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28 (월)

24년 만에 귀환, 글래디에이터2 감독… “로마의 냄새까지 담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글래디에이터2′ 리들리 스콧 감독

조선일보

새로운 검투사 루시우스 역의 폴 메스칼은 로마 시대 흉상이 살아 움직이는 듯한 외모로 스크린을 꽉 채우며 리들리 스콧 감독의 선구안을 증명했다. 메스칼은 “캐스팅이 확정되는 순간, 내 인생이 완전히 바뀌겠구나 싶었고 실제로 그렇게 된 것 같다”고 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았다고들 하는데, 한 달 정도면 충분하더군요.”

‘에일리언’ ’델마와 루이스’ 등을 연출한 거장 리들리 스콧(87)이 로마 제국으로 귀환했다. 테스토스테론을 뿜어내는 검투사들의 혈투로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았던 ‘글래디에이터’(2000)는 스콧의 또 다른 대표작. 24년 만에 내놓는 속편이 다음 달 13일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로 개봉한다.

처음 쓴 각본이 4년간 표류하다 엎어지고, 할리우드 파업으로 촬영이 지연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25일 화상 간담회에서 스콧은 “사람들은 속편이 전편만큼 좋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속편은 굉장히 위험하고 어려운 작업”이라면서 긴 시간이 걸린 이유를 털어놨다. “1편의 생존자였던 두 사람, 공주 루실라와 그의 아들 루시우스의 발자국을 따라가면서 일이 쉽게 풀리기 시작했다.”

조선일보

영화 '글래디에이터2' /롯데엔터테인먼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편에서 황제의 질투로 가족을 잃고 검투사가 된 로마의 장군 막시무스(러셀 크로)는 황제에게 복수의 칼을 꽂고 콜로세움에서 최후를 맞는다. 2편에선 루시우스가 공주와 막시무스 사이에서 태어난 혼외자라는 전사(前事)가 드러난다. 막시무스의 죽음 후 20여 년이 흐르고, 생존을 위해 도망쳤던 루시우스가 로마의 몰락을 꿈꾸며 콜로세움에 다시 입성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3세기 로마 제국을 재현한 거대한 스케일로 화제가 됐다. 제작비 3억1000만달러(약 4310억원) 이상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크기의 60%로 콜로세움 세트를 직접 짓고, 그 안에 물을 채워 배를 띄우고 해전까지 벌였다. 검투사들의 주인 마크리누스 역을 맡은 배우 덴절 워싱턴은 “스콧은 로마 제국을 건설했고, 배우는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가기만 하면 됐다”고 했다. 스콧 감독은 “엔터테인먼트가 목적인 영화지만, 로마의 건축·의상·생활 양식까지 세세하게 조사해 역사적 정확성을 추구했다. 그 시대 로마의 냄새를 맡을 수 있을 정도로 준비했다”고 자부했다.

‘델마와 루이스’에서 브래드 피트를, ‘에일리언’에서 시고니 위버를 발탁했던 스콧은 새로운 검투사로 폴 메스칼을 캐스팅했다. 드라마 ‘노멀 피플’, 영화 ‘애프터썬’에서 여리고 섬세한 연기를 보여줬던 메스칼은 이번엔 분노로 포효하는 검투사로 변신했다. 메스칼은 “많은 양의 닭가슴살과 브로콜리, 고중량 운동으로 검투사의 몸을 만들었다. 촬영장에 도착하면 감독님이 항상 저를 위아래로 훑어보시면서 몸 상태를 확인하시더라”며 웃었다.

조선일보

촬영 현장에서 이야기 중인 리들리 스콧(왼쪽) 감독과 폴 메스칼. 스콧은 “배우들이 정확히 어떤 상황인지 모르고 불안한 상태에서 연기하는 첫 번째 테이크를 좋아한다”고 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올해 여든일곱의 노장은 여전히 힘이 펄펄 끓는 영화를 만든다. 배우들은 “스콧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두세 번의 테이크 만에 촬영을 끝냈다”고 입을 모았다. 스콧은 “배우는 할 수만 있다면 수십 번 다시 찍고 싶어한다. 하지만 감독의 일은 캐스팅을 잘하는 것이고, 그 일을 제대로 해냈다면 여러 번 찍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마흔 살에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기 전, 스티브 잡스가 나오는 애플 광고를 비롯해 2500여 편이 넘는 광고를 찍었다. 광고는 30초~1분 안에 정보를 압축적으로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처음 영화를 찍을 땐 쉽게 느껴졌다. 경험상 한두 번이면 충분히 원하는 장면을 얻을 수 있었다.”

전작이었던 ‘나폴레옹’의 흥행 참패에다, 천문학적인 제작비로 속편에 대한 우려가 컸으나 공개 이후 분위기가 반전됐다. 1편 막시무스에 이어 2편의 루시우스도 로마 제국의 폭력으로 가족을 잃고, 노예로 전락했다가 검투사가 된다. 여전히 콜로세움에선 살육이 벌어지고 비극적인 운명이 반복되지만, 그럼에도 역사의 수레바퀴를 조금씩 앞으로 밀고 나아가는 인간을 그린 대서사시. 스콧 감독은 “영화는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의 어리석음과 그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다”고 했다. “여전히 우리는 끔찍한 일이 재현될 수 있는 위험 속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영화를 만드는 내내 그 사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글래디에이터

로마제국의 장군이었으나 황제의 질투로 가족을 잃고 노예로 전락한 막시무스(러셀 크로우)가 검투사(gladiator)가 되어 복수를 감행하는 이야기. 2000년 개봉해 세계 4억6000만달러의 흥행을 거두고,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남우주연상 등 5관왕을 기록했다. 24년 만에 돌아온 속편은 막시무스의 죽음 이후 대를 이어 검투사가 된 아들 루시우스의 이야기를 그렸다.

[백수진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