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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월)

‘자민·공명’ 과반 실패, 이시바 “깊이 반성…책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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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일본 자민당 총재를 겸하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27일 일본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중의원 선거 조기 결과에 대해 언론에 설명하고 있다. 교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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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아픈 상황이지만 국민 생활과 일본을 지키는 것으로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



일본 중의원 선거 다음날인 28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목소리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자민당이 실질적으로 참패한 상황에 대해서 “마음속 깊이 반성해 다시 태어나야 한다”고 몸을 낮췄지만, 퇴진론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2012년 아베 신조 당시 총리의 집권과 함께 시작됐던 자민당 1강 체제는 12년 만에 끝났고, 일본 정치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자민당은 전날 열린 선거에서 전체 465석 가운데 과반(233석)에 훨씬 못 미치는 191석에 그쳤다. 선거 전 247석에서 50석 넘게 빠졌다. 2009년 옛 민주당에 패배해 정권을 내준 뒤 가장 큰 패배를 당했다.



연립여당인 공명당마저 24석(기존 32석)에 그쳐 두 정당을 더해도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다. 공명당 대표인 이시이 게이이치는 낙선했다.



반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이 148석을 차지하며 약진해 향후 정권 교체까지 노릴 여지가 생겼다. 이어 일본유신회 38석, 국민민주당이 28석으로 뒤를 이었다.



자민당은 지난해 불거진 ‘파벌 의원들의 비자금 파문’을 제때 해소하지 못한 게 치명타가 됐다. 비자금 연루 의원 40여명이 선거 출마를 강행했고, 자민당 본부가 이들이 소속된 일부 지부에 활동비 2천만엔(약 1억8천만원)을 지원한 사실까지 드러나 ‘반성 없는 집권당’이란 낙인이 찍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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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 사퇴론’이 거론되고 있지만 취임 한달도 되지 않은 이시바 총리가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쓰고 당장 사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니시노 준야 게이오대 교수(정치학)는 한겨레에 “이시바 총리가 이번 선거 결과 하나로 사퇴할 가능성은 작지만 향후 국민 요구와 당내 불만을 함께 해소해야 하는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며 “자민당의 참패로 내년 여름 참의원 선거까지는 불안한 정치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자민당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수단을 강구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비자금 파문 등에 연루돼 공천에서 배제됐지만 무소속으로 당선된 의원이나 일부 야당 의원을 포섭하는 방식으로 ‘몸집 불리기’에 나서는 방법이 있다. 자민당은 1996년 중의원 선거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야당 의원 포섭 작전’을 벌여 단독 과반을 확보한 적이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당시 노나카 히로무 간사장 대행이 스스로를 (야당 의원들을 낚아 오는) ‘낚시터 아저씨’라고 자조했다”고 짚었다. 하지만 비자금 파문에 연루된 의원을 다시 입당시키는 것은 또 다른 비판을 부를 수 있다. 이시바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선거구뿐 아니라 널리 국민의 이해를 받을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하겠다”며 여지를 남겼다.



비교적 보수적 방향의 야당을 끌어들여 연립 틀을 확대하는 방안도 있다. 이번에 38석, 28석을 얻은 보수 성향 야당인 일본유신회와 국민민주당이 대상으로 꼽힌다. 두 정당은 일단 “자민당과 연합은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시바 총리도 “지금 시점에서 (공명당 외의 정당과) 연립을 상정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시바 총리가 연립 틀을 확대하지 않으면서도 주요 법안 통과 때 개별적으로 국민민주당 등과 협력하며 정권을 운영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어떤 방법을 택하더라도 자민당 정권이 흔들리는 상황은 피할 수 없다. 이번 총선이 한-일 관계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니시노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한-일 관계는 쟁점이 아니었던데다, 두 나라 모두 외교보다 국내 문제에 집중해야 하는 정치 상황이 됐다”며 “현재의 안정적 기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시바 체제가 흔들리면서 자민당 보수파의 목소리가 커질 우려는 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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