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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불패’ 아파트 상가마저도 ‘비명’…편의점도 24시간 영업은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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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에 닫힌 지갑에는 매출 부진
편의점 24시간 열어도 인건비만 손해
수익 깎여도 새벽운영은 포기
5곳 중 1곳은 새벽에 문닫아

서울 외식업 폐업, 코로나 때보다 많아
올해 자영업자 폐업 100만 확실시


매일경제

상가 공실률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가운데 3일 남양주의 한 상가에 공실이 넘쳐나고 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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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의 공실 문제는 위축된 내수경기의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경기부진에 소규모 창업에 나서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지만 내수 위축의 칼바람이 지역과 업종을 가리지 않으면서 다시 문닫는 상가가 늘고 공실도 늘어가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치킨집과 함께 대한민국 대표 자영업종인 편의점만해도 불꺼진 곳이 태반이다. 편의점은 ‘24시간 운영’이 기본이었지만, 최저임금 인상과 수익 악화로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것이다.

최근 서울 성동구 한 아파트단지 상가에 편의점을 연 A씨는 개점 2달 만에 영업시간을 줄였다. A씨는 “초반에 새벽 알바를 썼는데 손님이 없어 새벽영업은 접었다”면서 “주변에 편의점도 많아 예상했던 것보다 가져가는 돈이 너무 적다”고 말했다.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에 따르면 지난해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는 편의점이 21%에 달했다. 2019년에는 밤에 닫는 편의점 비중이 15%에 그쳤지만 이제 5곳 중 1곳이 새벽 영업을 하지 않는다. 통상 편의점은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는 점포에는 본사와 나누는 수익배분에서 점주 몫을 줄인다. ‘불꺼진 편의점’이 늘었다는 것은 수익이 깎이더라도 새벽 영업을 포기하는 점주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이마저도 힘들어 버티다가 결국 문닫는 편의점들도 상당수다.

자영업 대표업종의 영업시간 단축과 폐업은 결국 임대료 하락과 공실문제를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실물 경기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요식업 종사자들 역시 고물가로 손님이 뚝 끊겼다. 배달 서비스를 같이 운영하는 업장은 고물가에 수요감소, 높은 배달 수수료까지 겹쳐 삼중고를 겪는 곳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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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상권분석 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외식업종 폐업 점포는 6290곳에 달했다. 1분기(5922곳)보다 360곳 이상 늘었다. 코로나19 유행 시기였던 2020년 1분기 외식업종 폐업 점포(6258곳)보다도 많다.

서울에서 피잣집을 운영하는 B씨는 피자 한판과 오븐 스파게티로 3만2000원 어치를 팔아도 절반인 1만6000원만 손에 쥔다. 배달수수료와 광고비가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B씨는 “가게 오픈 때 빚을 내 시작한 터라 대출금을 빨리 갚아야 하는데, 월세도 비싸지고 금리도 높아져 걱정”이라고 말했다.

강남구에서 곱창집을 하는 C씨도 최근 수 년만에 주말 장사를 접었다. 토·일요일 이틀을 모두 쉰다. C씨는 “동네 특성상 평일 직장인 손님이 많고, 주말엔 적은 편”이라면서 “그래도 한동안은 토요일 저녁 장사를 보고 꾸역꾸역 영업을 이어왔지만 이제는 버티기가 힘들어 주말에는 닫기로 했다”고 말했다.

경기부진이 장기화되며 올해 전국에서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국세청 국세통계연보 기준 2023년 폐업자는 91만819명이었다. 2022년 79만9636명보다 14% 가까이 늘어난 숫자다. 올해도 이와 같은 증가세가 유지된다면 전국적으로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100만명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상가의 비극에서 드러난 자영업자들의 위기는 악화일로다. 한국은 경제활동인구 중 자영업자 비중이 25%에 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한국 경제의 한 축이 붕괴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자영업자를 살려내는 근본적인 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며 “자영업의 위기는 곧 민생경제 전반의 위기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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