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공공지출 연간 700억 파운드 늘리고 차입, 절반은 증세로 충당…
외국인·사모펀드 CEO 등에 증세…상속세 인상, 자본이득세율도 높여
15일(현지시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런던의 총리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 앞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로이터=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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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이 한 세대 만에 최대 규모의 증세에 나선다. 무너진 정부 재정과 공공 서비스를 재정비하기 위해 400억 파운드(약 71조원)의 세금을 더 걷기로 한 것. 1993년 노먼 라몬트 토리당 총리 이래 31년 만에 가장 큰 폭의 세금 인상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금 부담율이 38.2%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게 될 전망이다.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와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레이첼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은 이 같은 내용의 예산안을 발표했다. 노동당 키어 스타머 총리가 취임한 이래 사실상 첫 경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셈인데 "급격한 증세는 없다"던 기존 입장과는 모순되는 행보다.
이번 예산안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향후 5년간 공공 지출을 연간 700억 파운드 늘릴 계획이며 이 중 절반가량은 세금 인상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나머지는 추가 차입을 통해 조달할 예정이다. 영국 의료보험 제도인 NHS(National Health Service)와 학교 등 공공서비스를 보강하기 위해 재정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것.
이를 위해 해외소득에 대해 '비거주자' 제도의 혜택을 받는 부유한 외국인과 사립학교, 에너지회사, 사모펀드 CEO 그룹을 대상으로 연간 약 90억 파운드의 세금을 더 걷기로 했다. 자본이득세 최고 세율도 20%에서 24%로 인상한다. 상속세는 올리되 연금에도 상속세를 적용, 연간 20억 파운드의 세수를 확보하기로 했다. 사모펀드 이월이자에 대한 자본이득률도 4월부터 28%에서 32%로 인상하고 추가 인상 여지도 열어둔다.
그간 영국에서는 비거주자 제도 혜택 폐지와 상속세 인상 등의 증세가 자산가들의 탈영국을 촉발할 것이란 우려가 컸다. 이에 대해 리브스 장관은 비거주자 제도 혜택 대신 "국제적으로 경쟁력있는 거주 프로그램을 새롭게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10년 만기 영국 국채 수익률은 리브스 장관의 연설 도중 최저 4.21%에서 4.37%로 상승했다. 벤치마크 FTSE 100지수는 0.7% 하락한 반면 국내 중심의 중형주 FTSE 250은 에너지기업 주가가 뛰며 0.4% 상승했다.
이번 증세는 일반 근로자들에게도 예상치 못한 충격이다. 오는 2028년부터 개인소득세와 국민보험 한도를 동결하지 않기로 명시한 것. 독립 감시기관은 예산책임사무소(OBR)는 이번 예산안이 "역사상 가장 큰 지출, 세금 및 차입 증가를 가져온 단일 재정 사건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어 "종국에는 연금을 포함한 국가 혜택에 자금을 지원하는 기업의 부담이 늘어 임금 감소를 통해 세금 인상분의 약 76%가 근로자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시 수낙 전 총리는 이날 노동당이 "노동자들에게 세금을 올리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겼다"고 비난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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