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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수)

512g ‘초극소미숙아’, 3.68kg로 퇴원하기까지… 5개월의 ‘성장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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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2g의 초극소미숙아가 약 5개월의 병원 생활을 마치고 3.68kg의 몸무게로 건강하게 퇴원했다.

512g의 예찬이가 태어난 것은 지난 5월 31일. 임신주수는 22주 5일만이었다.

예상치도 못하게 갑자기 진행된 출산으로 산모는 물론 아기 아빠와 가족들은 울음을 터트렸다. 생존율이 30%내외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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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둥이 예찬이의 성장사진. 서울성모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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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찬이라는 이름도 엄마와 아빠가 작명소에서 다른 뜻은 다 필요 없으니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이름을 부탁해 지은 이름이다. 지혜와 능력을 갖춰 순조롭게 나아가길 바란다는 뜻이다.

예찬이의 5개월은 녹록지 않았다. 입원 초기에 융모양막염, 진균, 녹농균 감염으로 혈압조차 측정하기 어려웠다. 면역이 약해 온몸의 피부도 다 벗겨져 있었다. 출생 초기부터 폐도 충분히 성숙하지 않아 폐에 구멍이 생겨 공기가 새면서 가슴안에 공기가 차는 기흉이 발생하여 응급 흉강 천자 시술도 필요했다. 폐동맥 고혈압, 동맥관 개존증 등 고비만 수차례 넘겼다. 눈의 망막혈관이 잘 발달 되지 않아 생기는 미숙아 망막병증 수술까지 받았다.

아빠 손바닥만한 크기로 태어난 예찬이를 위해 엄마는 유축한 모유를 아이의 입안에 적셔주며 수유를 시작했다. 병원 생활이 길어지면서 신생아 중환자실 면회 시간에 매일 마주치는 다른 이른둥이 엄마들 사이에 ‘선배’가 된 엄마는 아이가 태어나던 날 울음을 터트리던 본인처럼 불안해 하는 다름 엄마들에게 ‘아기 몸무게가 곧 늘어날꺼다’, ‘그 시기쯤에는 이런 검사들을 할 예정이다’ 등 위로를 나눴다. 그리고 그동안 예찬이는 점점 자라 삽입된 위관을 통해 모유를 예찬이 스스로 젖병을 빨아 먹게 됐다. 작은 젖병 한 가득인 100ml도 한 번에 비울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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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월 31일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에서 512g의 몸무게로 태어난 예찬이가 10월 29일 약 5개월의 병원 생활을 마치고 3.68kg의 몸무게로 건강하게 퇴원했다. (오른쪽부터) 오문연 교수, 예찬이와 부모, 김민수 교수, 김세연 교수, 이희진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 김솔 교수. 서울성모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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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특하게 모든 어려움을 잘 이겨낸 예찬이는 지난 29일 약 5개월의 병원 생활을 마치고 3.68kg의 몸무게로 건강하게 퇴원했다.

예찬이 엄마는 “병실 면회 시간때마다 의료진들이 아기 상태에 대해 설명해 주셨고, 힘이 나는 좋은 이야기도 해 주셨다”며 “특히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사 선생님들이 입원한 아기들을 사랑으로 돌봐주신 덕분에 안심이 되었고, 예찬이 백일 축하도 병실에서 챙겨주시고, 너무 예뻐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퇴원 소감을 전했다.

주치의 소아청소년과 오문연 교수는 “처음 태어난 아기가 너무 작아 차마 만지지도 못했던 어머님이, 혼자 숨 쉬고 젖병을 잘 빠는 아기를 안고 수유 연습을 하시는 모습을 보고 무사히 잘 자라 주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꼼꼼하게 챙겨준 김민수 교수님, 작은 아기에게 쉽지 않은 흉강 천자 시술을 해 주신 김솔 교수님, 폐동맥고혈압으로 생명이 위태로울 때 아기를 살려내 주신 신정민 교수님, 뒤에서 늘 챙겨주신 윤영아, 김세연 교수님을 비롯한 신생아팀,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 선생님들과 산부인과, 안과, 재활의학과, 성형외과 등 협진해주신 모든 의료진분들의 헌신 덕분이다”며 함께한 의료진에 감사를 표했다.

최근 만혼으로 인한 고령 임신, 난임 시술 증가로 다태아 임신 증가 등으로 미숙아가 증가하고 있다. 임신 37주가 되기 전 태어난 아기를 미숙아 또는 이른둥이라 하는데, 출생 체중이 2.5Kg미만인 저출생 체중아, 1kg 미만인 초극소 미숙아도 늘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에서는 지난 9월 세계적으로도 드문 다섯쌍둥이 분만을 성공한 바 있다.

신생아중환자실장 윤영아 교수는 “아기는 엄마 뱃속에서 만삭까지 머물며 모든 장기들이 성숙해야 하는데, 불가피하게 일찍 태어난 미숙아는 뇌출혈, 호흡곤란, 심장, 괴사성 장염 등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늘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아기들을 돌보고 있다”며, “의료진들을 믿고 맡겨주시고 같이 인내해 주시는 보호자분들과, 눈빛만 교환해도 아기들에게 어떤게 제일 최선인지 서로 통하는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 간호팀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손발을 맞추어 나갈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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