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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군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공개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군인들의 모습.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 동영상 갈무리/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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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이 큰 파장을 몰아오고 있다. 대략 보도를 보면, 1만명 남짓한 북한군 병력이 이미 러시아에 들어갔고, 이 중 일부는 러시아 서남부 쿠르스크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한국과 미국 등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곧 전투에 투입될 것으로 점쳐진다.
북한이 러시아 파병을 결정한 배경은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에게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우리는 미국의 요청으로 1965년부터 1973년까지 8년 동안 연인원 30만명의 병력을 베트남에 보낸 전력이 있다. 당시 파월 장병의 목숨값으로 벌어들인 달러가 고도성장의 종잣돈이 되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베트남 파병은 군사적으로도 선진 무기의 도입과 군사기술 개발의 계기가 됐다. 북한에도 비슷한 기대가 있을 것이다. 경제난에 허덕이는 북한에 파병은 다시 없는 돈벌이 기회가 될 수 있다. 낙후한 재래식 전력이나 미사일·핵 관련 첨단기술의 지원도 반대급부 목록에 들어 있을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6월 평양을 찾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만나, 외국의 침략을 받으면 즉각 상호 군사원조에 나서도록 규정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에 서명했다. 북한의 파병은 이 조약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북한에 빚을 진 러시아는 나중에 혹시 모를 한반도 상황에서 북한의 군사개입 요청을 거부하기 더 어렵게 됐다.
정부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관련 동향을 면밀히 추적하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한반도 안보 상황에 미칠 잠재적 위험을 미리 살펴보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지금 정부의 대응은 너무 과도하고 앞서나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군의 활동 여하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을 검토해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군 출신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우크라이나와 협조해 북괴군 부대를 폭격”하고 이를 심리전에 써먹자는 내용의 문자 대화를 나눴다.
야당은 “육군 탄약정책담당관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출장 가 있다”며 “살상무기 지원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애초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가 나중에 “북한군 탄약 정보의 이해를 돕기 위해 출장팀에 동행했다”고 고쳐 말했다. 그러나 평소 궁지에 몰리면 ‘아무 말 대잔치’ 수준의 해명을 마구 던지는 대통령실의 말을 얼마나 믿어야 할지 의문이다.
북한군의 파병이 그 자체로 우리의 안보 위협은 아니다. 멀리 떨어진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당장 무슨 위협이 되겠는가. 문제는 북한이 파병의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받아들 군사·경제적 반대급부 아니겠는가. 북한이 경제 지원을 넘어 군사 지원까지 받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잠재적 안보위협이다.
그러니 해법은 요란한 군사 행동이나 엄포가 아니라 차분한 외교에 있다. 전략적 관점에서 러시아와 접촉해 우리의 우려를 전달하고 북한에 대한 군사 지원을 삼가도록 설득해야 한다.
남한의 베트남 파병 시기는 공교롭게 1·21 청와대 습격과 울진·삼척 무장공비 사건, 푸에블로호 납치 등 북한의 잇따른 도발로 어느 때보다 긴장이 높아진 시기와 겹친다. 그런 위험천만한 긴장 고조가 되풀이되는 건 막아야 한다.
박병수 국제뉴스팀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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