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전 10시30분이 넘었는데 관악구 빌라촌의 부동산들이 문을 열지 않은 모습. 거래 시세를 붙여두지 않은 사무실부터 문 손잡이에 신문만 꽂힌 곳도 있었다. /사진=김호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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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10시 서울 관악구 봉천동. 공인중개사 사무소들과 부동산은 불이 꺼진 채 문이 잠겨있었다. 온라인에 공지된 문 여는 시각보다 1시간이 지난 뒤였다. 인근 부동산 사무실 9곳 가운데 6곳은 이처럼 운영 시간임에도 문이 닫혀 있었다.
잠겨있는 문 손잡이에는 신문이 꽂쳐 있었고, 부동산 거래 시세표가 붙어있지 않은 부동산도 보였다.
관악구에서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15년 동안 운영했다는 60대 윤모씨는 "이곳은 고시 준비생이나 대학생 등 청년 수요가 많은 지역이었는데 요즘엔 청년들이 오지 않는다"며 "전세 사기가 워낙 심하니 집을 덜 구하는 것 같다. 청년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공인중개사 60대 김모씨 역시 "집을 찾는 청년이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고 했다. 그는 "집을 보러 오는 청년들 80~90%가 보증보험 되는 집을 찾는다"면서도 "매물 중에 보증보험 되는 집이 거의 없다. 특히 원룸은 더 그렇다"고 했다.
이어 김씨는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힘들다"며 "거래는 계속 줄어들고,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는 사람들도 간혹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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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5개구중 전세사기 1등 '관악구'…지난달에도 끊이지 않은 전세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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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10시30분 서울 관악구 신림동 빌라촌(왼쪽)에 있는 부동산이 닫힌 모습(오른쪽). /사진=김호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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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광풍이 휩쓸고 간 흔적이다. 국토교통부 '기초지자체별 전세사기 피해주택 소재지 현황'에 따르면 지난 2일까지 서울 25개구 중 관악구는 가장 많은 전세사기 피해주택이 발생했다. 총 1334가구 주택이 전세사기 피해를 보았다. 2022년 12월 무자본 갭투기 방식으로 집을 구매하고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채 사망한 1대 '빌라왕'이 활동했던 강서구보다 약 200가구나 더 많다.
전세사기 사고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관악구 일대에서 세입자 20여명에게 보증금 수십억원을 돌려주지 않은 50대 연모씨는 경찰에 입건됐다. 연씨는 봉천동 일대 빌라와 다세대 주택 등 4채를 매입한 뒤 전세 계약이 끝난 임차인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같은달 봉천동 일대 빌라 및 오피스텔 6채를 소유한 70대 임대인 백모씨도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해 세입자들에게 고소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피해자만 80여명에 미반환 보증금은 1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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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 "집 구하기 불안해"…계약 끝나면 관악구 떠날 계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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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전 10시30분쯤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한 빌라촌. 부동산이 문을 열지 않은 모습. /사진=김호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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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는 서울대학교가 위치하고 각종 대학이 많은 지하철 2호선이 지나 통학이 편리해 대학생 등 청년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다. 청년들은 모두 전세사기 공포에 관악구에서 집을 구하기 무섭다는 반응이다.
관악구에 사는 30대 이모씨는 "내 집 마련에 대한 생각이 많아지는 나이다"며 "지금은 관악구에 살고 있지만 다음 집을 구할 땐 조금 비싸더라도 전세사기가 적은 곳으로 갈 예정이다"고 했다. 그는 "전세사기가 터지고 나서 거리를 걸을때 건물을 보면 '저기는 깡통 건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학생 때부터 정들어 계속 살까도 고민했지만 전세사기가 무섭다"며 "조만간 계약이 만료되면 다른 곳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매달 나가는 돈이 더 들어도 보증금을 줄이는 방법을 선택한 청년도 있다. 서울대 재학생 20대 김모씨는 "지인 중에 전세사기를 당한 친구가 있다. 나도 걱정돼 보증금 5000만원 이하인 반전세로 살고있다"고 밝혔다. 김씨는 "전세사기가 걱정되지만 이 부근이 서울에서 원룸이 제일 싸서 이곳을 선택했다"며 "다음 집은 관악이 아니고 다른 곳을 알아보려 한다"고 밝혔다.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김호빈 기자 hob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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