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 신사업개발 담당···노조 "분리해 달라" 요구
샤넬코리아 '내부 기준에 따른 징계 마쳐' 해명
팝업 행사 따른 감정노동으로 노사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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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코리아가 성추행으로 대법원 유죄 판결을 받은 임원을 주요 업무에 배치한 반면, 피해 직원은 퇴사한 뒤 재취업을 희망했으나 거부한 것으로 파악됐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샤넬코리아의 A임원은 현재 신사업 개발 부서의 이사급 리더로 근무하고 있다. 지난 4월 4일 대법원(주심 노태악 대법관)은 그의 강제추행죄를 인정한 서울중앙법원의 판결에 문제가 없다며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유죄를 확정했다. 그는 이로 인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 받았다.
가해자는 이사직 유지…피해 주장한 15명 중 1명만 인정
이후 피해자는 샤넬코리아를 퇴사했고, 샤넬코리아는 A임원을 매장 관리에서 물러나 본사에서 근무하도록 했다. 샤넬코리아는 A임원에게 구체적으로 어떤 징계를 내렸는지 밝혀 달라는 샤넬코리아 노조의 요구에 ‘내부 기준에 맞춰 필요한 징계를 조치하고 종결 했기 때문에 A씨의 근무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샤넬코리아에는 약 1800명의 근로자가 있으며 이 중 430여명이 노조에 가입되어 있다. 이들 대부분은 뷰티사업부 소속이다.
샤넬코리아 노조 관계자는 “피해자는 퇴사 후 재취업을 희망했지만 사측은 여러가지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가해자를 매장 담당에서 제외했지만, 본사에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교육을 위해 본사를 방문하거나 연말 전직원이 모이는 행사에서 그를 마주칠 수 있다는 직원들의 불안이 크다”고 말했다. 샤넬코리아 노조는 A임원이 다른 직원과 마주치지 않도록 물류부 등으로 부서를 이동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샤넬코리아 판매직원의 95% 이상은 여성이다. 본지는 샤넬코리아와 A임원에게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청했지만 답변은 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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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명 고객 상대로 팝업 행사···화려한 명품 브랜드의 민낯
다만 최근 국내에서는 명품 업계의 전반적인 매출이 줄어들면서 팝업 행사를 통한 단기 매출 증대 시도가 많아졌는데, 그 과정에서 피로감을 호소하는 판매 직원이 늘고 있다는 게 샤넬코리아 노조의 설명이다. 샤넬은 올해 상반기 면세점을 제외한 국내 유통 채널에서 전년 동기 대비 1% 줄어든 5142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여기에는 백화점과 플래그십 매장, 아웃렛에서의 판매가 포함된다.
샤넬코리아 노조 관계자는 “팝업행사를 할 때 규모가 큰 매장인 경우 3일에 1억 원 정도의 매출 목표를 세우기도 한다”면서 "직원 한 명이 최대 500명의 고객에게 전화를 걸어 특정 시간에 방문하도록 권유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팝업 행사에서 주는 할인이나 샘플제공 혜택 덕분에 반기는 고객도 있지만, 방문을 거절하거나, 예약 후 취소하는 사례도 있기 때문에 판매 직원의 긴장은 높아진다는 게 직원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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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브랜드, 감정노동 첫 인정
백화점에 입점한 샤넬 등 다수 뷰티 브랜드의 경우 백화점 정책과 브랜드 정책 간 차이 때문에 고객의 항의를 받기도 한다. 백화점의 정책 때문에 고객의 요구를 거절할 경우 ‘명품 브랜드에서 나를 푸대접하느냐’는 반발을 사기 일쑤다. 판매직원에게 단순 판매 활동만 요구하는 다른 나라와 달리 국내 유통업계는 판매 직원에게 과도한 감정 노동을 요구하는 관행도 지적돼왔다.
이 때문에 샤넬코리아를 포함해 로레알코리아·록시땅코리아·부루벨코리아클라랑스코리아·하이코스·한국시세이도는 지난 3일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 노조와 감정노동을 인정하는 산별협약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월 2만원의 감정노동 수당과 연 1일의 휴일 등이 주요 내용이다.
임세원 기자 wh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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