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당정 관계’ 주요 원인
‘시스템 공천’ 등 韓 실책 부각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7일 서울 성동구 뚝섬역 인근 공유오피스텔에서 열린 '역면접x국민의힘, 2030이 묻고 정당이 답하다'에서 손을 감싸고 있다. 고이란 기자 photoera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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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총선이 끝난 지 201일 만에 공개된 총선백서는 여당의 참패 원인을 ‘불안정한 당정 관계로 국민적 신뢰 추락’으로 진단했다. 총 136쪽으로 이뤄진 총선백서의 ‘1장: 22대 총선 패배 원인 분석’에는 ‘미완성의 시스템 공천’, ‘집권여당의 승부수 전략 부재’ 등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총선을 지휘했던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실책을 지적하는 내용이 다수였다.
국민의힘 총선백서특별위원회는 28일 특위 차원의 설문조사 결과를 포함한 백서를 당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한 뒤 활동을 종료했다. 조정훈 총선백서특위 위원장은 입장문을 통해 “200일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개혁의 적기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 불안했다”며 “‘내 탓이다’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다는 건 우리 가슴을 아릴 정도로 아프게 했다”고 했다. 이어 “오직 이기는 정당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당원의 노력과 고민이 담긴 결과물”이라며 “이 백서를 비난하는 것은 그들의 헌신과 애정을 외면하는 것과 같다. 우리 당의 통합을 위한 초석으로 삼아달라”고 했다.
총선백서는 국민의힘의 지난 총선 패배 원인으로 △불안정한 당정 관계로 국민적 신뢰 추락 △미완성 시스템 공천 △절차적 문제와 확장성 부재를 야기한 비례대표 공천 △집권여당의 승부수 전략(공약) 부재 △조직 구성 및 운영의 비효율성 △효과적인 홍보 콘텐츠 부재 △당의 철학과 비전 그리고 연속성 부재 △무늬만 싱크탱크? 기능 못한 여의도연구원 등을 꼽았다.
특히 ‘불안정한 당정 관계로 국민적 신뢰 추락’을 보면 “선거 전부터 확인된 낮은 국정운영 평가에 대한 관리 부재”를 짚었다.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호주 대사 임명, 시민사회수석 발언 논란 등을 들며 “당도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 “당은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정부의 기조를 따라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등 당정 사이에 건강하고 생산적인 긴장감이 조성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총선 직전인 4월 1일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정원 증원 2000명의 정당성을 역설한 대국민담화도 거론됐다. 백서는 “대국민담화 직후 후보자들 사이에서는 ‘이제 끝났다’라는 절망이 팽배했다”라면서 “당정 간 다른 목소리를 내고 대립 관계를 보이는 순간 당정 갈등이 집중 부각될 것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싸우지도 못하고 끙끙 앓다가 선거가 끝났다는 비판이 있었다”고 밝혔다.
‘미완성의 시스템 공천’, ‘절차적 문제와 확장성 부재를 야기한 비례대표 공천’ 장에선 당시 비대위원장이던 한 대표가 내세웠던 ‘시스템 공천’과 관련한 지적이 잇따랐다. 백서는 “당이 일찍부터 인재 영입을 준비하지 못해 후보군에 한계가 있었고, 사실상 총선 직전에 만든 기준은 많은 사람이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비판했다. 또 “일부 출마자들은 경선·결선 기준이 다소 비합리적이었다는 점, 현역의원 재배치나 국민 추천제같이 기존의 원칙과 기준에서 벗어난 공천 사례들이 발생하며 시스템이 100%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에 아쉬움을 나타냈다”고 적었다.
비례대표 공천을 두고도 “사천 논란으로 막판 내홍을 야기했고, 특히 공천 신청을 하지 않은 후보가 당선 안정권에 배정된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국민의힘이 28일 공개한 ‘제22대 총선백서: 마지막 기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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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표의 총선 전략 부재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집권여당의 승부수 전략(공약) 부재’ 장에는 “야당은 ‘정권심판론’을 일관되게 밀어붙인 데 반해 우리는 운동권 심판, 이조심판, 읍소전략으로 변하는 등 일관성이 없었다”는 비판이 담겼다. 백서는 “집권 여당은 ‘유능함’을 앞세워야 했는데 정부의 정책과 성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선거전략을 체계적으로 세우는 데 실패했다”라고 분석했다.
또 민주당의 ‘전 국민 25만 원’ 공약에 맞설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 대응 전략도 부족했다고 봤다. 백서는 “당의 메가시티와 국회 세종시 이전 공약은 새롭거나 신선한 울림을 주는 공약이 아니었고 오히려 지지부진한 논의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을 남기는 등 마치 ‘양치기 소년’의 모습과 흡사했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총선백서특위는 6대 개혁 과제로 △당의 정체성 확립 및 대중적 지지기반 공고화 △미래지향형·소통형 조직 구조로 개편 △빅데이터 기반 정책 개발 및 홍보 역량 강화 △공천 시스템 조기 구축 및 투명성 강화 △취약지역 및 청년·당직자 배려 기준 구체화 △비전을 가진 싱크탱크, 미래를 위한 준비 등을 제시했다.
한 대표는 백서가 총선 패배 원인으로 ‘불안정한 당정관계’를 짚은 데 대해 “평가는 백서가 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하시는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백서특별위원을 지낸 이상규 서울 성북을 당협위원장이 “한 대표는 자신의 무능을 대통령실의 실정으로 몰아 총선백서를 공격했고, 그 여세를 몰아 다시 당대표가 됐다”며 “총선백서가 6개월이 지난 아직까지 발간되지 않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4월 28일 총선백서TF 준비 회의를 시작으로 총선 패배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 백서 발간에 돌입했다. 5월 13일 비상대책위원회의 의결로 22대 총선백서특위가 구성됐다. 특위 위원으로는 조 위원장을 비롯해 진영재 부위원장, 호준석·곽규택·정승연·김정명·류제화·김종혁·김용태·박진호·김효은·김진모·이윤정·이효원·정진우·전인영·이지문 등 낙선·낙천자를 포함해 데이터분석·여론조사 전문가 17명이 참여했다.
[이투데이/이난희 기자 (nancho0907@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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