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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목)

중국 반간첩법 체포 교민 딸 “열달간 면회 못해…사건 내용도 못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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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중국 국기가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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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중국에서 간첩죄 혐의로 체포된 50대 한국 교민 ㄱ씨의 가족은 10개월 동안 ㄱ씨를 한 차례도 보지 못했고, 사건 관련 내용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반간첩법이라는 특수한 범죄 혐의가 가족의 접근도, 변호사의 설명도 가로막았다.



ㄱ씨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에서 20년 가량 근무했고, 퇴직 뒤 주변 소개로 2016년 설립된 중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CXMT)에 취업했다. 3년 반 정도 근무 뒤 다른 중국 반도체 기업 두 곳에 다녔고, 지난해 귀국했다.



한국에서 사업을 준비하던 ㄱ씨는 지난해 9월 가족들과 추석을 보내기 위해 중국에 왔다가 여권을 압수당했고, 12월18일 자택에서 허페이시 국가안전국 직원들에 의해 연행됐다. 이후 모처의 호텔에서 다섯 달 동안 조사를 받았고, 5월 검찰로 넘어가면서 허페이시 구치소로 이송돼 현재까지 구금돼 있다.



ㄱ씨 딸은 31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열달 동안 아버지 면회는 물론 전화통화도 하지 못했다”며 “편지로만 소식을 주고받고 있다”고 했다. 답답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지난 9일 ㄱ씨를 면회한 중국 변호사는 가족들에게 “증거가 명확하고 ㄱ씨도 시인하고 있다. 검찰이 10년 이상의 형을 구형할 수 있다”면서도 “법률상 가족에게 구체적인 사건 내용을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언론을 통해 ㄱ씨가 창신메모리와 관련한 일 때문에 간첩죄에 휘말렸다는 보도 등이 나오지만, 가족들조차 ㄱ씨가 어떤 내용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하고 짐작만 할 뿐이다. ㄱ씨 딸은 “아버지가 (혐의를) 시인했다는 게 가슴 아프다”며 “오랜 구금 생활과 압박 수사로 인해 시인을 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ㄱ씨 딸은 베이징에 있는 주중 한국대사관의 대응에 감사하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사건 발생 이튿날 베이징 대사관에 연락했으나, 관할 지역이 아니라며 상하이 총영사관에 접수하라는 얘길 들었다”며 “하지만 상하이 총영사관도 간첩죄가 특수 사건이라며, 베이징 대사관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결국 7일 만에 담당 영사가 배정됐다”고 말했다. 간첩죄라는 드문 사건이 발생한 상황에서, 대사관이 초동 대응에 문제를 드러낸 것이다.



결국 ㄱ씨 가족은 열 달 만에 언론 공론화를 통한 해결을 모색하게 된다. ㄱ씨 딸은 “사건이 발생한 지난해 말부터 거의 1년이 다 됐다. 한국 대사관 쪽은 계속 노력하고 있으니 기다려달라고 한다”며 “더 시간이 지체되면 공론화의 영향도 없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ㄱ씨는 지난해 7월 강화 개정된 중국의 반간첩법으로 체포된 첫 한국인이다. 중국은 ‘국가 기밀을 빼돌리는 행위’에서 ‘국가 안보와 이익에 위배되는 활동’으로 간첩 행위의 정의를 확장하고, 제3국을 겨냥한 활동도 포함했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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