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2년째 자린고비 예산을 편성했다. 올해는 전년비 2.8%, 내년은 3.2% 증가에 그쳤다. 윤 정부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에도 부정적이며, 적자 국채 발행엔 손사래를 친다. 이는 5년 내내 돈을 펑펑 썼던 문재인 정부와 대조적이다. 코로나 위기 대응이라는 특수 상황을 고려해도 문 정부 임기 중 나랏빚이 급증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윤 정부가 들어선 뒤 나라 살림에 고삐를 죄는 것은 장기적인 재정 건전화에 분명 도움이 된다.
민주당은 30일 예산안 토론회를 열었다. 여기서 돈이 모자라면 국채를 찍어 민생 회복에 사용하자는 말이 나왔다. 빚을 내서 흥청망청 돈을 쓰면 정치적으론 이득이다. 그러나 나라 살림은 엉망이 된다. 정부가 삭감한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을 함부로 늘려선 안 되는 이유다. 조세·재정 전문가들은 지역화폐의 소비 진작 효과에 의문을 제기한다. 예산안 자동부의를 규정한 국회 선진화법을 고치려는 시도도 옳지 않다. 현 국회법은 11월 30일까지 국회가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정부 원안과 세입부수법안을 본회의에 자동으로 넘기도록 했다. 민주당 등 야권은 이 조항을 폐지하고 대신 국회의장이 교섭단체 대표와 합의해 본회의에 부의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바꾸려 한다. 시한에 구애받지 않고 예산안을 주무르기 위해서다. 개정안은 최근 국회 운영위소위를 통과했다.
긴축 예산은 인기가 없다. 정치적으로도 손해다. 그러나 누군가는 꼭 해야 할 일이다. 그래야 다음 정부가 재정을 넉넉하게 운영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윤석열 정부는 비인기 정책을 자청했다. 쫀쫀한 예산 덕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을 2027년까지 50% 밑으로 유지할 수 있다. 국회가 이 기조를 깨뜨리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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