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7일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인근에서 한 노인이 폐지를 정리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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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예산을 다 채워 쓰지 못했다는 이유로 긴급복지지원 사업 예산을 삭감했으나, 실제로는 다른 사업 예산을 끌어다 쓸 정도로 집행률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예산을 땡겨와 쓰고, 최종적으로 일부 금액이 남는 구조인데 신속한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서는 정부가 본예산을 적극적으로 편성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못쓴 돈 많아 예산 깎는다는 복지부…실제로는 모자라 예산 ‘전용’
5일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지난해 긴급복지지원 사업 본예산을 3391억8200만원으로 편성했다. 본예산만으로는 부족해 다른 사업에서 239억원을 끌어왔고 최종적으로 148억원이 불용액으로 남았다. 이를 감안하면 긴급복지지원사업 실집행률은 102.9%다. 사업 수요가 높아 목표치를 초과 달성한 셈이다. 지난 2021년에도 긴급복지원사업은 당초 편성한 예산이 부족해 300억원 가량을 다른 사업 예산에서 끌어다 썼다. 긴급복지지원은 갑작스러운 위기상황으로 생계 곤란에 처한 가구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내년도 긴급복지지원 예산을 올해 사업 예산(3585억원) 보다 83억원(2.3%) 삭감한 3501억원으로 편성했다. 복지부는 “최근 연간 불용액이 200억원 수준임을 감안해 편성했다”며 저조한 실적에 따른 불가피한 삭감이라고 설명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 연구위원은 “정부는 불용으로 감액했다고 주장하나 해당 사업은 본예산 금액이 부족해 다른 사업으로부터 지속적인 전용 증액이 이뤄졌던 사업”이라며 “긴급복지 수요를 감안하면 다소 불용액이 발생하더라도 본예산 금액을 늘려 복지전달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높은 집행률인데도 삭감…이해 안 가”
최근 추세를 보더라도 긴급복지지원사업의 집행률은 높은 편이다.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최근 5년간 연도별 시도별 긴급복지지원사업 지원현황’을 보면,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의 집행 예산액은 3243억6500만원으로 평균 실집행률은 95.6%였다. 대전광역시의 경우 지난해 복지부에서 교부한 사업예산(국비) 124억7100만원 중 123억3800만원을 써 실집행률이 98.9%에 달했다. 인천광역시의 사업 실집행률도 98.5%였다.
한 지자체 복지사업 담당자는 “긴급복지는 위기상황 가구가 신청하는 사업 특성상 100% 수요예측이 어렵고, 어느 정도 예산을 확충해 놓아야 신청이 들어왔을 때 사업 진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긴급복지지원 예산을 3501억원으로 책정했다. 앞서 중기 재정지출 계획에 썼던 3585억원보다 낮아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지속적인 불용은 집행 부처 입장에서 해결해야 할 부분”이라며 “긴급복지 지원은 예산이 모자라면 항상 추경이나 전용을 해서 써왔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민 창원대 교수는 “위기상황 대응을 위한 긴급복지사업 특성 상 실적에 따라 사업을 평가하고 축소해서는 안된다”며 “약자복지를 내세운 정부가 기조와 상반된 방향으로 예산을 설계, 시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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