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건주 포틀랜드 도심에 설치된 트럼프 동상 발 밑에 ‘평생의 성폭행을 기리며’라는 제목과 트럼프의 녹음 파일 내용이 담긴 글귀가 적혀 있다. 엑스(X)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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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 앞 워싱턴디시 내셔널몰에 농구공 크기의 ‘똥 모양’ 조형물이 등장했다.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명패가 놓인 책상 위에 거대한 똥이 올라가 있었고 받침대에는 이런 설명이 붙었다. “이 조형물은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2021년 1월6일 의사당에 난입해 신성한 공간을 약탈하고, 대·소변을 본 용감한 남성들과 여성들을 기린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월6일의 영웅들을 ‘믿을 수 없는 애국자’이자 ‘전사’로 기린다. 이 기념물은 그들의 대담한 희생과 지속적인 유산의 증거다.” 트럼프가 2021년 ‘1·6 의사당 난동’ 때 지지자들을 선동한 것을 비꼰 것이다.
미국 워싱턴DC 내셔널몰에 지난달 24일(현지시각) 설치된 배설물 모양 조형물.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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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과 30일에는 워싱턴디시 자유광장과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마자공원에 또다른 조형물들이 나타났다. 자유광장에는 ‘도널드 트럼프의 영원한 불꽃’이란 제목의 티키(폴리네시아 신화 속 인류를 창조한 신) 횃불 동상이, 마자공원에는 나체의 여성 조각상 뒤로 8피트(약 2.4m) 높이의 도널드 트럼프 동상이 배치됐다.
횃불 동상에는 2017년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벌어진 백인우월주의 시위자들을 옹호한 트럼프를 조롱하는 메시지가 담겼다. 마자공원 명판에는 “평생의 성폭행을 기리며(In honor of a lifetime of sexual assault)라는 제목이 붙었다. 이어 “나는 그냥 키스를 시작한다. 마치 자석 같다. 나는 기다리지도 않는다”, “당신이 스타가 되면, 그들은 그렇게 하도록 허락해 준다. 당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여성을 성기를 움켜쥔다. 당신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2016년 유출된 트럼프의 녹음 파일 내용이 적혀있었다.
오리건주 포틀랜드 도심에 설치된 트럼프 동상 발 밑에 ‘평생의 성폭행을 기리며’라는 제목과 트럼프의 녹음 파일 내용이 담긴 글귀가 적혀 있다. 엑스(X)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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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당국 허가 없이 설치된 이 조형물들은 괴한에 의해 훼손됐고, 이후 완전히 철수됐다. 오리건주 포틀랜드 도심에도 마자공원 것과 같은 트럼프의 성 관련 논란 내용이 담긴 동상이 설치되자, 트럼프 지지자인 브랜든 팔리 시의원 후보자가 공개 성명을 내고 동상을 부분적으로 훼손한 장면을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31일 남아있는 유일한 조형물은 ‘펠로시의 책상’뿐이지만 이 또한 트럼프 지지자들로부터 훼손당했다고 한다.
이 ‘정치적 예술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고 주장하는 한 남성은 시엔엔(CNN)에 소규모 그룹이 이 활동을 함께 하고 있으며 “저항 피로(resistance fatigue)로 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으로서, 후보로서, 사람으로서 트럼프에 대한 가장 충격적인 일들은 우리의 기억에 너무 깊이 새겨져 있고, 너무 멀어 더는 충격적이지 않다”며 “우리는 사람들에게 이것이 중요한 일이며, 의사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고 싶어서” 동상을 세웠다고 말했다.
익명의 이 남성은 워싱턴포스트에는 “우리는 특정 정치적 이슈에 대한 대화를 촉발해 유권자들이 투표 결정을 내리는 데 중요한 요소들을 생각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지 언론에 “선거일까지 아직 며칠이 남았으니 (추가 조형물이) 등장할 가능성은 있다”고도 했다. 공공예술협회 샬럿 코헨 이사는 “이것이 바로 공공 예술이 하는 일”이라며 “대화와 논의를 촉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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