샬럿 레이(왼쪽)와 그의 남편 데이브 레이. /BBC 보도화면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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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한 간호사가 기차선로에 뛰어들었다가 자신을 구해준 기관사와 결혼해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영국 BBC에 따르면 이 사연의 주인공은 2022년 결혼한 샬럿 레이(33)와 기관사 데이브 레이(47)다. 샬럿은 2019년 웨스트 요크셔의 기차역 근처에서 선로에 뛰어들었다가 데이브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했다. 두 사람은 이후 연인 사이로 발전해 2022년 결혼에 골인했다.
평소 우울증을 앓고 있던 샬럿은 사건 당시 야간 근무를 앞두고 있었다. 우울한 기분은 가시지 않았고 그는 결국 웨스트 요크셔 기차역 선로에 들어서고 말았다. 기관사 데이브는 위기에 처한 샬럿을 발견하자 즉시 기차를 세우고 내려 샬럿에게 다가가 대화를 시도했다. 데이브는 샬럿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자신을 소개했고, “기분이 나아질 때까지 앉아서 함께 얘기하자”고 말했다.
데이브는 30분간 샬럿과 대화를 나누며 그를 진정시켰고, 샬럿을 기차에 태워 안전한 곳으로 데려갈 수 있었다. 샬럿은 스킵튼 역에 도착해 경찰에게 인계됐다. 샬럿은 당시를 떠올리며 “저는 10대 때부터 정신 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며 “5년 전 그날의 기억은 흐릿하지만 기차에서 한 남자가 내리는 걸 보면서 그가 나를 혼낼 거라고 생각했던 게 기억난다”고 했다.
샬럿은 다음날 자신을 구해준 남성을 찾기 위해 지역 페이스북 그룹에 도움을 요청했다. 남성에게 ‘내게 시간을 내주고 인간적으로 대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샬럿은 데이브의 동료 한 명으로부터 데이브의 연락처를 구할 수 있었고 두 사람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기 시작했다. 데이브도 샬럿이 무사하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안도했다고 한다. 그는 “선로에서 위험에 처한 사람과 대화한 일은 처음이었다”며 “그녀가 무사한지 확인하고 싶었고 그럴 의무가 있다고 느꼈다.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고 했다.
두 달 후 첫 데이트를 한 이들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그러나 두 사람의 관계는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맞았다. 2020년 7월, 데이브는 허리 통증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고환암 진단을 받았다. 그저 힘든 일을 하느라 허리가 나빠진 거라 여겼고 샬럿의 끈질긴 권유가 아니었다면 병원에 가지 않았을 것이라고 데이브는 말했다. 다행히 데이브는 조기 발견으로 치료를 받아 몇 주 만에 완치 판정을 받았다. 데이브는 “샬럿이 내 목숨을 구했다”고 했다. 두 사람이 서로의 인생을 구한 셈이다.
두 사람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언젠가 더 나은 시기가 찾아온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현재 세 자녀의 어머니가 된 샬럿은 여전히 정신건강 관리를 받고 있다. 그는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주변 사람들이 안부를 묻는 작은 관심으로도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인생을 바꿀 만한 조언을 하거나 심오한 말을 할 필요는 없다”며 “그냥 앉아서 차 한 잔 마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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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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