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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월)

‘해리스 지지’ 선언하려던 WP “특정후보 지지 안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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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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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 미국 대선 이후 매 대선마다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던 유력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올해 대선부터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 선언을 하지 않겠다”고 25일(현지 시간) 밝혔다. WP 편집위원회가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 겸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준비했지만 사주인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의 지시에 따라 이 같은 결정이 내려졌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WP는 이날 기사를 통해 “해리스 후보 지지 선언 사설 초안이 작성됐지만 게재되지 않았고, 사주인 베이조스가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내부 의사 결정 과정을 폭로했다. ‘워터게이트’ 특종으로 유명한 밥 우드워드 WP 부편집인은 이번 결정에 대해 “놀랍고 실망스럽다”는 공개 성명을 발표했다.

WP 편집인 겸 최고경영자(CEO) 윌리엄 루이스는 25일 웹사이트에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WP의 뿌리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WP는 1976년 대선 이후 1988년을 제외하고 모든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1988년 대선 때는 마이클 듀카키스 당시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해 “대통령직을 수행하기엔 심각한 결함이 있다”며 민주당과 공화당 중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루이스 CEO의 발표 뒤 로버트 케이건 WP 선임기자는 이 결정에 반발해 필진에서 사임했다. 그는 “이길 것 같은 사람(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선제적으로 무릎을 꿇는 행위”라며 “베이조스 사주처럼 미 경제의 일부인 사람은 분명히 권력을 가진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어 한다. 트럼프가 아닌 편에 서지 않으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루이스 CEO는 이번 결정에 베이조스가 개입했다는 사실을 부인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WP 소유주(베이조스)와 대통령 지지 선언을 안 하겠다는 결정을 둘러싼 보도는 부정확하다”며 “베이조스는 (이번 결정에 관한) 초안을 받지도, 의견 제시를 하지도 않았다”고 했다.

한편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캘리포니아주의 최대 신문사인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마리엘 가자 LA타임스 편집국장은 중국계 생명공학 기업가인 사주 패트릭 순시옹 등 경영진이 해리스 후보에 대한 공개 지지를 거부하자 23일 사임했다. 다음 달 5일 미 대선의 판세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 겸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흘러가자 주요 언론사의 경영진이 해리스 후보와의 거리 두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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