 우리가 가진 장점을 공부하는 등 의정부의 매력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작업을 진행했지요. 이를 기반으로 기업 유치 설명회, 각종 세일즈 활동, 전략 회의 등을 통해 기업 유치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해 데이터센터를 시작으로, LH 경기북부지역본부, 바이오간솔루션, 의정부농협 복합문화시설, 시지바이오 등 굵직한 기업, 기관이 줄줄이 의정부에 둥지를 틀거나 찾아올 예정입니다.

특히 LH 경기북부지역본부를 눈여겨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본부는 의정부시를 비롯한 경기북부 10개 시·군은 물론 김포시와 하남시, 양평군까지 총 13개 시·군의 주거 복지 사업을 관할합니다. 올해 투자 계획만 4조4000억원에 달하는 등 관내 대규모 개발사업도 함께 탄력을 받을 전망입니다. 특히 LH 경기북부지역본부에 상주하는 인력, 사업단 인력, 유관 기업 직원 등을 고려하면 일자리 창출과 지역 상권 활성화, 세수 신장에도 좋은 활력소가 되리라 기대합니다.”



‘규제 백화점’ 의정부 북부 지역이 살길



2028년에는 의정부역을 지나는 GTX-C 노선이 개통될 예정입니다. 이 노선이 의정부에 기회 요인이면서 또한 위험 요인이라면서요.





김 시장_ “GTX-C 노선은 양주 덕정역부터 의정부역을 거쳐 수원역까지 총연장 86㎞에 14개 정거장을 건설하는 광역급행철도 사업입니다. 이 노선이 열리면 의정부에서 창동까지는 5분 만에, 강남 삼성역까지는 20분대에 주파합니다. 사람들이 의정부에 머물 근거를 분명하게 제시하지 못하면 의정부 시민들조차도 모두 창동, 나아가 삼성동으로 빨려 들어갈 겁니다. 의정부, 양주, 포천이 서울에 흡입되지 않도록 하는 역할과 근거를 우리가 만들어야죠. 그런 수요를 담는 그릇이 바로 의정부 역세권 개발이고 우리가 랜드마크 건설을 서두르는 이유입니다.”

이 교수_ “이는 단지 의정부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경기 북부의 모든 지자체에 공통된 위험요인입니다. 경기 남부에 비해 경기 북부는 수도권 정비구역, 군사시설 보호구역, 개발제한구역, 팔당특별대책지역, 주한미군 반환공여구역 등 다양한 규제로 묶인 ‘규제 백화점’이나 다름없습니다. 지역 전체가 수도권 정비권역으로 묶여 있고, 면적의 45%가 군사시설 보호구역에 해당하지요. 심지어 전국 주한미군 반환공여구역의 80%가 경기 북부에 몰려 있습니다. 경기 북부와 의정부는 경기도와 다른 전국 지자체와 비교하면 열악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수도권이 고루 발전하자면 경기 북부를 살려야 하고. 그 중심이라 할 할 의정부에 발전의 축을 구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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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 고밀도 랜드마크가 건설될 예정인 의정부역사 일대의 전경. [사진 의정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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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거대 구상이 실현 가능하다는 믿음을 줄 수 있나요?

김 시장_ “도시의 주인인 시민과 함께 의정부의 새로운 변화를 일으키겠다는 각오만 있으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2022년 10월 미성년자 11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15년을 복역한 흉악범의 임시 거주지가 의정부로 결정된 적이 있어요. 당시 저는 시장 직권으로 이송 도로 폐쇄 긴급행정명령을 발령하는 등 시민들과 함께 흉악범의 입주를 막아냈습니다. 또 의정부시는 과거 소각장 이전, 신설을 놓고 주민 간, 지역 간 갈등이 불거지기도 했어요. 저는 이 문제를 공론에 붙이기로 마음먹고 권역별로 대표자를 무작위로 선정하는 등 시민참여단을 구성했어요. 이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무기명 투표로 신규 부지를 결정한 끝에 논란을 종결시킨 경험도 있습니다. 의정부 앞에 놓인 과제들도 이처럼 시민과 함께 풀어나가면 해결할 수 있다고 저는 믿어요.”



이 교수_“의정부는 다른 시·군과 마찬가지로 점진적 성장의 시대를 넘어 생존이냐 소멸이냐의 갈림길에 들어섰습니다. 그렇다면 ‘얼마나 매력적인 도시를 만드느냐’가 중요하죠. 도시 재구성에 대한 시 당국의 비전과 의지가 확고한 만큼 좋은 성과를 기대해 봅니다.”

- 박성현 월간중앙 지역전문위원 park.sunghyun@joongang.co.kr / 사진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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