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들의 휴학을 대학이 자율적으로 승인할 수 있게 되면서 내년 의대 예과 1학년 학생 수가 최대 75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30일 서울 시내 한 의과대학 앞으로 의료진이 지나가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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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23일 만에 의대생 휴학에 대해 ‘조건부 휴학 승인’에서 ‘대학별 자율 승인’으로 입장을 바꿨지만, 의대생들의 복귀는 미지수다. 더욱이 이들이 돌아오더라도 한 학년에 최대 7500명이 몰려 교육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데도, 교육부는 대학 자율에 맡기겠다고 했다. 대신 원칙을 포기했냐는 지적에 ‘동맹휴학’을 승인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교육부 “내년엔 의대생 돌아올 것”
교육부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간담회를 열어 휴학 자율 허용, 현안 등을 설명했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학생들이) 복귀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대부분 총장들의 의견”이라며 “학칙상으로는 1년까지는 (휴학이) 되지만, 1년 이상은 아예 (휴학을) 못 하도록 돼 있는 학교가 많다”고 의대생의 내년 복귀를 예상했다. 전날 교육부는 의대가 있는 전국 40개 대학 총장과 영상간담회를 한 뒤 의대생들의 휴학 승인을 대학 자율에 맡긴다고 밝힌 바 있다.
교육부의 장담과 달리 의대 교수와 학생들은 “달라진 건 없다”고 밝혀 의대생 복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비수도권 의대 재학생은 한겨레에 “이번 조처로 의사가 달라지는 것은 없다”며 “정부 설명과 달리 학칙에도 연이은 휴학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비수도권 사립대 의대 ㄱ교수도 “정부 발표 후에 의대 학생 대표와 대화를 했으나 휴학 승인이 곧 학생들이 돌아온다는 얘기는 아닌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또 다른 비수도권 사립대 의대 ㄴ교수는 “학생들 자세에 당장 변화는 없을 수 있지만 그래도 돌아올 명분은 생겼다”고 말했다.
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2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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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의대생 복귀는 전공의 태도와 맞물려 있고 이는 의대 증원 조정이나 이를 다룰 여야의정 협의체 논의 결과에 달려 있는 셈이다. 비수도권 국립대 의대 ㄷ교수는 “중요한 이슈는 ‘증원’이라, 어느 정도 대화가 진전이 있어야 학생들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비수도권 의대 재학생은 “의대생들이 실습을 전공의에게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어 의대생들만 학교로 돌아간다고 해도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교육부는 내년 의대 정원 재조정 가능성을 일축했다. 심 기획관은 “(11월14일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인데 이 와중에 2025학년도 정원 재조정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교육부 “동맹휴학 승인은 아냐”
교육부는 23일 만의 휴학 관련 태도 변경에도 동맹휴학 승인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심민철 기획관은 “동맹휴학에 대한 입장은 과거나 지금이나 차이는 없다”며 이번 조처가 ‘휴학 절차 간소화’ 차원이라고 밝혔다. 전날 대통령실도 “동맹휴학을 전면적으로 허용하겠다는 메시지는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의대생들이 유학, 가정 사정 등을 휴학 사유로 제시하더라도 본질은 의대 증원 반발이어서, 정부의 태도는 ‘눈 가리고 아웅’이란 비판이 나온다. 한 비수도권 의대 학장 ㄹ씨는 “그간의 실패를 인정하고 학생들에게 내년 3월 수업 재개를 제안하는 것이 더 솔직한 태도”라며 “동맹휴학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만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의대 교육 축소는 대학 자율”
학생들이 내년에 돌아오더라도, 신입생과 복학생이 한데 섞여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있을지도 의구심이 인다. 내년 의대 예과 1학년은 최대 7500명이 될 수 있다.
교육부는 이달 초 의대 교육과정을 현행 6년에서 5년으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가 의료계 반발로 물러선 뒤 이제는 교육과정 운영 방식을 대학에 맡기겠다고 했다. 심민철 기획관은 “대학이 자율적으로 할 부분”이라며 “최대 5년 범위 내에서 그게 5.0이 되든 5.5가 되든 5.7이 되든 대학이 원한다면 그런 커리큘럼을 개설할 수 있고, 학생들을 조기에 배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라고 밝혔다. 의사 배출에 1년의 공백이 생길 가능성이 큰 만큼 교육과정의 단축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실행 방안은 대학에 맡긴 셈이다.
의료계 현장에서는 “무책임하다”는 반응이다. 서울 사립대 의대 ㅁ교수는 “의사를 만들 수 있을 만큼 적정한 교육을 해야 하고, 의학 교육과정은 전부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의 인증을 받는데 대학이 알아서 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비수도권 의대생도 “정부가 의학 교육의 질을 어떻게 유지할지 대책은 제대로 얘기하지도 않으면서 무조건 돌아오라고만 하니 답답하다”고 했다.
더욱이 향후 의대 교육의 혼란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어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ㄴ교수는 “예과는 실습·전공 시작 전이라 강의실 정도 공간 확보가 중요한 거라 문제가 없는데 그 이후 준비는 도저히 어렵다 싶다”고 말했다. 교양 수업이 많은 예과 1학년 수업 등은 큰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으나 본격적으로 전공 실습이 시작되는 2년 뒤가 되면 교육 질 저하 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교육부가 의대생 휴학을 대학별 판단에 맡기면서, 이날 오후까지 연세대, 연세대 원주캠퍼스, 고려대 3곳이 휴학 승인 처리를 마쳤다.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이우연 기자 azar@hani.co.kr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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