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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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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 “제발 그만”… 연예인 논란에 악플 달면 처벌받을까? [사사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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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그만(Please stop)…”

‘팬 폭행 방관 논란’에 휩싸인 가수 제시가 사건 이후 받은 악플을 공개하면서 고통을 호소했다. 23일 제시는 본인 인스타그램에 “제발 그만해 달라”는 글과 함께 “제일 좋은 소식은 약 먹고 자살한 소식이 희소식이니까 기대하고 있을게”라는 댓글 캡처를 함께 올렸다.

지난달 한 팬이 제시에게 사진 촬영을 요청했다가 제시 주변에 있던 남성에게 폭행당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제시 인스타그램 댓글창엔 제시의 태도를 비판하는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욕설이나 공격적인 내용을 담은 댓글이 늘어나면서 ‘정당한 비판의 수위를 넘어섰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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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가수 제시가 피고소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경찰서에 출석한 모습(왼쪽). 이후 제시는 인스타그램에 자신이 받은 악성 댓글을 게시하고 ‘멈춰 달라’는 글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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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 아니고 비판인데”…법원에서 통할까?

누군가의 면전에 대고 욕을 하면 고발당할 수 있듯이 악플도 마찬가지다. 악플은 주로 형법상 모욕죄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이 적용된다.

모욕죄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2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명예훼손죄는 사실 적시의 경우 최대 징역 3년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허위 사실의 경우에는 최대 징역 7년 또는 벌금 5000만원을 내야 할 수 있다. 또 같은 사람에 대한 악성 댓글을 지속해서 게시했을 경우 법원이 이를 ‘악의적 행위’로 판단해 처벌 수위를 높일 수 있다.

연예인·정치인처럼 대중의 관심을 받는 인물이 논란을 일으켰을 때,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자신의 의견을 밝히면서 다소 거친 표현을 한 경우 법원은 대부분 이를 위법하지 않다고 본다. 자칫하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대중의 ‘자기 검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법원은 ‘모욕적 표현’의 범위는 넓게 인정하는 대신, 말하고자 하는 바가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처벌에서 제외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헌법재판소는 고(故) 구하라씨를 폭행·협박해 실형을 받은 최종범씨를 비판하며 댓글에 저속한 표현을 쓴 것은 모욕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렸다. 누리꾼 A씨는 최씨에 대한 한 기사 댓글에 “저런 X는 XX해도 절대로 동정 못 받을 거다!”라는 댓글을 남겼는데, 헌재는 A씨의 글이 무례하고 저속하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피해자(최씨)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모욕적 언사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긴 어렵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인천지검이 A씨에 내린 기소유예 처분은 취소됐다.

지난해 2월 서울동부지법은 야구선수 오지환을 향해 “병역 기피자 ‘오○○’ 현행범으로 구속마땅”이라는 악플을 달아 모욕 혐의로 기소된 누리꾼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오 선수의 이름을 비꼰) ‘오○○’ 이라는 부분도 오씨에게 불쾌감을 초래할 수 있지만, 전체적 맥락에 비춰 봐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면서 사용된 것으로 보면 사회상규에 반한다거나 형사처벌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당시 오 선수를 둘러싼 병역특례 논란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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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겸 배우 수지. 수지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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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의 판결을 가르는 지점은 댓글이 연예인의 공적인 영역에 대한 비판인지, 아니면 사생활 등에 대한 인신공격성 댓글인지다.

지난해 7월 대법원은 가수 겸 배우 수지에게 ‘국민○○녀'라는 악플을 달아 모욕죄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B씨에게 벌금 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해당 표현이 “사생활을 들추어 피해자를 성적 대상화하는 방법으로 비하한 것”이라며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할 만한 모멸적인 표현으로, 정당한 비판범위를 벗어났다”고 봤다.

반면 B씨가 쓴 ‘영화 폭망’, ‘거품’ 등 표현에 대해서는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은 “피해자의 공적인 영역에 대한 비판으로 다소 거칠게 표현했더라도 표현의 자유 영역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사이버 명훼·모욕, 매년 거의 3만건

모욕죄는 피해자가 신고해야만 수사가 이뤄질 수 있는 친고죄(親告罪)다. 이 때문에 대중 반응 또는 악플 재확산을 우려한 유명인들이 고소·고발을 포기하면서 ‘도 넘는 악플’을 달아도 처벌받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악플 근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고, 악플로 인해 우울증 등 정신건강 문제를 호소하는 유명인들이 늘면서 연예인과 소속사들도 점점 강경 대응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올해 4월 가수 보아는 악플로 인한 심적 고통을 호소하며 본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비공개로 전환했다. 당시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아티스트가 큰 정신적 고통을 겪으며 매우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라며 악플러들에게 선처 없는 고소를 예고했다. 보아는 이달 초 SNS 활동을 다시 개시했다.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선수협)도 선수들에 대한 악플이 이어지자 올해 4월 전담센터 개설을 알리며 단체 고소·고발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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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선경 롱게스트 인스타그램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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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 요리 경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선경 롱게스트는 자신이 받은 악플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하며 사이버불링(온라인상 집단 괴롭힘)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선경 롱게스트는 팀별 경연에서 동료들과 의견 충돌을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

그가 SNS에 게시한 영상에는 “죽는 방법을 알아봐라”, “너를 ○○○ 키운 부모님 탓이지” 등의 인신공격성 댓글이 담겼다.

선경 롱게스트는 “지난주 화요일(9월24일) 이후 계속해서 악플을 받고 있다. 단 한 개의 동영상에 8000개의 댓글이 달렸다”며 “이게 사이버불링이 아니라고 정당화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느냐”고 적었다.

경찰청에 따르면 사이버 명예훼손·모욕으로 접수된 사건은 △2020년 1만9388건 △2021년 2만8988건 △2022년 2만9258건으로 계속 증가하다가 지난해 2만4252건으로 다소 줄었다. 검거 건수는 △2020년 1만2638건 △2021년 1만7243건 △2022년 1만8242건 △지난해 2만390건으로 꾸준히 늘었다. 지난 5년간 접수는 12만건, 검거는 8만여건에 달했다.

윤솔 기자 sol.yu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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