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발사 비용, 2000원에 불과 ‘경제적’
30차례 발사 3㎞밖 무인기 100% 명중
12월 ‘빌딩 GOP’부터 20㎾급 실전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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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30일 오후 3시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가로세로 약 50㎝ 크기 무인기(드론)가 하늘로 떠올랐다. 흔히 볼 수 있는 DJI사의 ‘팬텀4’ 기종으로, 몸체는 플라스틱으로 이뤄졌다. 이 드론은 불규칙하게 비행하고 있었다.
“준비되셨죠”라는 국방과학연구소(ADD) 관계자의 말이 끝나는 곧바로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Ⅰ이 드론을 향해 레이저를 쐈다. 레이저는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충남 태안에 위치한 ADD 안흥시험장에서 방위사업청이 국방부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펼친 레이저 대공무기 시연회다.
1초나 지났을까. 실제 레이저를 쏜 건지 맨눈으로 확인할 수 없었지만, 날아가던 드론은 불이 붙어 아래로 떨어졌고 아래 건물의 지붕 위에서 추락하며 ‘퍽’ 소리가 들렸다. 시연이 끝난 후에 관계자들의 설명으로 레이저 대공무기는 드론과 약 1㎞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드론의 재질이나 거리 등에 따라 무력화에 필요한 레이저 조사 시간이 달라지지만 대략 10초 안팎이면 어지간한 목표 드론은 완료하게 격추할 수 있다고 한다. 이날 시연회에는 실전 배치를 앞둔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Ⅰ’이 투입됐다. 지난 1977년 개봉해 대성공을 거둔 영화 스타워즈 속에서 등장한 레이저 무기가 현실화 된 것이다.
지난 10월 4일 충남 계룡대 활주로에서 열린 육군 지상군페스티벌 ‘첨단 신규장비 전력화 행사’에서 레이저 대공무기 블럭-Ⅰ ‘천광’이 일반인에게 첫 선을 보였다. 레이저 대공무기 블럭-Ⅰ은 하늘 천(天) 자와 레이저를 상징하는 빛 광(光) 자를 합성한 천광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적 소형무인기와 드론에 레이저를 쏴 무력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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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군이 연내 세계 최초로 레이저 대공 무기를 실전 배치한다. ‘스타워즈’ 같은 SF 영화처럼 레이저 광선을 무기로 사용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외국에서 레이저 무기 기술을 개발 중인 사례는 많지만 군에 실전 배치하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레이저 대공무기는 광섬유에서 생성된 레이저를 표적에 직접 조사(照射)해 무력화하는 무기체계다.
레이저 발사장치, 표적위치확인장치, 빔 집속기, 통합냉각장치로 나뉜다. 시제품은 현재 3명이 운용한다. 각자 사격지휘반장, 발사통제원, 레이다 등 탐지장치와 연동하는 연동통제원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1회 발사 비용도 2000원꼴로 ‘가성비’가 매우 좋다. 북한의 소형 무인기나 오물 풍선을 격추할 수 있는 화력을 가지고 있어 북한 도발에 대한 군 대응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개발 단계에서 이뤄진 시험평가에서 소형무인기, 멀티콥터 대상 모두 격추에 성공하는 등 뛰어난 성능을 과시했다. 레이저를 30회 발사해 3㎞밖에 있는 무인기 30대를 전부 맞혀 100%의 명중률을 기록했다.
현재 레이저 대공무기 블럭-Ⅰ천광은 레이더로 표적을 탐지·추적한 뒤 레이저로 표적에 섭씨 700도 이상 열을 가해 엔진 등을 태우는 방식이다. 블록-I의 출력은 20㎾(킬로와트)급으로 고도 2~3㎞로 날아가는 북한 소형 무인기를 격추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천광의 장점은 명확하다고 할 수 있다. 전기만 공급되면 운용이 가능하고 1발당 소요 비용도 2000원에 불과해 조잡한 수준의 북한 무인기에 대응하기 위해 고비용의 20㎜ 벌컨, 30㎜ 차륜형 대공포, 휴대용 지대공 유도무기 ‘신궁’,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 ‘천궁’이 없이도 효율적으로 격추할 수 있는 획기적 진전된 무기체계라는 것이다. 신궁이나 천궁의 한 발당 발사 비용은 수억 원에 이른다.
천광은 하드킬 방식의 레이저를 활용한다. 하드킬은 레이저라는 빛에너지를 열에너지로 바꿔 표적에 직접적인 물리적 손상을 가한다. 반면 소프트킬은 빛에너지가 그대로 전달돼 물리적 파손 없이 기능·성능을 마비시키거나 저하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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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레이저 대공무기는 탄약을 쓰지 않아 낙탄에 따른 피해 우려가 없다. 인구가 밀집된 도심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단적으로 지난 2022년 12월 북한 무인기가 우리 영공을 넘어왔을 때도 기술적으로 몇 가지 무기체계를 활용하면 격추가 가능했지만 민가 피해가 우려돼 실행할 수 없었다.
특히 탄약이 북한 지역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없어 전방 지역부터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소음이 발생하지 않고 눈에 보이지 않는 점도 작전상 유리한 강점이다. 다만 악천후에선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할 수 있다. 레이저가 산란되거나 굴절될 수 있기 때문이다.
레이저는 결국 출력이 무기화의 수준을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 레이저 대공 무기의 공격력 핵심은 출력이 되는 것이다. 출력을 높일수록 대응할 수 있는 표적의 범위가 증가하기에 그렇다. 현재는 드론을 요격하는 수준의 20~60㎾급 출력에 머물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전차 미사일을 파괴하려면 100㎾급 출력을, 순항미사일은 300㎾급 출력을, 전투기나 지상표적 파괴를 위해서는 메가와트(㎿)급 출력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출력이 클수록 그 위력이 증대되는 셈이다.
방사청이 지상 고정형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Ⅰ의 20㎾급 출력을 2030년까지 출력을 30㎾까지로 확장할 계획이다. 한 발 더 나아가 항공기나 함정, 차량 등에 장착할 수 있도록 블록-Ⅱ 개발도 함께 진행할 예정이다. 향후 2028년을 목표로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Ⅲ까지 개발해 레이저 출력을 100㎾급 이상으로 높일 방침이다.
군 당국은 일단 수도 서울 상공을 방어하고 있는 ‘빌딩 GOP’부터 12월에 20㎾(킬로와트)급 지상 고정형 레이저 대공무기 블록-Ⅰ을 실전 배치한다. 지난 2022년 서울 상공을 침범했던 소형 무인기와 최근 잇따른 오물풍선 살포 등 심화되는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대공 방어 무기체계의 조기 배치다.
이처럼 레이저 대공무기가 실전 배치가 이뤄진다면 레이저 무기는 전장의 풍경을 바꾸는 게임체임저가 될 것이 분명하다. 다만 레이저 대공 무기가 고출력을 내려면 전체 시스템의 규모가 커져야 하는데 현재 기술력으로서는 빠를 시일 내에 이를 넘어서는 게 쉽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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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호 기자 hh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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