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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주 52시간 적용 예외 두자"…반도체 초과근무, 업계 입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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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동진 국민의힘 의원, 근로기준법 개정 대표발의

고소득 전문인력 초과근무…韓 '화이트칼라 이그젬프션'

도입 논의 급물살…근무 시간만 늘려선 안 된다는 의견도

뉴시스

[서울=뉴시스]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건설하고 있는 반도체 공장. (사진 = 삼성전자) 2024.07.2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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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반도체 등 국가첨단전략산업의 연구개발(R&D) 업무에 대해 '주 52시간 근무' 예외를 두자는 법 개정이 추진된다.

여당이 주도하는 이른바 한국판 '화이트칼라 이그젬프션(White Collar Exemption)'이다. 첨단 반도체 시장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 상황에서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해 생산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은 반도체, 디스플레이, 바이오, 이차전지 등 국가첨단전략산업의 R&D 업무 등 근로자의 '주 52시간 규제 적용제외'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첨단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근로 시간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절차와 기준에 따라 별도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고 의원은 법안 발의 배경으로 현행 주 52시간(법정 근로시간 40시간 연장 근로시간 12시간)이라는 획일화된 노동시간을 유연하게 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시장환경에 대한 신속한 대응과 생산성 제고를 이룬다는 목표다.

고 의원에 따르면 미국은 주 40시간의 법정 근로시간을 운영 중이지만 연장 근로시간에 별도의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화이트칼라(사무직 노동자) 직종에 한해 최저임금·근로시간·연장근로 수당 적용을 면제하는 '화이트칼라 이그젬프션'이다.

일본의 경우는 지난 2019년부터 '고도(高度) 전문직 제도'를 시행하여 R&D 등에 종사하는 고소득 근로자는 근로시간 규제를 받지 않도록 했다.

대만은 주 40시간제를 채택했지만, 노사가 합의하면 하루 근무를 8시간에서 12시간까지 늘릴 수 있다. TSMC R&D팀이 하루 24시간, 주 7일간 가동될 수 있는 원동력으로 알려졌다.

첨단 산업 분야에서 한국을 매섭게 추격 중인 중국도 초과 근무를 당연 시 하는 문화가 새롭게 회자되고 있다. 중국은 주 6일 오전 9시부터 저녁 9시까지 근무한다는 뜻의 '996' 근무 문화를 이어오고 있다.

올해부터는 중국 최대 배터리 제조업체 CATL(?德?代·닝더스다이)가 이를 뛰어 넘어 주 6일 오전 8시부터 저녁 9시까지 근무한다는 뜻의 '896' 근무제를 시행했다는 소식도 들렸다.

중국 젊은 층에서는 이제 '24시부터 24시까지 7일동안 계속 일한다'는 '007'란 신조어까지 나올 정도로 치열한 기업 문화가 급격하게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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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 SK하이닉스 M15 공장.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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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확보 어려움…휴식권·급여체계 등 고려해야

하지만 첨단 산업 경쟁력 제고를 초과 근무에서 찾는다는 점이 비상식적이라는 의견도 업계에서 들린다.

무엇보다 인재 확보에 어려움이 클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 포천지는 지난해 온라인 취업 정보 사이트 글래스도어 자료를 근거로 TSMC 미국 사업부의 구성원들이 회사의 근무 환경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중이 27%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포천은 "TSMC의 장시간 노동, 수직적인 조직 문화, 장기간 해외 연수 의무 등으로 인해 미국 인재를 붙잡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무작정 근무 시간만 늘려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많다.

근무기간에 따라 휴일을 의무적으로 제공하는 등 근로자 건강 확보 조치가 선행하도록 한 일본 사례도 있다.

일본은 초과 근무 대상을 노사위원회의 결의 및 근로자 본인 동의를 전제로 한다. 또 연간 104일 이상의 휴일 확보 조치 및 건강관리시간의 상황에 따른 건강 및 복지 확보 조치 등을 강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악명 높은 노동 관행을 바꾸기 위해 동영상 플랫폼 틱톡과 더우인(틱톡 중국 버전)을 운영하는 바이트댄스가 지난 2021년 하루 8시간 주 5일 근무제 도입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근무제 도입 이후 직원들이 평균 20% 감소하는 역설적인 상황으로 이어졌다.

반도체 등 첨단 산업계 노조에서도 신중한 입장이다.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계열사 노조가 모인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측은 앞으로 법안 처리 상황에 따라 조합원들의 의견을 들어 입장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조도 52시간 초과 근무에 대해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추이를 보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다만 홍광흠 삼성 초기업노조(삼성화재 리본노동조합) 위원장은 "주 52시간 정착 이후 초과 근로에 대한 급여 문제가 노사 간에 명확해진 측면이 있다"며 "만일 근로시간 규제가 없어진다면 고강도 노동에 대한 보상과 초과 근무 선택의 자유, 회사의 수직적 근로 문화 등에 대한 고려가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ijoin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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