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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1500만 투자자 고려”… 대권가도 겨냥한 이재명, 중도 확장 행보 [민주, 금투세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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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이견 사안 李대표가 최종 정리

필요하다고 판단 땐 집권 후 재추진”

정쟁 대상 우려에 유예 대신 폐지로

지방선거·대선 앞두고 손익 셈법 따져

사실상 우클릭 행보에 혁신당 등 비판

李 ‘SK AI 서밋’ 참석 등 친기업 행보

與 “李 1심 선거 공판 생중계해야” 공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4일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결정한 건 결국 대권을 염두에 둔 중도 확장 행보의 일환이란 평가가 나온다. 당대표 연임 후 ‘먹사니즘’을 내세워 실용적 접근을 강조해왔던 만큼 ‘민주당의 원칙’보단 ‘1500만 주식투자자’를 택한 것이다. 민주당은 올 9월 말 금투세 시행 여부를 놓고 공개 토론회를 열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당 지도부에 판단을 일임한 터였다.

민주당 한민수 대변인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종료 후 기자들을 만나 이 대표의 금투세 폐지 결론과 관련해 “지난주 토요일 집회 이후 비공개 간담회가 있었고, 거기서 이 대표와 최고위원 간 장시간에 걸친 토론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윤석열정부에 대한 규탄 목소리를 키워야 하는 상황에서 당내 이견이 있는 사안을 이 대표가 이번에 최종 정리한 것”이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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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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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관계자는 금투세 폐지 결정과 관련해 “결국 집권을 기준으로 볼 때 어떤 게 도움이 되느냐를 따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 대표적으로 금투세 시행을 주장한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금투세 폐지 결정에 대해 “지도부가 정무적으로 결단을 내린 것이다. 원칙과 가치에 따르면 금투세 시행이 맞지만, 현재 우리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며 “지도부가 결단한 만큼 저 역시 당인으로서 따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애초 당 지도부는 금투세 ‘시행’보다는 ‘유예’나 ‘폐지’ 쪽으로 기운 분위기였다. 이 대표가 새 지도부가 구성된 지난 전당대회 과정에서 금투세 완화를 전제로 한 유예에 방점을 찍었기 때문이었다.

주목할 건 이 대표가 이번에 ‘유예’보다 한 발짝 나아간 ‘폐지’를 택했단 것이다. 일정 기간 유예할 경우 지방선거가 있는 2026년이나 대선이 있는 2027년 즈음해 다시금 금투세 시행이 정치적 시비의 대상이 될 수 있단 걸 따졌단 평가가 나온다. 실제 이 대표는 이날 금투세 폐지 뜻을 밝히면서 “정부 여당이 정책을 가지고 야당을 공격하는 정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금투세를 유예하거나 개선 시행하겠다고 하면 끊임없이 정쟁의 대상이 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 친명(친이재명)계 의원 또한 “이번에 정리하지 않았다면 지방선거나 대선을 앞두고 민감한 시점에 또 한 번 우리 당이 금투세 프레임에 갇혔을 것”이라며 “금투세가 정말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차라리 집권 후 재추진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의 금투세 폐지 결정이 사실상 ‘우클릭’ 행보로 비치는 만큼 민주당의 전통적 개혁·진보 성향 지지자나 시민사회의 반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조국혁신당은 “2년 연속 대규모 세수 펑크로 세수 경보가 울리고 증권거래세도 폐지되는 마당에 금투세까지 폐지하면, 이 대표의 대표 철학인 기본소득 정책은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것이냐”며 “13조원의 예산이 소요되는 민생회복지원금은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것이냐”고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인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페이스북에서 이 대표의 금투세 폐지 결정에 대해 “무엇을 하기 위해 정치를 하는 정치인과 정권을 잡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정치꾼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 한바탕 정치쇼”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금투세 폐지 법안은 이르면 28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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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운데)가 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 회의실 배경에는 ‘김건희를 특검하라’는 문구가 적힌 걸개가 달렸다. 왼쪽부터 김민석 최고위원, 이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 남제현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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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외연 확장에 계속 속도를 내는 중이다. 금투세 폐지를 발표한 이날만 해도 SK텔레콤이 여는 대규모 인공지능(AI) 전시·발표 행사인 ‘SK AI 서밋 2024’에 참석하는 등 친기업 행보를 이어나갔다. 이 대표는 최태원 SK 회장과의 차담에선 “우리가 도움을 드려야 하는데 못 드려서 죄송하다”고도 했다.

그러나 얼마 안 가 예정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15일)·위증교사(25일) 혐의 1심 선고는 이런 행보에 발목을 잡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회는 이날 이 대표 1심 선고 재판 생중계를 요청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는 중이다.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 알권리, 법치주의 확립 등 공익 수호 차원에서 11월15일과 25일로 예정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선고 공판에 대해 전 국민 생중계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 생중계를 통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더욱 부각하겠다는 판단이다.

법원조직법과 대법원 규칙 등에 따르면, 재판장은 피고인의 신청이 있을 때 중계방송을 허가할 수 있고, 피고인의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공익을 위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중계 등을 허가할 수 있다.

진종오 청년최고위원도 같은 회의에서 “과거의 민주당은 법 앞에 평등을 외치며 법원 생중계를 지지하였으나, 이번에는 인권 침해를 주장하며 반대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민주당 차원에서 생중계를 요청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이날 오후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을 맡은 주진우 의원은 이 대표의 1심 선고를 생중계해달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주 의원은 서울법원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본인의 인권만을 부르짖기보단 국민의 알권리를 우선시해달라”며 “재판부는 이재명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국민의 알권리와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선례를 고려해 재판 생중계를 허용해달라”고 주장했다.

김승환·배민영·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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