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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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취임 100일을 맞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김건희 여사 문제와 관련한 ‘과감하고 선제적인 해결책’을 당과 대통령실에 주문했다. 지난 21일 윤석열 대통령과 차담 이후 줄곧 언급해온 ‘특별감찰관 추천’이다. 야권에선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특별감찰관 임명은 앞으로 벌어질지 모를 대통령 친인척의 불법행위에 대한 ‘선제적 예방책’은 될지언정, 이미 벌어진 일탈에 대해선 진상규명의 수단도 사후 교정책도 될 수 없는 탓이다. 그는 이날도 김 여사 의혹 규명을 위한 ‘특검’과 관련한 질문에는 의도적으로 답을 회피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머리발언에서 “(윤석열 정부의) 개혁 성과들이 몇몇 상황들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우려에 가려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며 “최근 드러난 문제들을 비롯해 국민께서 우려하시는 지점들에 대해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관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여사 문제를 조속히 매듭짓고 넘어가야 한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그러면서 “특별감찰관은 권력을 감시하고, 권력 문제를 예방하는 데 굉장히 중점에 있는 기관이다. 지금 그런 역할과 기능이 필요하다”며 “국민의힘이 그것조차 머뭇거린다면 ‘정말 민심을 알긴 아는 거냐’라고 (국민이)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는 ‘특별감찰관이 감찰할 수 있는 비위행위에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이나 공천 개입 의혹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기자들의 지적에도 두루뭉술한 답변을 이어갔다. 그는 “과거로 돌아가 보면, 조금 더 조심하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오해나 불필요한 걱정을 끼치지 않을 수 있었던 점이 많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라도 절대 그런 일 없도록 하겠다는 다짐은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쟁점이 되는 이슈에 대해 도입하려는 제도가 갖는 한계를 지적하자, ‘제도가 진즉 있었더라면 지금의 논란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식으로 논점을 피해간 것이다.
한 대표는 이날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언급은 철저하게 피했다. 그는 ‘특별감찰관 추천이 관철되지 않으면 당내에서 자체 특검법 발의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물음에 “특별감찰관은 관철돼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실이 특별감찰관 추천마저 수용하지 않으려는 상황에서 ‘당위’를 앞세워 ‘사후 대안’에 관한 답변을 피해간 것이다. 한 대표는 전당대회에 출마하며 공약했던 제3자가 추천하는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채 상병 특검은 지금까지 여러번 말했지만 입장 바뀐 게 없다. 그 정도 말씀 드린다”고 했다.
이날 한 대표의 기자간담회 발언은 기존 발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표현의 수위와 강도로 보면 이전보다 순화됐다는 평가가 많다. 이를 두고 당 지도부의 친한동훈계 의원은 “지난주에 공세 수위를 높였으니까 이번주는 대통령실의 반응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당 지도부 의원도 “100일 기자회견에서 갈등을 증폭시킬 필요가 없으니까 적당한 선을 유지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이날도 ‘침묵 모드’였다. “개혁의 동력을 키우기 위해선 11월 내에 먼저 매듭지어야 할 것들이 있다”고 대통령실을 직접 겨냥한 한 대표의 기자회견 발언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친윤석열계는 오히려 “지금 분위기에서 대통령실의 사과도 어렵다”고 했다. 한 친윤계 다선 의원도 “이미 지나간 일이고, 지금 와서 사과를 어떻게 하느냐”며 “(대통령실이 사과를) 하려고 해도 (한 대표가) 못 하게 막는 것이다. 그것에 굴복해서 사과하는 거밖에 더 되느냐”고 했다.
야당에선 한 대표가 ‘대통령실에 굴복한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당직을 맡은 민주당 재선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김건희 특검법이나 채 상병 특검법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본인이 정국을 주도하고 상황을 만들어갈 수 있는 걸 걷어차고 결국 대통령실에 굴복한 것”이라며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말만 지르고 행동으로 보여준 게 없다”고 했다. 김성열 개혁신당 수석대변인도 “채 상병과 김건희가 쏙 빠진 기자회견을 보면서 이미 한 대표에 대한 기대는 꺾였다. 한 대표가 남은 기간 윤석열 대통령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술 안 먹는 윤석열’에게 미래를 맡길 국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전광준 기민도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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