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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2 (토)

"집안에 시신 방치" 주민들은 약탈…스페인 폭우에 205명 사망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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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발렌시아서 202명 사망, 피해 집중..현지 상황 열악, 약탈 혐의로 주민 50명 체포


머니투데이

1일(현지시간)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 근교 알파파르에서 촬영된 사진. 홍수에 떠밀린 차량이 버스정류장 표지판에 걸쳐져 있다./로이터=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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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스페인을 덮친 폭우로 최소 205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가 집중된 동부 지역에 호우주의보를 발령하면서 주말 간 피해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 AP통신 등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스페인 홍수로 인해 동부 발렌시아에서 202명, 인근 카스티야 라만차에서 2명이 사망한 것으로 현재까지 집계됐다. 지중해 알보란과 접한 안달루시아에서도 1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소방당국은 군 병력 1700명을 투입해 실종자를 수색하고 있다. 홍수로 고립됐던 주민 4500명이 구출됐지만, 피해 현장 수습 과정에서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당국은 보고 있다. 1973년 10월 스페인 홍수보다 더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당시 스페인 정부는 남동부 그라나다, 알리칸테, 무르시아, 알메리아 등에서 홍수로 인해 215명이 사망한 것으로 공식 집계했다.

AP통신은 각지에서 자원봉사자들이 생필품과 삽을 들고 피해 지역으로 모여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원봉사자 인파 때문에 응급차량이 출입할 도로가 막혀 현지당국이 통행에 협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29일 폭우로 중단됐던 전기, 수도 공급도 상당 부분 재개된 것으로 전해진다. 로이터에 따르면 현지 전력회사는 전력 공급을 85%까지 복구했다고 밝혔다.

스페인 남부를 덮친 비구름을 지난 30일(현지시간)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촬영한 사진./사진=콜로라도 주립 대학 대기협동연구소(CIRA), 유럽 기상위성 개발 기구(EUMETSAT)그러나 피해 지역 상황은 여전히 열악하다고 한다. 이번 홍수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발렌시아 근교 도시 알파파르 측은 "아직도 집에 시신을 (치우지 못해) 두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안타까운 일"이라며 "모든 것이 부족하다"고 했다. 로이터는 발렌시아 지역에서 약탈 혐의로 주민 50명이 체포됐다면서 주민들이 교대로 상점을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외신들은 29일 발렌시아 지역에 1년 동안 내릴 비가 단 8시간 만에 쏟아졌다고 전했다. 안달루시아 지역에서는 10월 한 달 동안 내릴 비의 4배 되는 양이 하루에 내렸다고 한다.

이번 폭우는 이 시기 이베리아반도에서 흔히 나타나는 다나(DANA) 현상에 기후변화가 겹친 탓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다나는 고고도 고립 저기압을 스페인어로 줄여쓴 말이다. 차가운 공기와 따뜻한 공기가 만나 강한 비구름을 생성하는 현상이다. 스페인 남동부를 가로지른 차가운 공기가 지중해의 따뜻한 바닷물 위로 이동하면서 강한 비구름을 생성한 것으로 관측된다.

현지 기상청은 주말 스페인 동부 발렌시아, 바르셀로나 일대와 섬 마요르카 지역에 호우주의보를 발령했다. 시간당 누적강수량이 최대 40mm, 12시간 누적강수량이 최대 100mm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AP에 따르면 세계기상기구 측은 이번 폭우에 대해 "온난화로 인해 기후는 더욱 불규칙해지고 예측 불가능해졌다"며 "지구온난화로 기후체계가 더 많은 에너지가 유입되면서 이번과 같은 기상현상이 더 많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강수량 양극화 문제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며 "이번 스페인 폭우가 그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스페인은 지난 2년 간 가뭄에 시달렸는데, 가뭄 기간 토양이 단단해져 물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면서 홍수 피해가 더 커졌다고 한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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