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가자지구 데이르 알 발라시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파괴된 텐트를 확인하고 있다. 가자/신화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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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사무총장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인종청소’가 일어날 수 있다며 국제사회의 행동과 결단을 호소했다. ‘인종청소’ 언급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 지역을 잇달아 공격해 이틀 동안 100명 넘게 사망한 가운데 나왔다.
30일(현지시각)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제16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COP16)가 열린 콜롬비아 칼리에서 “팔레스타인이 가자지구에 남을 수 있도록 돕고, 국제사회의 강력한 결단이 없으면 발생할 수 있는 ‘인종청소’(ethnic cleansing)를 피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것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영국 가디언은 보도했다.
그는 이스라엘의 공격 의도가 가자지구의 불법 점령일 수 있다고 짚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스라엘 공격을 두고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가자지구를 떠나게 해 다른 사람들이 점령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고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어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용기 등을 언급하며 “인종청소 현실화를 피하기 위한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고 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북부 지역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29일 새벽 베이트라히야 지역 주거용 5층 건물이 이스라엘군 공격을 받아 최소 93명이 숨졌다고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밝혔다. 이날 밤에도 같은 지역의 주거용 건물에 공격이 이어져 최소 10명이 더 숨졌다. 30일에는 이스라엘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최소 30명이 숨졌다고 팔레스타인 의료진을 인용해 가디언은 전했다.
가자지구에선 이미 ‘인종청소’가 일어나고 있다는 호소도 나온다.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교장관은 지난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에게 “가자지구에서 이미 인종청소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자신들의 공격이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쫓아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스라엘 공격에 가자지구에선 의료나 구호 활동이 거의 이뤄지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은 “가자지구 인구 80%인 170만명이 식량 배급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고 가디언은 보도했다. 또 가자지구 북부 의료기관들도 의약품 고갈 등으로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한다고 알려졌다.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의 책임자 필리프 라차리니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오늘도 우리는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가자지구에서 내일 죽음을 맞이할 수많은 사람이 유엔의 설립을 이끈 공포의 반복과 재발 방지 약속 위반으로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고 했다. 앞서 이스라엘 의회(크네세트)는 지난 28일 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가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이 점령한 동예루살렘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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